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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9. 수철리-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노래...안치환

산행일시 : 2006년 5월 18일(목)
산행코스 : 수철리(전북학생교육원)-세동치-세걸산-세동치-부운치-1226봉-팔랑치-바래봉-운지사-운봉주차장
 
사월 산행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 군락지에 가득 핀 참꽃을 만나는 거라면 오월 산행에서 가장 큰 기쁨은 군락지에 가득 핀 철쭉꽃을 만나는 것이다. 올해 봄 산행은 주로 꽃 군락지를 찾아 떠났다. 여수 영취산과 창녕 화왕산에서 만난 진달래 군락, 보성의 일림산과 합천 황매산에서 만난 철쭉의 바다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분홍 진분홍 철쭉과 신록으로 물든 산상화원 지리산 바래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또 배낭을 들쳐 매고 집을 나선다.
 
가는 길...
대전나들목에서 덕유산휴게소까지는 약 50분이 소요된다. 평일이어서 휴게소는 한산한 편이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25분 정도 진행하여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15분 정도 진행하면 지리산 요금소로 빠져나간다. 이어지는 37번 지방도로를 3분 정도 진행하여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 24번 국도를 타고 남원방향으로 향한다. 북천삼거리에서 좌회전  운봉 읍내를 통과하여 60번 지방도로를 달린다. 예쁜 수철 마을 안내판이 보이는 곳에서 좌회전하여 전북학생교육원으로 향한다.
 
10시 35분 전북학생교육원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 계곡에 활짝 핀 철쭉이 흐르는 물과 어우러져 멋진 그림을 그려내고 조금 더 오르면 교육원 마당에 붉디붉은 철쭉이 산행객을 맞이한다. 마치 늦봄의 이 짧은 한 철을 보내기 위해 서러움과 인고의 세월을 참아왔기 때문일까, 그 붉은 빛은 처연하리만큼 짙다.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표지리본이 나부끼는 산행 들머리가 나타난다.
 
울창한 소나무 사이 오솔길은 발바닥으로 푹신함이 느껴지는 흙길이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10분 정도 오르면 해발 830m 세걸산 2km 이정표가 서 있고 오르막길은 점점 호흡을 거칠게 한다.
 
5분 정도 더 오르면 임도 사거리 갈림길이다. 그대로 직진하여 10분 정도 오르면 해발 960m 세걸산 1.5km 이정표가 보이고 다시 10분을 더 오르면 해발 1040m 세걸산 1km 이정표가 반긴다.
 
주차장을 출발한지 1시간이면 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해발 1120m 세동치다. 오른쪽은 세걸산(0.5km)을 지나 정령치(4.3km)로 이어지는 길이고 바래봉 가는 길은 왼쪽이다. 세걸산을 다녀오기 위해 빠른 걸음을 옮긴다. 
세동치에서 15분이면 세걸산(1220m)에 도착한다. 장쾌하게 펼쳐진 지리산 능선이 살아 꿈틀거린다. 삼걸산(三傑山)이라고도 하며, 운봉읍 공안리와 뱀사골 반선과의 한가운데에 솟아 있는 세걸산은 그렇게 이름난 봉우리는 아니지만 사방으로 탁 트여 조망이 매우 좋다. 북으로 덕두산, 바래봉, 남으로 고리봉, 만복대와 가지런히 하나의 산줄기 위에 늘어서 있으며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이 한 눈에 조망된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서로 대치했던 국경지대였으며. 지리산 국립공원에 속한다.
바위에 걸터앉아 간식으로 허기를 속이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오던 길로 발걸음을 돌려 세동치를 지나 바래봉으로 향한다.

세동치에서 약 30분이면 해발 1115m 부운치에 도착한다. 바래봉 3.5km 이정표를 지나 5분 정도 숨가쁘게 올라서 1123봉에 닿으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낯선 풍경이 열린다. 진초록의 산사면과 붉은 철쭉이 어우러진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달력에서 보는 화려한 철쭉의 모습 그대로다.

 
팔랑치로 이어지는 능선에 옹기종기 핀 철쭉들이 연분홍 꽃으로 불타오른다. 만개한 철쭉은 누군가의 손으로 가꾼 정원의 모습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천상의 화원(天上花園)', '하늘정원'으로 일컫는다.

이곳에서 팔랑치까지 2km 철쭉군락지는 바래봉의 철쭉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구간이다. 바래봉은 고산으로 숲이 울창하였으나 1971년 박정희 대통령시절 국립면양종축장을 설치 운영하면서 호주에서 면양 2500두를 도입하여 산지 645ha에 방목하였는데 면양이 철쭉 잎에 독성이 있어 먹지 않게 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철쭉 군락이 형성되었고 한다.
바래봉 철쭉은 주변에 잡목 한 그루 없는 초원 능선에서 철쭉이 피어나기 때문에 다른 어느 곳보다 화사하다. 잎이 작고 유난히 꽃이 크다. 융단처럼 깔린 푸른 잔디 위에 온통 분홍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황홀한 별유천지를 이룬다.
1123봉에서 20분간 점심식사를 하고 천상 화원으로 내려선다. 능선을 따라 둥그스름한 철쭉 군락들이 무더기 무더기로 놓여 있다. 마치 공원이나 정원에 잘 가꾸어 놓은 철쭉 같다.
이곳의 철쭉은 두 종류로 되어 있다. 거의 하얀 색을 띄면서도 연한 분홍빛으로 수줍은 듯 미소짓고 있는 철쭉이 있다. 어린 아이 볼에 살며시 손을 대어 보듯이 연한 분홍빛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 간다. 그리고 그 특유의 진홍빛 물결이다.
철쭉 군락 사이로 등산객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목재계단을 따라 진행하면 해발1010m 팔랑치에 닿는다. 바래봉 1.5km 운봉 6.3km 이정표가 서 있다.
팔랑치에서 20분 정도 진행하면 왼쪽은 운봉 오른쪽은 바래봉(0.5km) 으로 갈라진다. 10분 정도 올라서면 바래봉(1165m) 정상에 닿는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으로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눈앞으로 지리산의 그 거대한 산줄기가 펼쳐진다. 노고단에서 반야봉을 거쳐 천왕봉까지의 그 도도한 지리산 줄기, 약간 흐릿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오지만 아래에서 올라가고 있는 연한 녹색의 구름들이 하늘까지 뻗어 오르고 있다.

바래봉이란 본래 발산(鉢山)이라 하였으며 바래란 나무로 만든 승려들의 밥그릇인 바리란 뜻으로 봉우리의 모습이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바래봉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이긴 하지만, 산행 기점인 운봉읍(운봉목장)의 평균 고도가 400여m나 되기 때문에, 실제 산행시간은 별로 많이 걸리지 않는다. 실컷 꽃구경도 하고 풀밭에 앉아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여유롭게 산행하기에 제격이다.
바래봉 감시소로 내려선다. 약수터 주변에는 군락을 이룬 이름 모를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며 눈길을 끈다. 약수를 한 바가지 받아서 목을 축이고 임도를 따라 하산한다.
임도를 가로지르는 철쭉군락 사이의 내리막길을 20여분 내려서면 산 아래로 운봉 읍내와 드넓은 평야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갈림길이다. 목장 임도는 면양 방목을 위해 낸 길로 등산객들은 대부분 이 목장 임도를 따라간다. 하지만, 목장 임도를 따라가면 산행은 쉽지만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임도를 버리고 왼쪽 운지사방향 산길로 들어선다. 매우 가파른 내리막길이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하늘을 가려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해서 좋다.
 
20분이면 운지사에 도착한다.
다시 임도와 만나고 10분을 내려서면 운봉 주차장에 도착하여 약 5시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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