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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8. 밤머리재-왕재-웅석봉-십자봉-성심원

⊙산행일시 : 2005년 10월 2일(일)

⊙산행코스 : 밤머리재-왕재-웅석봉-십자봉-성심원


오늘 산행은 작년에 백두대간을 함께 했던 등사대모(등산을 사랑하는 대전사람들의 모임) 맛살(박정종)님의 백두대간 졸업을 축하하는 우정 산행이다.


8시 약속장소인 명신빌딩 앞에 도착하니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눈다. 맛살님이 준비한 35인승 버스는 좌석이 부족하여 두 대의 승용차가 함께 떠난다.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한 버스는 대진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여, 함양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다음 산청톨게이트로 빠져나가 우회전하여 대원사방향 이정표를 따라  국도를 달린다.

 

 

10시 30분. 밤머리재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가을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스쳐 지나간다.


밤머리재는 지리산의 동쪽 끝자락 웅석봉(1099m)을 천왕봉과 갈라놓은 국도 59호선이 지난다. 밤나무가 많아서, 혹은 고갯길을 넘을 때 밤 한말은 족히 까먹어야 할 만큼 험하고 길어 붙여진 이름이란다.  도로 오른쪽에 있는 간이 주차장에서 간단한 산행준비를 마치고 웅석산군립공원안내판 옆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잡는다.


 

산행 초입부터 계단의 연속이다. 해발 100m 정도를 계속해서 계단만 밟고 올라야 한다. 그렇게 20분 여분 오르자 밤머리재 1km 웅석봉 4.3km 이정표가 보이고 왼쪽으로 산아래 다랭이 논에는 풍요로움이 넘친다.

 

 

1분을 더 오르자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 치며 지리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천왕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지리산의 장쾌한 능선은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어렵다. 천왕봉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중봉과 하봉으로 이어져 쑥밭재∼새재∼외고개∼왕등재∼깃대봉을 거쳐 밤머리재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치솟는데 이 산이 웅석봉이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20분 정도 진행하고 만난 삼거리 갈림길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나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배낭에서 꺼낸 간식거리는 다양하고 푸짐하다. 정이 넘치고 웃음꽃이 만발하고... 그렇게 달콤한 휴식 시간을 아쉬워하며 다시 길을 재촉한다. 걷기 좋은 평탄한 길이 왕재까지 이어진다.

 

 

12시 정각. 밤머리재에서 3.3km 떨어진 왕재(해발 925m)에 닿는다. 선녀탕 2km, 웅석봉 2km 이정표가 어지럽게 서 있다.

 

 

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가팔라진다. 멀리 보이는 웅석봉에 가을햇살이 넘실댄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2시간.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이슬님이 준비한 달콤한 와인이 한 잔씩 돌아가고 이어서 시원한 막걸리가 타는 목마름을 달래준다. 얼린 캔 맥주는 녹지 않아 결국 다시 배낭 속으로 쳐 박힌다.

 

 

점심식사가 끝나갈 즈음 빗방울이 날리고 땀이 식으니 추위가 느껴진다.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웅석봉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5분 정도 진행하자 헬기장에 닿는다. 오른쪽은 청계(8.5km) 직진하면 웅석봉(0.3km)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반긴다. 웅석봉을 코앞에 두고 조그만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곳으로 가든 곧 만나지만 달뜨기 능선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 웅석봉까지는 약 10분.

 

오르막길을 5분 정도 천천히 오르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어천마을(4.3km)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웅석봉 정상에 닿는다.

 

웅석봉(熊石峰)은 글자 그대로‘곰바위산’이다. 산세가 하도 가팔라 곰이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산의 모양새가 곰을 닮았다 해서 곰바위산으로 부른다. 해발 1099m 웅석봉 정상 표지석엔 어설픈 곰 한 마리가 새겨져 있다. 발 아래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와 경호강의 시퍼런 물줄기가 조망된다.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 가야산과 그 뒤로 멀리 덕유산까지 한 눈에 조망된다. 웅석봉은 지리산에서 흘러온 산이면서도 지리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산이다. 건너다 보이는 암벽은 보기에도 아찔한데 머지 않아 산정에서부터 추색(秋色)으로 물들면 장관이 연출될 것이다.

 

 

40대들이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누군가 '4학년 모여라' 소리치자 초등학교 4학년인 대박님의 둘째아들이 자기도 4학년이라고 합류하면서 폭소를 자아낸다.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성심원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서자 돌표지석 밑에 시산제 제단이 보인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나면 평탄한길이 이어진다. 기분 좋게 걷다보면 Y자형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 어천마을(4.2km)로 향하는 길에 십자봉으로 오르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기가 나풀거린다.

 

2시 정각. 십자봉에 올라서자 경호강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하고 조금 내려서자 성심원에서 조성한 기도터에 예수의 고난 모습을 담은 조각상과 십자가 그리고 성모마리아상이 보인다.

 

 

왼쪽 가파른 길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고난의 길’이 이어진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을 거꾸로 되짚어 가게 된다.

 

 

한 줄기 바람이 숲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뭇잎들은 낙엽이 되어 나뒹군다. 가을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실감한다. 먼저 내려 선 누군가가 알밤은 모두 주어가고 빈 밤송이 만 나뒹군다. 이슬님과 달빛님은 걸음을 멈추고 도토리 줍느라 한창이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요양시설인 성심원을 지나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성심교를 건너 약 5시간의 산행은 끝을 맺는다.

 

 

먼저 하산한 등사대모 회원들이 준비한 플래카드 앞에서 축하 샴페인이 터지고 꽃다발이 전해진다. 맛살님 ! 남쪽 백두대간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김치와 머릿고기를 안주로 막걸리 파티 뒤풀이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