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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조각맞추기

18. 중재-육십령

2005년 5월 22일 (일)

대진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산악회 버스는 덕유산 휴게소에서 10여분간 정차하고 다시 질주하여 장수요금소를 빠져나가 삼거리에서 좌회전 19번 국도를 타고 남원방면으로 진행한다. 번암초등학교 입구에서 좌회전 743번 지방도로를 타고 지지리로 향한다.


10시 10분. 지난 구간 하산지점에서 하차하여 곧바로 중치를 향해 오른다.



물오른 싱그러운 숲을 헤치며 20분 정도 오르자 중치(중재)에 닿는다. 고갯마루에서 왼쪽 백운산으로 향하는 대간 초입에는 대간꾼들의 표지리본들이 수 십개 걸려 있다. 아름드리 정자나무를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소나무 숲을 오른다. 오른쪽 목장의 철조망을 따라 진행하면 멀리 중재마을이 보인다. 중재에서 30분이면 중고개재(755.3m)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중재 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왼쪽으로 번암면 지지리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다. 중고개재에서 백운산을 향하는 길은 내리막으로 시작된다. 높은 산을 앞에 두고 고도를 깎아먹는 내리막길은 약간 짜증스럽다. 15분 정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로 바뀐다. 턱밑까지 차 오르는 가쁜 숨을 토해내며 힘겹게 오르기를 20분. 전망이 탁 트이면서 조망이 좋은 바위에 닿는다. 장안산에서 시작되는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길을 이어간다. 잠시 경사가 숨을 죽이다가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백운산 정상 바로 밑 헬기장 곳곳엔 산행객들의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가 뒤섞여 왁자지껄하다. 왼쪽이 전북 장수군이고 오른쪽이 경남 함양이다. 12시 정각. 백운산(1278.6m) 정상에 도착한다. 월경산과 봉화산 등 지나온 백두대간의 능선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지리산 조망안내도에 따라 멀리 지리산 천왕봉에서 반야봉으로 뻗어나가는 장쾌한 능선이 뚜렷이 확인된다. 그 앞쪽에는 바래봉에서 고리봉, 만복대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선명하다.




매달 백두대간 산행이 횟수를 더하면서 낯익은 얼굴의 반가운 님들이 건네는 과일을 먹으면서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앙증맞은 정상 표지석 왼쪽으로 이어진다.



키높이 자란 산죽나무 오솔길을 지나면 산새들이 지저귀는 걷기 좋은 부드러운 육산의 호젓한 산길이 선바위고개까지 계속 이어진다.




백운산에서 한 시간. 이정표가 서 있는 선바위 고개(1040m)에 도착한다. 왼쪽은 영취산을 거치지 않고 무령고개(0.7km)로 내려서는 길이고 영취산(0.4km)은 그대로 직진하여 소나무를 잘라 만든 계단을 오른다.



5분 후 영취산(1076m)에 닿는다. 삼각점이 박혀 있고 장수군에서 설치한 안내판에는... 
"백두대간은 이 나라 골격의 틀 중에 가장 장대하고 당당한 산줄기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길게 연결되어진 장대한 산줄기로 그 길이는 약 1800km이나 남한에서 종주할 수 있는 거리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진부령까지 약 670km이다. 이곳 영취산은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 정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며 동쪽으로는 낙동강, 서쪽으로는 금강,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흐르는 3강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고 적혀있다.




서쪽으로 무령고개를 넘어 남서쪽으로 장안산을 지나 주화산에 이르는 금남호남정맥은 그곳에서 다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갈라진다. 


선두로 치고 나선 대평마루님과 한규동님이 점심식사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때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왼쪽 무령고개로 향하는 하산길로 몇 사람이 들어서고, 백운산에서 간식을 나누었던 일행이 도착하여 함께 정상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무령고개 정자가 눈에 띤다. 무령고개는 일명 무룡고개로도 불린다.‘춤추는 용’이란 뜻을 가진 무룡(舞龍)고개는 백두대간에서 갈라지는 금남호남정맥이 막 시작하는 용머리 부분을 타고 넘는다. <장수군지>에는 장안산을 백두대간의 8대 종산이자 지리산에 앞서는 호남의 진산이라고 적고 있다. 용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금남호남정맥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14시 7분 왼쪽으로 논개 생가로 향하는 희미한 갈림길에 대전 산꾼들이 설치한 조그만 아크릴 안내판이 보인다. 그대로 직진하여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육십령으로 향한다. 10분 정도 지나면 암봉인 서덕운봉에 도착한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달래고 잠시 조망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



산행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오름과 내림의 연속이며 그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부드러운 산길을 따라 다시 20분. 민령에 닿는다. 소나무에 대간꾼들의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려 바람에 나부낀다. 키높이 자란 조릿대가 얼굴을 할퀴며 진행을 방해한다.


15시 5분 말궁굴재에 닿는다. 논개생가 2km 영취산 6.5km 육십령 6.5km 이정표가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것을 누군가 땅에 가지런히 박아 놓았다. 왼쪽(장수)은 논개 생가로 내려서는 길이고 오른쪽(사상)은 옥산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5분 정도 진행하면 977봉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대진고속도로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15시 25분 북바위에 도착한다. 수 십길 절벽인 이 바위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니 그 동안 내내 나뭇가지 때문에 답답하던 조망이 탁 트이며 가슴까지 후련해진다. 영취산과 백운산이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바위로 조망이 참으로 좋은 곳이다. 산아래 왼쪽으로 논개사당이 눈에 들어오고 저수지가 시원스럽다.



곳곳에서 더덕냄새가 코를 진동하고 등산로 주위 숲 속에는 곰취와 고사리 등 산나물이 지천이다. 일행들은 더덕을 캐고 산나물을 채취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인기척 없는 산길을 혼자 걷는다. 억새밭 사이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지나 산행을 시작한지 6시간이 지난 시각. 깃대봉(1014.8m)에 도착한다. 조망안내도와 정상표지판이 반긴다. 눈앞에 할미봉이 우뚝하고 그 뒤로 서봉과 남덕유산이 형제처럼 나란하다. 깃대봉은 그 모습이 깃대처럼 뾰족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곧바로 헬기장으로 내려선다. 주위에 만개한 철쭉이 여기저기서 고운 자태를 뽐내며 눈을 즐겁게 한다. 길은 양쪽으로 갈라졌다가 깃대봉 샘터에서 만난다.



깃대봉에서 10분 정도 지나 깃대봉샘터에 도착한다.
"우리는 한 모금의 약수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합시다"라는 글귀가 정겹다.




물 한 바가지 떠서 갈증을 달랜다. 한 동안 계속되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나면 완만해지고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로 바뀐다.



17시 정각. 육십령휴게소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 





봉고를 이용하여 먼저 대전으로 출발한다. 충무체육관 앞에서 둔산동까지 승용차로 태워다 주신 산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