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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조각맞추기

20. 덕산재-삼도봉-삼마골재

⊙산행일시 : 2005년 10월 23일(일)
⊙산행코스 : 덕산재-부항령-삼도봉-삼마골재-물한계곡-한천주차장


가을이 깊어간다. 아침이면 하얗게 서리 내린 마당에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떨어져있고, 잎이 진 감나무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잘 익은 붉은 감들이 더욱 선명하다. 실로 오랜만에 백두대간 조각 맞추기에 나선다.

 

빈 좌석 없이 대간꾼들을 가득 태운 버스는 남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하여 대진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인삼랜드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20분을 더 진행하여 무주톨게이트로 빠져나간다. 후회전하여 19번 국도와 30번 국도를 타고 설천면소재지를 지나고, 옛날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맞대고 대치했다는 나제통문을 통과하면 삼도봉(해발 1,177m)과 대덕산(해발 1,290m)에서 흘러내리는 남대천을 따라 덕산재로 길이 이어진다.

 

40분간 진행하여 30번 국도 상에 위치한 덕산재에 도착한다. 정감록을 보면 삼재를 피할 수 있는 십승지 가운데 하나로 무풍을 꼽고 있다. 그처럼 길지로 꼽히는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와 김천시 대덕면 덕산리의 도 경계에 있는 고개가 덕산재다. 고개의 높이는 해발 644m. 국도가 아스팔트로 포장되기 전 덕산재의 본 이름은 주치였다고한다. 아직도 경상북도 쪽인 대덕면 덕산리에는 주치마을이라는 이름이 남아있어 옛 지명을 확인할 수 있다.

 

9시 25분 간단한 산행준비를 마치고 산행 들머리로 들어선다. 처음부터 오르막길이다. 17-18분 오르면 나뭇가지에 매달린 대간꾼들의 수많은 표지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왼쪽으로 방향이 꺾이면서 낙엽 쌓인 평탄한길이 이어진다. 가을 느끼기기에 더 없이 좋은 부드러운 산책로를 따라 15분 정도 걷다보면 갑자기 뚝 떨어지는 내리막길이다. 1-2분 정도 내려서고 이어서 오르막길을 오른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를 즈음 어느덧 오르막길은 끝이 나고 부드러운 길로 바뀌고 1시간 삼각점을 지난다. 덕산재에서 1시간 소요.

 

 

홀로 걷는 호젓한 산길에 나뭇가지 사이로 파고들은 아침햇살과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 그리고 가을 바람이 동행해 준다. 

 

10시 45분. 858봉 헬기장에 올라서자 개념도상에 970봉과 1030봉인 듯한 커다란 봉우리 두 개가 눈앞에 나타난다.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서자 오른쪽 산 아래로 포장도로가 보이고  부항령(삼도봉터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 안부에 닿는다. 3분 정도 오르면 완만한 길 이어지고 970봉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앞서가던 선두 일행이 쉬어가라며 배 한 조각을 건넨다. 산에 오면 느낄 수 있는 나눔의 정겨움이 참으로 좋다. 턱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달성서씨 묘를 지나면서부터는 더욱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970봉에 닿는다. 눈앞에 보이는 1030봉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 지체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가파른 내리막길 3-4분 내려서고 헬기장이 있는 1030봉을 향해 오른다. 10분 정도 올라서면 11시 42분 1030봉 헬기장에 도착한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가을 하늘과 오색 물감을 뿌린 듯 가을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보여주며 부드러운 능선이 꿈틀거리며 다가온다.

 

 

내리막길로 들어서자 잡목이 조망을 가린다. 5분 정도 내려서면 곧바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2시 10분. 1170봉이 보이는 안부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라면을 끓이고 누군가 따라 준 술 한 잔이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리자 온 몸에 온기가 전해진다. 음식을 함께 나누고 정을 함께 나누고 그렇게 백두대간 종주 팀의 추억은 쌓여간다.  

 

 

12시 50분 다시 길을 나선다. 잠깐 내려섰다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며 1170봉을 향해 오른다.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함을 만끽하고, 대간 길이 늘 그렇듯 반복되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거친 숨을 토해내며 1170봉에 올라선다.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에서 이 곳까지 지나온 백두대간의 능선들이 굽이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멀리 석기봉과 민주지산 정상이 눈에 들어오고, 합천 가야산과 수도산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방으로 막힘 없이 시야가 확 트여 시원스럽다. 

 

 

물 한 모금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5분 동안 휴식을 하고 4분 정도 진행하자 무풍304 삼각점 이 보인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서고 훼손지에 놓여있는 나무통로를 지난다.

 

 

역광의 가을 햇살에 눈부신 억새가 나부끼며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멋진 가을 풍경을 연출한다. 갈색으로 채색된 산 아래는 가을이 깊어 가지만 주능선은 벌써 겨울로 접어들었다.

 

 

1170봉을 떠난 지 30분. 드디어 멀리 삼도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리막길을 내려서고 이어지는 평탄한 길을 따라 15분 정도 진행한 다음 오르막길을 3-4분 치고 오르자 석기봉과 삼도봉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다가선다.

 

 

산행을 시작한 지 5시간. 오른쪽 해인리(0.5km) 삼도봉(0.5km) 왼쪽 삼도광장(3km)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뒤돌아보니 걸어온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직진하여 완만한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진행하여  삼도봉에 도착한다.

 

 

삼도봉의 삼도는 충북(영동군) 경북(김천시) 전북(무주군). 남한의 백두대간에는 ‘삼도봉’이 세 개나 된다. 지리산 삼도봉(날나리봉·1490m)과 대덕산 삼도봉(초점산·1250m), 그리고 이 곳 삼도봉. 삼도봉은 경상 전라 충청 등 세 지역의 경계이고 삼한시대에는 마한 진한 변한의 경계였다니 삼도봉 가운데서도 으뜸이라 할 만하다. 정상에는 "화합탑"이 삼도를 상징하는 거북과 용,검은 여의주로 만들어져 동서화합을 염원하고 있다. 매년 10월 10일엔 삼도의 산악인과 주민들이 올라와 제를 지내며 화합을 기원하는 행사를 연다고 한다.

 

 

10분간 휴식하고 긴 나무계단을 따라 삼마골재로 내려선다. 삼도봉에서 10분 정도 소요된다.

 

 

능선 따라 계속 직진하면 밀목재(2.1km)로 이어지는 대간 길이고 오른쪽은 해인리 마을로 내려서는 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물한계곡으로 탈출한다.

 

나무의자가 놓여있는 쉼터를 지나고 내리막길은 돌길로 변한다. 가을이 깊어 가는 길은 아름답고도 쓸쓸하다.

 

 

다채로운 빛깔로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웬지모를 고독감과 허전함이 가슴을 파고든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해마다 반복되는 게절의 변화이건만...


어저면 그것이 가을, 특히 소슬한 갈바람에 쇠잔해진 낙엽이 비처럼 흩날리는 만추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석기봉으로 오르는 길과 만나고 쭉 뻗은 잣나무 숲을 지나 황룡사입구에 도착한다. 황룡사는 화려한 단청을 뽐내고 있다.

 

 

16시 정각 한천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이 완료된다.

 

버스에 올라 배낭을 벗어놓고 물한계곡에서 족탕을 하며 산행을 피로를 씻어낸다. 컵라면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휴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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