북해호텔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트레킹은 계속된다.
전설에 의하면 이태백이 황산에 올라 잠이 들었다 깨어 피어오르는 안개와 운해속을 뚫고 솟아 나온 기암봉우리 위에 작은 소나무를 그렸다는 "몽필생화"(夢筆生花)(꿈속에 붓으로 꽃을 그리다)와 붓을 놓은 필가봉을 카메라에 담고, 흑호송(黑虎松)이 서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연인처럼 붙어 있다하여 붙여진 연리송, 용의 발톱을 닮은 용고송, 운해를 탐험하는 듯하여 이름 붙여진 탐해송 등 수령 수백 년이 넘는 소나무들을 구경하며 죽순을 닮은 죽순봉을 지나면 믿음이 시작되는 봉우리라고 이름 붙여진 시신봉(始信峰)에 닿는다.
시신봉 정상은 출입을 통제한다. 시신봉 앞에 가지를 축 늘어뜨린 마치 악기 하프를 닮은 감금송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관음봉에 닿는다.
이곳 저곳을 배경으로 열심히 기념 사진을 남기고 다시 오던 길로 발걸음을 되돌려 흑호송에서 백야령쪽으로 향한다.
하산은 동쪽에 위치한 운곡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올라올 때 탔던 옥병 케이블카는 6명씩 타는 소형 케이블카이지만, 운곡 케이블카는 50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다. 그러나 2시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므로 짜증이 난다. 기다리는 시간이면 걸어서 내려가고도 남는다. 2시간을 기다려 고작 8분 정도를 타고 내려오는 선택은 트레킹을 신청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다.
운곡사역에서 내려 셔틀버스에 오른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내려가 황산 대문을 빠져나오면서 황산 트레킹은 아쉬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어제는 짙은 운무 때문에 그리고 오늘은 너무 화창한 날씨 때문에 운해에 휩싸인 황산의 절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웅장한 황산의 전체 모습을 속속들이 만끽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큰 행운일 것이다.
황산 대문을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황산시로 돌아오는 버스에 오른다. 모내기가 한창인 들녘은 평화롭다. 간혹 처마 밑에 돼지 다리를 매달아 놓은 모습이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굵은 소금과 향료를 뿌려 3개월 정도 처마 밑에 매달아 숙성시키며 훌륭한 반찬이 된다고 한다.
황산시로 돌아와 1시간 동안 발맛사지로 피로를 풀고 첫날 저녁식사를 했던 진달래 식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며 여행이 끝나가고 있음을 아쉬워한다. 호텔에 여정을 풀고 샤워를 한 다음 신안강변 야경을 즐긴다.
5월 28일(일) -마지막날
6시 30분 산책을 나선다. 휘낙타(徽駱駝)상이 우뚝 자리잡은 호텔 앞 공원에는 중국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체조를 하는 사람, 검무를 하는 노인들, 춤을 배우는 아낙네들까지 일요일 아침을 즐기는 모습들이 즐거워 보인다.
신안강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모습과 고기 잡는 어부의 모습, 그리고 논에 거름을 주는 농부의 바쁜 손길은 우리나라 6-70년대의 모습과 흡사하다. 호텔 뒤쪽 서민 아파트 베란다에는 빨래들이 주렁주렁 널려있어 미관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하고는 대조적이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체크아웃 한 후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한다.
오전에 황산시내에 있는 명조(明朝), 청조시대(淸朝時代)의 옛 거리를 거닐어 본다. 명청대 옛거리는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으며 약 1300m 정도 뻗어 있는 주거리는 물고기의 척추에 해당하고 수많은 골목길은 물고기의 가시부분에 해당한다. 노가(老街)라고 쓴 일주문 비슷한 곳을 들어서면 이곳 특산품인 문방사우, 도장, 모봉차(毛峯茶)를 비롯하여 직접 만든 부채, 마지막 황제에게 진상했다는 과자(皇品 상호가 붙은 집)등 볼거리, 먹거리 상점들이 당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쌀에 글씨를 새기는 놀라운 솜씨는 10元이면 핸드폰 고리로 기념품이 된다. 주의 할 것은 이곳 역시 부르는 값의 6-70% 정도면 살 수 있다. 황산 비경을 담은 CD나 DVD는 몇 천원이면 살 수 있지만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 공CD다.
1시간 반정도 명청대 옛거리(老街) 구경을 끝내고 조선족 동포가 경영하는 쇼핑점에 들렸다. 이번 여행은 원래 노팁, 노쇼핑이지만 귀국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가이드의 추천을 받은 곳이다. 모봉차와 여자들이 좋아하는 술 십전대보주, 남자들이 좋아하는 죽엽청주를 시음할 수 있고 각종 견과류를 맘껏 시식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 선물할 중국 술(오량주)과 참기름 한 병을 구입하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술은 반드시 부치는 짐에 넣어야 하는데 깨질 것을 염려하여 배낭에 넣었다가 검색대에서 적발되어 다시 화물로 부치는 수고를 해야했다. 거기다 박스 포장비까지 지불하고...
이상할 정도로 황산공항을 정시에 이륙한 비행기는 약 2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안착한다. 물론 기내식 점심이 제공되지만 부실하다.
이번 여행으로 큰 숙제를 하나 덜어 홀가분한 기분이다. 다음은 백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