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꾼들을 통로까지 가득 태운 산악회 버스는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를 힘차게 30분 정도 달리고 황간휴게소에서 약 20분 정차한 후 5분 정도 더 진행한 다음 황간요금소를 빠져나간다.
9시 20분 괘방령에 도착한다. 괘방령은 충북 영동군 매곡면과 경북 김천시 대항면의 경계로 906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9시 25분.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마치고 들머리로 올라선다.
겨울산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주위를 둘러봐도 잎을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와 바람소리뿐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분. 가성산(해발 716m)에 도착한다. 앙증맞은 정상표지석이 헬기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숨을 고르고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옛날 지게꾼들이 걸었을 법한 오솔길을 따라 7-8분 뚝 떨어졌다가 곧바로 오르막길을 숨가쁘게 치고 올라 장군봉(616m)에 닿는다.
장군봉에서 눌의산으로 가는 길은 능선을 이어간다. 가성산을 출발한지 약 1시간이면 눌의산(743.3m)에 닿는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고 삼각점(영동22)이 박혀 있으나 정상 표지석은 없고 대신 둘 산악회에서 만들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코팅표지판이 바람에 나부낀다. 지나온 가성산이 시원스레 조망되고 추풍령이 발아래다. 경부고속도로가 한 눈에 조망된다.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컵라면에 약밥이 겨울 산행시 점심 메뉴다.
12시 15분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추풍령을 향해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4-5분 진행하면 또 다시 헬기장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30분 정도 내려서면 포도밭이 보이고 짚차가 지날 정도의 넓고 평탄한 길로 바뀐다.
잘 가꾼 10여기의 묘지에서 뒤돌아보니 눌의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작은 공원처럼 조성된 묘지를 지나면 곧바로 경부고속도로와 만난다. 지하통로 오른쪽으로 100여m 떨어진 지점에 추풍령휴게소가 보이고 대간길은 지하통로를 지난다. 포도밭 사이로 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교각 아래를 지나서 철도 건널목을 건너 마을을 지나면 4번 국도상의 추풍령삼거리이다.
추풍령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秋風嶺面)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鳳山面)의 경계로 해발 221m의 비교적 높지 않은 고개로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이 고개는 예로부터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임진왜란 때에는 군사적 요충지로 의병장 장지현(張智賢)이 의병 2천 명을 이끌고 왜군 2만 명을 맞아 물리친 뒤, 다시 밀려온 4만 명의 왜군에게 패하여 장렬하게 전사를 한 곳이다. 조선시대 때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은 이 고개를 넘어가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고 해서 이 고개를 넘지 않고 괘방령으로 돌아서 넘었다고 한다.
4번 국도에서 오른쪽 김천 방면으로 200여m를 걸어가면 추풍령 표석이 나온다. 88서울올림픽 성화봉송을 기념해 만든 돌에는 가수 남상규의 그 유명한 노랫말이 새겨져 있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구비마다 한 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보는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
추풍령에서 금산(384m)으로 가기 위해서는 추풍령 표석 건너편 힐튼장모텔 오른쪽으로 좁은 길을 따라 진행하여 커다란 포도 비닐하우스 끝에 대간표지 리본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경사진 능선을 오른다.
약 20여분을 오르면 금산에 닿는다. 금산은 반쪽 산이다.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왼쪽으로는 낭떠러지의 채석장으로 오금이 저릴 정도로 깎아지른 절벽이다.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과 밧줄로 얽어놓아 참혹한 모습이다.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백두대간의 허리를 무참히 훼손시킨 현장이다.
금산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왼편으로 내려다보이는 추풍령은 마을 전체가 고요하고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추풍령 저수지는 동면중이다.
대간길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내려섰다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502봉을 지나고 완만하게 오르내리며 간간이 잡목 숲을 뚫고 이어져 나아간다.
가파른 오르막길 7-8분 헉헉대며 오르면 453.7봉에 도착하고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며 무궁화 석물이 박힌 학생해주오씨 묘를 지나고도 평평한 능선길은 계속된다.
3시 5분. 사기점고개에 닿았다. 이 고개 남쪽의 김천시 봉산면 사기점리는 옛날 사기를 구워 팔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개 이름이 사기점고개다. 둘 산악회에서 해발 390m 사기점고개 표지를 코팅하여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다.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사기점고개에서 20분 정도 진행하면 난함산(733.4m)으로 오르는 시멘트 포장길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백두대간 종주 자료에는 난함산(卵含山)이 묘함산(卯含山)으로 표기돼 있다. 난함산 정상에는 한국통신의 무선통신 중계소가 있는데, 그 이름도 난함산 중계소이다.
묘함산 중계소를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시멘트 포장길을 10분 정도 내려서면 도로 오른쪽으로 대간 표지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려 펄럭인다. 굳이 이 길을 고집하지 않고 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해도 다시 만난다.
표지기를 따라 왼쪽 숲속으로 들어선다.
3시 50분 현대식 건물로 잘 지은 도립김천 노인전문병원이 보이는 작점고개로 내려서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
원래 이곳은 충북 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어 경상도 땅 여덟 마지기 전답에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여덟마지기고개라고 불렀는데, 최근엔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인근 작점마을의 이름을 따서 ‘작점고개’라 부른다고 한다.
작점고개 위로는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의 4번 국도와 경북 상주의 3번 국도를 연결하는 지방도가 지난다.
능치 쉼터 정자 앞에 주차된 버스에 올라 배낭을 벗어놓고 총무가 건네는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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