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6년 5월 31일(수)
산행코스 : 거림-세석평전-촛대봉-장터목-제석봉-천왕봉-중산리
2003년 산행을 시작하면서 매년 연례 행사처럼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 지 이번이 여섯 번째.
(1차: 2003. 09. 07 2차: 2003. 11. 16 3차: 2004. 06. 05 4차: 2004. 08. 02 5차: 2005. 07. 24)
(1차: 2003. 09. 07 2차: 2003. 11. 16 3차: 2004. 06. 05 4차: 2004. 08. 02 5차: 2005. 07. 24)
지난 주 중국 황산트레킹을 하면서 비를 맞고 조금 무리한 탓인지 입술이 부르트고 몸살 기운이 있어 이틀동안 병원에 다녀왔다. 그래서 어제 밤까지도 이번 산행을 망설였다. 새벽 일찍 투표를 하고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배낭에 간식과 물 한 병을 챙기자 아내가 중독이라며 핀잔을 한다. 이번 산행은 거림에서 시작하여 장터목산장에서 중산리로 내려올 생각이었으나 도중에 용천굴님과 생전 처음으로 천왕봉에 도전한다는 은비님을 만나면서 결국 함께 천왕봉을 올랐다.
단성요금소를 빠져나가 곧바로 우회전하여 20번 국도를 타고 시천방면으로 향한다. 시천을 지나 중산리 방면으로 달리다 곡점에서 좌회전하여 거림으로 향한다. 10시 40분 거림마을 주차장에서 하차한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 산행 준비를 하는 사이 일행들은 지체 없이 앞으로 치고 나아간다. 거림골 코스는 지리산 주능선으로 붙는 가장 짧은 계곡 길로 고도차도 심하지 않고 길 상태도 좋다.
단성요금소를 빠져나가 곧바로 우회전하여 20번 국도를 타고 시천방면으로 향한다. 시천을 지나 중산리 방면으로 달리다 곡점에서 좌회전하여 거림으로 향한다. 10시 40분 거림마을 주차장에서 하차한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 산행 준비를 하는 사이 일행들은 지체 없이 앞으로 치고 나아간다. 거림골 코스는 지리산 주능선으로 붙는 가장 짧은 계곡 길로 고도차도 심하지 않고 길 상태도 좋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신선이 내려와 살았다는 전설 속의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였으며 일명 방장산(方丈山)이라 일컬어왔다.
지리산은 또한 백두산의 산맥이 뻗어 내렸다 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는데 간혹 남해바다에 이르기 전 잠시 멈추었다 해서 두류산(頭留山)으로 적기도 한다[동국여지승람].
전설에는 태조 이성계가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씨조선을 개국하려 할 때 전국의 명산에 기도를 올려 자신이 갖고 있는 창업의 뜻을 물었는데 유독 지리산만이 반기를 들어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천천히 즐기면서 지리의 품에 안겨 보고자 여유를 부려본다. 짙은 숲길을 걷노라면 온 몸이 녹음에 물 드는 것 같고, 숲 향기도 더욱 상쾌하게 느껴진다. 녹음 속의 오솔길을 따라 산행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혼자 걷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걷는다. 10시 50분 세석 6.0km 이정표를 지나 계곡을 건너 본격적으로 등산로로 진입한다.
5분 정도 지나 국립공원 지리산 거림매표소를 통과하여 울퉁불퉁 돌 박힌 등산로를 따라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긴다.
등산로 왼쪽으로 계속 따라오는 거림골은 곳곳에 작은 폭포와 담을 간직하고 있어 시원함을 배가시킨다. 길 좋은 등산로가 계곡으로부터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어진다. 거림계곡은 세석평전에서 시작되는 거림골을 본류로 하여 연하봉과 촛대봉에서 발원한 도장골, 세석평전에서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한벗샘에서 발원한 자빠진골 등의 지류가 모여 형성된 커다란 계곡이다.
깊은 계류와 울창한 원시림을 따라 세석평전까지 8km에 이른다. 거림(巨林)이라는 이름처럼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하게 계곡을 메우고 있는데, 일제시대는 군수용으로, 8·15광복 후에는 땔감으로 마구 베어져 한때 벌거숭이 계곡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용천굴님과 은비님을 만난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했더니 웬만하면 같이 천왕봉까지 가자고 한다. 돌탑과 세석 4.7km 이정표를 지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천팔교 나무다리를 건너기 직전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잠시 쉬어간다.
철계단을 오르자 왼쪽 계곡에 조그만 폭포가 힘찬 물줄기를 뿜으며 시원함을 더한다. 곧바로 석문을 통과한다. 북해도교 나무다리로 계류를 건너자 세석 2.8km 이정표가 보이고, 등로는 계곡을 버리고 능선으로 이어지고 돌 박아 잘 정비한 가파른 오름길을 숨 헐떡이며 10분 정도 오른다.
12시 15분 거림 3.9km 세석 2.1km 이정표 옆에 조그만 샘이 보인다. 은비님이 떠 준 샘물이 목 줄기를 타고 시원하게 흘러내리며 갈증을 달래준다.
곧이어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5분 정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른다. 나무다리를 건너 15분 정도 진행하여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멀리 남해 삼천포가 희미하게 보이고 삼신봉을 비롯하여 내외삼신봉이 조망된다.
세석 1.3km 이정표를 지나고 세석교를 건넌 후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왼쪽은 의신(9.1km)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세석(0.5km)으로 가는 갈림길에 철쭉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며 산행객을 맞는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벽소령산장 (6.3km) 백무동(6.5km) 거림(6km) 장터목산장(3.4km)으로 갈린다. 대피소에는 점심식사를 하는 산행객들로 북적이고, 샘터에는 고등학생 한 무리가 수련활동의 일환인 해병대 체험 활동을 하느라 모두들 지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식수를 보충하고 촛대봉으로 향한다.
세석평전을 지난다.
촛대봉과 영신봉을 사이에 두고 완만한 경사로 넓게 펼쳐진 세석평전은 잘디잔 돌이 10만여 평에 걸쳐 광활한 평원을 이루고 있다해서 세석(細石)평전이다. 지리산 주능선에 자리잡고 있는 최대의 평원지대다. 이 평원은 신라 때는 화랑의 수련도장으로, 6·25 시절에는 빨치산의 활동이 심했던 곳이다. 영신봉과 병풍바위, 우리나라 일부 국립공원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경관과 어우러져 조용히 자리잡은 통나무 세석산장은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촛대봉과 영신봉을 사이에 두고 완만한 경사로 넓게 펼쳐진 세석평전은 잘디잔 돌이 10만여 평에 걸쳐 광활한 평원을 이루고 있다해서 세석(細石)평전이다. 지리산 주능선에 자리잡고 있는 최대의 평원지대다. 이 평원은 신라 때는 화랑의 수련도장으로, 6·25 시절에는 빨치산의 활동이 심했던 곳이다. 영신봉과 병풍바위, 우리나라 일부 국립공원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경관과 어우러져 조용히 자리잡은 통나무 세석산장은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13시 30분 촛대봉(1703m)에 도착한다. 멀리 천황봉이 한 눈에 빨려 들어온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30분 동안 달콤한 점심식사를 겸한 휴식을 끝내고 연하봉으로 향한다.
연하봉(1730m)에 도착한다. 촛대봉에서 50분 소요.
연하봉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사이로 고사목과 어울러져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세석대피소 2.6km 이정표가 보인다. 지리산은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신록의 지리산은 한 장의 아름다운 그림엽서이다.
연하봉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사이로 고사목과 어울러져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세석대피소 2.6km 이정표가 보인다. 지리산은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신록의 지리산은 한 장의 아름다운 그림엽서이다.
연하봉에서 10분. 촛대봉을 출발한지 1시간이 지나 장터목산장에 도착한다.
천왕봉의 자매봉인 제석봉의 남쪽능선 고갯마루에 위치한 장터목은 옛날 천왕봉 남쪽기슭의 시천주민과 북쪽 기슭의 마천주민들이 매년 봄·가을 이곳에 모여 장을 열고 서로의 생산품을 물물교환 했던데 서 붙여진 이름이다.
천왕봉의 자매봉인 제석봉의 남쪽능선 고갯마루에 위치한 장터목은 옛날 천왕봉 남쪽기슭의 시천주민과 북쪽 기슭의 마천주민들이 매년 봄·가을 이곳에 모여 장을 열고 서로의 생산품을 물물교환 했던데 서 붙여진 이름이다.
약 기운 때문인지 컨디션이 좋아졌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천왕봉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올라서면 제석봉(해발1808m)에 도착한다. 살아서 백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지리산 최대의 주목이 고사한 지대. 쓸쓸하고 황량한 광경이다. 벌목꾼들이 증거 인멸을 위해서 불을 질렀다고도 하고,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하여 주목 군락지대에 토벌군이 불을 질렀다고 한다. 아픈 역사가 스며있는 곳이다.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통천문(通天門)으로 들어간다. 신선들까지도 이 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는 전설이 전한다. 통천문을 통하여 하늘로 오르고 그 하늘은 천왕봉이다.
거림매표소에서 5시간.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선다. 은비님이 가장 먼저 천왕석 돌표지석을 부둥켜안고 입맞춤을 하며 감격해한다.
천왕봉 꼭대기의 표지석 앞면에는 '지리산 천왕봉'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1915m라고 쓰여 있으며 뒷면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쓰여 있다. 처음 이 비를 세우면서 '영남인의 기상'이라고 새겼는데 이것을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영남인'을 '한국인'으로 고쳤다고 한다.
남명 선생이 일찍이 "하늘이 울어도 아니 우는 뫼"로 지리산 영봉의 장엄함을 찬탄했듯 그 위용은 아직도 변함 없다. 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돌뿐인 정상 천왕봉은 수많은 봉우리를 거느리며 한반도 남쪽의 뿌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래서 정수리인 천왕봉은 하계(下界)에 있는 땅에게 하늘이다. 이러한 천왕봉에 전설이 전한다.
천왕봉에는 천녀(天女)가 내려와 살고 있었는데 엄천사의 법우화상이 그와 결혼하여 딸 여덟을 낳았다. 이 딸 여덟을 모두 무당으로 길러 조선 팔도에 보내 우리나라의 신앙과 무속을 다스리게 했다. 그 천녀가 죽은 뒤 천왕봉 밑에 할미당(성모사)을 세워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시간에 쫓겨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시계를 보니 16시 정각이다. 산에 오를 때는 등산화 끈을 좀 느슨하게 매고 내려갈 때는 조이도록 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중산리로 하산하는 이 길은 천왕봉에 이르는 제일 짧은 코스로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 길이 아주 또렷하다. 옛날 시인 묵객들은 대부분 이 길로 천왕봉을 올랐다고 한다. 천왕봉 천왕샘 개선문 법계사 로타리산장 문창대 망바위 칼바위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잘 다듬은 산길은 초등학생도 갈 수 있도록 잘 다듬어져 있다.
천왕샘(해발 1850m)이 보인다. 천왕봉 밑의 옹달샘, 바위틈에서 흐르는 물이 고여 있는 곳. 누군가 이곳 샘물 맛이 물 맛이라기 보다는 이슬 맛이라고 한다. 한바가지 떠서 마신다. 목줄기를 타고 시원스럽게 내려간다.
이곳 천왕샘은 서부 경남지역의 식수원인 남강댐의 발원지로 이곳에서 솟구친 물은 덕천강을 따라 흘러 남덕유산 참샘을 발원으로 하는 경호강과 만나 남강을 이루어 낙동강으로 흐른다고 한다.
천왕봉에서 20분 정도 내려서면 개선문(해발 1700m)이 보인다. 예전에 어느 초보 산꾼은 천왕봉에 다녀오면서 개선문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처럼 생겼을 것으로 상상했나보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0.8km
천왕봉에서 1시간 내려와 법계사에 도착한다. 자연석 위에 반듯이 세워진 3층 석탑(보물473호)은 인공 석탑으로 보기보다는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자연이 빚어낸 돌탑으로 여겨진다. 석탑과 석탑을 받치는 바위는 이끼로 뒤덮여 마치 태초부터 함께 빚어진 것처럼 보인다. 바위 높이 3.6m, 탑 높이 2.5m의 비교적 크지 않고 간결한 탑이지만 풍기는 인상은 신비스럽고 강력하기까지 하다. 삼층석탑 이외에는 다른 사찰의 그것들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산신각과 칠성각이 좀 특이하다.
박문수 어머니가 법계사에서 주목껍질을 벗겨서 즙을 짜서 밥을 지어먹고 즙으로 목욕을 하면서 천일기도를 올렸는데 정성이 지극해 부처의 어머니인 문수보살이 아들을 하나 주겠다 해 자식을 얻어 키운 아들이 바로 박문수라고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문수란 이름도 문수보살을 의미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전한다.
법계사가 흥하면 일본이 쇠하고 일본이 흥하면 법계사가 쇠한다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왜놈들이 법계사를 자주 침범했다 한다.
문창대에서 뒤돌아보면 법계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망바위(해발1068m)까지 30분 정도 내려서고, 장터목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 곧바로 출렁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칼바위가 보이고 지리산으로 사라진 허우천선생의 비석이 있는 자연학습원 갈림길까지 약간 지루한 길이 계속된다. 두류동 주차장에서 약 8시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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