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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주작산-덕룡산 종주

2005년 4월 16일 (토)

산행코스 : 오소재-작천소령(난농장)-덕룡산-서봉-동봉-소석문(17.5㎞)


가는길 스케치...

7시 20분 서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한 산악회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를 약 1시간 가량 질주하고 정읍녹두장군 휴게소에서 약 20분간 정차한다.


9시 정각 광주톨게이트를 빠져나가 13번 국도를 타고 목포·나주 방면으로 향한다. 30분 후 나주시를 지난다. 도로 옆 과수원에는 활짝 핀 하얀 배꽃이 화사함을 뽐내며 눈을 즐겁게 한다. 계속 13번 국도를 타고 해남·영암방면으로 진행한다. 영암 땅으로 들어서자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빼어난 골격미를 갖춘 월출산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라남도 강진 땅은 월출산 남쪽 자락에서 시작된다. 월출산을 지나면 낮은 산과 기름진 들판이 남도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나서는 바다와 어울린 산과 들판의 화창한 모습이 펼쳐진다. 강진은 '남도 답사여행의 일번지'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10시 10분 2번 국도로 갈아타고 강진으로 향한다. 5-6분지나 남포교차로에서 다시 18번 국도로 갈아타고 해남방면으로 달리다가 10분 후 게라삼거리에서 55번 지방도로로 바꿔 타고 15분 정도 달려 분기점에서 827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산행...

10시 45분 두륜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남 오소재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귀연산우회 로즈마리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산행 들머리에는 지도로 된 주작산 등산안내도가 보이고 이정표가 서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10여분 지나 첫 번째 밧줄구간에서 약간 정체된다. 봉우리를 올라서자 남해바다 강진만을 앞에 두고 병풍처럼 펼쳐지는 바위 봉우리들이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다. 산행이 끝이 날 때까지 남해바다는 나그네의 눈길을 벗어나지 않고 동행한다.

 

11시 25분 숨가쁘게 봉우리에 올라서자 진달래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하는 암능으로 이어진 능선이 나타난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쉽게 걸음을 떼지 못하고 연신 셔터를 누른다.


8-9개 암봉으로 이어져 작은 공룡으로 불리는 이 구간은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연상케하며 기암괴석이 갖가지 모습으로 날카로운 암봉과 암릉을 이루면서 바위전시장이 되어 보는 이들을 경탄케 한다.

 

비록 높이가 430m 안팎의 산이지만 그 독특한 산세와 연장 5km가 넘는 암군은 아기자기한 묘미가 있고 전망이 좋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바위 사이에 핀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소품의 역할을 하고, 암봉 곳곳에는 마치 분홍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참꽃이 수를 놓았다. 봄내음 물씬 나는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넋을 놓고 바라본다. 


암릉구간이 끝나는 곳에 임도가 보이고 그 뒤로 이어지는 육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손짓한다. 탁 트인 해안선과 드넓은 간척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암릉과 더불어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12시 25분 ‘해남 25, 1990 복구’라고 쓴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20여분 지나 조그만 석문을 통과하고 동백나무군락지 그늘 아래에서 자리를 잡고 김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길을 재촉한다.


남자의 성기를 닮은 커다란 남근석이 눈길을 끈다. 남근석 바로 위에는 집채만한 사랑바위가 사랑을 나누고 있다.


13시 30분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주작산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고 왼쪽은 덕룡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주작산(朱雀山) : 주작(朱雀)은 붉은 봉황(鳳凰)을 뜻하며, 풍수지리에서는 주조(朱鳥)라고도 불리는 신비스러운 새다. 주작산은 산세가 주작을 닮아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주작산은 이름에도 풍기듯이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듯한 형상을 지닌 산이다. 봉황의 머리부분에 해당하는 지점이 최고봉으로 우측날개 부분은 해남 오소재로 이어지는 암릉이며 좌측날개는 덕룡산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산의 능선은 설악의 공룡능선을 방불케하며 강진만과 어우러지는 다도해의 풍경이 장관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5분 정도 곤두박질하듯 급경사를 내려가면 작천소령 사거리안부다. 임도가 뚫려 있는 작천소령에는 양란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다.


'소석문 7.3km' 이정표가 있고 표지리본이 어지럽게 나붙어 있는 길로 들어서 억새 밭이 넓게 펼쳐진 부드러운 능선길을 천천히 오른다.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20분 정도 오르자 덕룡산 정상에 닿는다. 사방으로 기암과 절벽을 이룬 바위봉이 장관이다.


14시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산세가 특이하다. 왼쪽은 육산이고 오른쪽은 골산이다.


강진만의 푸른 물결이 청명한 햇살에 잔잔히 부서지고 덕룡산과 바다 사이의 넓은 들판이 평화롭다. 청명한 날씨 덕분에 장흥의 제암산과 천관산을 비롯하여 주변의 산들이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헬기장을 통과하고 20분 정도 진행하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첨봉(0.15km)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서봉(1.98km)으로 이어진다. 험준한 암릉은 여전히 넓은 들판과 강진만을 평화롭게 끌어안고 있다.


기암절벽이 계속되는 암봉속에는 부처님도 있고, 사자얼굴도 있으며, 염소 머리도 있다. 자연이 빚어낸 위대한 조각품들이 거대한 바위 봉우리의 소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첫 번째 암봉은 우회하고 두 번째 암봉을 오른다. 낭떠러지 절벽에 매여있는 밧줄에 의지하여 5분 정도 기어오르면 암봉 정상에 닿는다. 막힘 없는 조망이 가슴속까지 후련하게 한다.


급하게 먹은 점심이 배탈이 낳는지 뱃속에서 전쟁을 일으킨다. 상비약으로 준비한 소화제를 복용하고 그늘에서 잠시 안정을 찾는다.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앵무새바위가 눈길을 끈다. 


15시 15분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수양리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보이고 코앞에 쌍둥이 같은 두 개의 바위 봉우리가 우뚝 서 위용을 자랑한다. 정상인 서봉(0.4km)과 동봉이다. 


갈림길에서 15분 진행하여 덕룡산 서봉(432.9m)에 닿는다. 앙증맞은 서봉 표지석이 반긴다. 동봉(0.28km)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선다.


만덕산에서 석문산을 거쳐 이곳 덕룡산까지, 그리고 해남 두륜산까지 꿈틀거리며 달려가는 암릉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다시 15분 후 덕룡산 동봉(420m)에 도착한다. 이곳에도 앙증맞은 표지석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고 소석문 3km 이정표가 서 있다.


바위가 여러 가지 변화를 이루고 있는 동봉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 볼 때보다 훨씬 웅장하다.
덕룡산은 산이 반드시 높이에 따라 산세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산이다. 해남 두륜산(703m)과 한줄기로 이어져 있는 덕룡산은 높이래야 해발 400m를 가까스로 넘지만, 산세만큼은 해발 1,000m 높이의 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웅장하면서도 창 끝처럼 날카롭게 솟구친 암봉의 연속, 말잔등처럼 매끄럽게 뻗는 능선이 아름다움과 힘의 진수를 보여주는 산이다.


정상이 동봉과 서봉 쌍봉으로 이루어진 덕룡산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거치러진 호흡을 고른다. 함께 휴식을 취하던 일행은 모두 떠났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연양갱으로 허기를 속이고 걸음을 재촉한다.


16시 10분 소석문 1.57km 동봉 0.86km 이정표가 보인다. 동봉에서 보았던 소석문 3km 이정표와 거리가 틀리게 표시되어 있다. 10분 후 325봉에 올라선다. 왼쪽으로 봉황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앞쪽에 석문산(272m)이 시선을 끈다. 규모만 작을 뿐이지 연꽃처럼 솟은 암봉들이 마치 설악산 천화대를 보는 것 같다. 때마침 부는 시원한 바람에 잠시 땀을 식히고 걸음을 옮긴다.


275봉을 지나 소석문이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 도착하니 산악회 버스와 먼저 하산한 일행의 모습이 보인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10여분 내려선다.


17시 10분 소석문에 도착하면서 6시간 20분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흐르는 개울물에 얼굴의  소금 끼를 씻어내고 탁족을 하니 피로가 사라진다. 권사장님이 준비한 김치찌개에 잡곡밥 한 덩어리 말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따뜻한 차 한잔까지 여유로운 뒤풀이는 30여분 지나 후미가 도착하면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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