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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월봉산-금원산

2005년 9월 4일 일요일 (흐리고 비)


산행코스 : 남령재∼월봉산∼큰목재∼수망령∼금원산∼동봉∼유안청폭포∼자운폭포∼금원산자연휴양림주차장

 

바람, 바람이 소매를 잡아끈다. 남은 것은 이제 우리뿐이라고.  9월의 첫 번째 일요일 아침, 산을 사랑할 시간이 왔다. 진한 사랑을 저지르기 좋은 가을이 와 있다.

 

 

8시 30분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하여 40분을 달린 버스는 덕유산 휴게소에서 약 20분간 정차한다. 차장을 때리는 빗방울이 심난하게 한다. 휴게소 화장실 뒤쪽 쉼터에 서면 가을이 익어 가는 농촌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롭다.

 

 

15분을 더 진행하여 서상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자 곧바로 26번 국도상의 삼거리이다. 오른쪽은 금원산 자연휴양림(37km)가는 길로 약 35분 소요된다. 좌회전하여 서상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중남삼거리에서 덕유산 국립공원표지판이 보이는 오른쪽 길로 들어서 진행한다. 남덕유산 등산기점인 영각사와 황점마을 가는 길이다.


10시 정각. 월봉산 이정표가 보이는 남령에 도착한다.

 

 

우비를 챙겨 입고 지체 없이 오르막길을 치고 오른다. 처음부터 가파르고 험한 길은 아니지만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길이며 지루하도록 인내심을 요구하는 그런 길이다. 숨가쁘게 15분간 치고 오르자 능선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평탄한 길을 잠깐동안 진행하면 길은 곧 가팔라지면서 한 번 더 오르기를 강요한다.


10시 25분. 봉우리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1-2분 진행하자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7-8분 동안 내려서면 나뭇가지에 매달린 수많은 표지기가 오른쪽으로 안내한다. 오르막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이정표가 반긴다. 오른쪽은 칼날봉 가는 길이고, 월봉산정상(2.2km)은 왼쪽 길이다. 바위틈 사이로 나 있는 좁은 길을 통과하고 바위릿지를 따라야 하므로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진행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10분 정도 진행하면 남령재(1.6km)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을 시작한지 55분. 쉬기 좋은 바위 쉼터에 도착한다. 눈앞엔 온통 시야를 가리는 얄미운 운무뿐 조망은 전무하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달래고 5분간 휴식을 취한 후 키높이 자란 잡목을 헤치며 오솔길을 따라 10분 정도 진행하자 남령재 2.2km 월봉산정상 1.2km 이정표가 보인다.

 

 

다시 10분 정도 진행하면 암릉길이다. 막힘 없이 탁 트인 곳이지만 짙은 안개로 조망이 없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잠깐 동안의 오르막길은 월봉산 0.8km 이정표를 지나면서 부드러운 능산로가 이어지는 듯 하다가 가파른 오르막길로 바뀐다. 턱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5분 정도 오르고 물 한 모금으로 숨을 고른 다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속 오른다. 정상이 코앞인 듯한데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길은 더욱 가팔라진다. 5분간 오르면 월봉산 정상 0.5km 이정표가 보이고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11시 53분. 삼각점과 앙증맞은 표지석이 있는 월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월봉산의 전망은 특히 기암으로 되어 있는 북쪽 주능선의 전망이 장관이다. 날씨만 좋으면 바라보는 조망은 정말 멋진 풍광일텐데 온통 운무로 덮여 또 한번 아쉬움만 남긴다.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기고 길을 재촉한다.


산죽 사이로 난 좁은 등산로는 헬기장을 지나면서 내리막길이다. 잡목이 하늘을 가려 답답하다. 20분간을 내려서면 큰목재에 닿는다. 북쪽 월성리나 남쪽 남리 방면으로 모두 뚜렷한 갈림길이 형성되어 있는 큰목재는 넓은 억새군락을 이루고 있어 날씨만 좋다면 한참 쉬었다 가도 좋은 곳이다. 왼쪽길은 임도를 따라 수망령으로 이어지고 직진하면 거망산으로 이어진다.

 

 

큰목재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내려서는 일행과 헤어져 혼자 거망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등로는 산죽이 물을 잔뜩 머금고 나그네의 발걸음을 적시는데 이미 찌걱거리는 등산화 속 발은 불어터지고 걷기가 거북스럽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과 만난다. 오른쪽은 거망산정상(5.5km)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수망령(1.5km)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수망령으로 향한다. 길은 10여분간 내리막길과 평탄한 길이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13시 정각. 나무계단을 내려서 수망령에 도착하니 때마침 임도를 따르던 일행이 도착한다. 수망령은 월성마을과 옛 안의의 심진동을 넘나들던 고갯길로 가뭄이 들면 이곳 주민들이 맨 먼저 이곳에서 비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해서 수망령(水望령) 또는 물바라기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남쪽부터 황석산(1,190m)∼거망산(1,184m)∼금원산∼기백산(1331m)의 1천m가 넘는 고산들이 에워싼 용추계곡 일대는 한국전쟁 직후 빨치산의 은거지로 이용되었을 만큼 골이 깊고 숲이 빽빽하여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임도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식사를 하는 사이 땀이 식으니 추위가 느껴진다. 30분간의 달콤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벗어 놓았던 우비를 다시 입고 나무계단을 올라 금원산으로 향한다. 오르막길을 천천히 7-8분 올라서면 부드럽고 평탄한길이 이어진다.

 


 

10여분을 더 진행하면 수망령 1.5km 금원산정상 1km 이정표가 보이고 이곳부터는 점점 고도를 높이며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15분 정도 진행하면 갈림길이다. 이상하게도 표지기가 보이지 않는다. 보다 뚜렷한 오른쪽 길로 들어서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3-4분 정도 오르자 금원산 정상 0.6km 이정표가 보이고 길은 평탄해진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5분 정도 올라서자 금원산 정상에 닿는다. 수망령에서 약 50분 정도 소요.

 

 

때마침 간간이 뿌리던 가랑비도 그치면서 주위를 잔뜩 뒤덮였던 운무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니 주위에 감추었던 산들이 하나하나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금원산의 본디 이름은 「검은 산」이다. 옛 고현의 서쪽에 자리하여 산이 검게 보인데서 이름하였다. 금원산(金猿山)이란 이름은 옛날 이 산에 살던 금빛 원숭이를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잡아 가두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금원산의 정상은 300여m 거리를 두고 동봉(東峯1,335m)과 서봉(西峯 1352.5m) 두 개의 봉으로 솟아 있다. 서봉이 20여m 높아서 서봉을 금원산의 정상이라 일컬으며, 동봉에는 없는 정상 표지석도 서봉에 2개나 서 있다. 기념 사진을 한 장 남기고 하산길로 들어선다.

 

 

금원산에는 이름난 두 골짜기, 성인골(聖人谷) 유안청(儒案廳)계곡과 지장암에서 유래된 지재미골이 있으며, 이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상천(上川)리에서 합수하여 상천(上川)이 되어 위천면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갈림길에서 지재미골 관리사무실 이정표가 서 있는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들어서 동봉으로 향한다. 2분 후 헬기장을 지나고 언덕을 오르면 곧바로 동봉에 닿는다. 서봉에서 동봉에 이르기까지 정상 일대에는 큰 나무가 거의 없다. 동봉의 산정은 정상 부분만 암릉이다.

 

 

이곳에서 유안청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두 길이다. 오른쪽 길을 택하면 유안청 계곡을 따라 유안청 폭포에 닿는다. 소설 <남부군>에서 '5백여명의 남부군이 남녀 모두 부끄럼도 잊고 옥같은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알몸으로 목욕을 했다'는 골짜기다. 직진하면 가파른 내림길로 유안청폭포까지는 2.1km이다. 직진하는 코스를 택한다. 경사가 꽤나 가파르고도 먼 길이다. 쉼없이 40분을 내려서면 임도에 닿고 임도를 가로질러 유안청폭포로 향한다. 가까이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15시 30분. 유안청 1폭포에 도착한다. 소에 담긴 물은 차고 깨끗하다.

 

 

유안청폭포의 본디 이름은 가섭도폭이었다. 옛날 금원산에 자리한 가섭사에서 비롯된 것을 조선시대에 지방 향시를 목표로 공부하였던 유생들의 공부방인 유안청이 자리해 유안청폭포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유안이란 유생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유안청 폭포는 높이 80m의 직폭인 제 1폭포와 길이 190m의 와폭인 제 2폭포로 나뉘며  120m거리 떨어진 유안청 2폭포는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 아래에서 시작된다. 제 2폭포는 비스듬히 펼쳐진 장대한 암반을 타고 물길이 흘러내리는데, 폭포의 물줄기보다도 암반이 더욱 장관이다. 부서지던 수맥이 마지막 포말을 뿌려댄다.

 


 

10분 정도 더 내려서면 포장도로에 닿는다. 100m 정도 이동하면 매점이 있고 왼쪽길로 접어들어 산막을 지나고 계곡을 가로지른 멎진 목재다리를 건너면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와 만난다.

 

 


 

왼쪽으로 자운폭포가 눈길을 끈다. 붉은 빛깔을 띤 화강암을 깔고 쏟아져 내리는 물결모양이 마치 노을 바탕에 흰 구름이 떠 흐르는 것 같다하여 자운폭포라 부른다. 걸음을 멈추고 폭포로 가까이 다가가 디카에 담는다.


 

16시 10분. 주차장 도착하여 6시간 10분 동안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버스에 올라 배낭을 벗어놓고 여벌옷을 챙겨 선녀담으로 달려간다. 선녀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목욕을 하던 자리였다는 선녀담은 아기를 못 낳는 여자가 이 소에서 목욕을 하고 소원을 빌면 아기를 낳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옷과 등산화에 묻은 진흙을 털어 내고 얼굴에 땀을 씻어내니 기분이 상쾌하다. 권사장님이 챙겨주는 컵라면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에 기분 좋은 나른함이 전신에 퍼지며 행복감이 밀려온다.


산은 심술궂다. 내가 바라는 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산하고 나니 날이 개는 건 또 뭔가. 심술로 부족하여 약오르게 하자는 것인가. 그러나 산한테 푸념할 처지가 아니다. 억수로 비를 내리게 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않은가.

 


 

17시 20분 버스는 대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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