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 산행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은 지 보름이 지났다. 통증은 많이 사라졌지만 기침을 하면 아직도 통증이 느껴진다. 그래서 3월 sda산악회 정기산행은 지난해 가을 혼자서 다녀왔던 가까운 갈기산에서 월영산까지 종주하기로 한다.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10분간 경부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질주하고 옥천요금소로 빠져나간다.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4번 국도를 타고 영동·무주 방면으로 방향을 잡고 15분 정도 진행한다. 이원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501번 지방도를 타고 무주·양산 방면으로 1분 정도 진행한 다음 거영삼거리(소망슈퍼 앞)에서 좌회전하여 한적한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린다. 묘목 축제가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잠자고 있던 세상 만물이 눈을 뜨고 그 가지각색의 모습을 드러내는 '아침'은 늘 새로움과 신선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5분 정도 진행하면 개심저수지와 만난다. 아침의 미약한 햇살이 물살에 부서져 반짝이는 모습이 평화롭다.
경방기간(산불조심기간)이어서 빨간 조끼를 입은 산불감시요원이 출입을 통제한다. 경방기간의 입산금지는 산꾼들에게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사정을 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맡은 자기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감시요원들이 약간은 얄밉지만 어찌 할 수가 없다. 10시. 차에서 내리자마자 재빨리 오르막길을 치고 오른다. 빠른 걸음으로 5-6분 정도 올라 첫 번째 쉼터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고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긴다. 7-8분 후에 월영산(해발 529m)에 다다른다. 예전에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표지기와 반가운 님들의 표지기가 반긴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에 위치한 월영산(月影山)은 월향산으로도 불린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달맞이하는 산으로 월영산(月迎山)이라고도 한다. 금수강산의 약자인 금산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명산이며 월영산에 달뜨면 풍년이 들고 성인봉에 달뜨면 가뭄이 심하여 흉년이 든다고 해서 한 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고 전해온다. 강가에 있는 용화마을 사람들은 서쪽 봉우리를 월영산이라 하고 가장 높은 상봉을 중국 성인의 이름을 따서 안자봉이라 한다. 주변의 조망을 감상하고 안자봉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능선은 부스러기 돌로 된 암릉이다. 밧줄을 잡고 암봉을 내려서서 15분 정도 진행하면 삼각점이 박혀있는 안자봉에 닿는다. 벌목한 채 방치되어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다. 조금 내려서면 양쪽으로 표지기가 많이 보이는 갈림길이다. 소나무에 성인봉 월영산 가는길 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매달려 있다. 왼쪽은 바깥모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하산로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10여분 정도 진행하면 비들목재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원골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보인다.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숨이 차 오를 때쯤 자사봉(해발 440m)에 도착한다. 자사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15분 정도 진행하면 조그만 표지석이 있는 성인봉(해발624n)에 도착한다. 이 근처 봉우리 중에서 제일 높은 곳이다. 그러나 소나무 숲에 가려 조망은 없다. 조그만 돌무더기와 표지석이 있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정겨운 표지목이 눈에 띤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길을 이어 15분 정도 진행하면 소골재이다. 왼쪽으로 소골계곡을 통해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보인다. 오르막길을 천천히 15분 정도 오르면 갈기능선이 시작되는 봉우리에 닿는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다.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는다. 30분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갈기산을 향해 갈기능선으로 들어선다. 30분 정도 진행하여 주릉의 585봉에 이른다. 말갈기능선을 비롯하여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오른쪽 암릉을 타고 내려서면 주유소가 있고 무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금강 가에 내려설 수 있다. 왼쪽으로 3분 정도 진행하여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약간 험한 오르막길을 올라서면 갈기산(해발 585m) 정상에 도착한다. 암봉에는 정상 표지석이 서 있고 오른쪽으로 말갈기능선이 이어지고 암벽들이 산기슭을 감아 돌아 흐르는 금강줄기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산수미를 보이고 있다. 서북쪽으로 강 건너에 천태산(720m)이 손에 잡힐 듯하고 북동쪽으로 마니산(640m)도 가깝게 보인다. 천태산에서 충남북을 가르며 북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대성산(705m)과 장룡산(656m)이 솟아 있으며 우람한 서대산(903.7m)은 그 서쪽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성주산, 서쪽에 진악산, 대둔산이 보이고 덕유산, 민주지산, 운장산도 보인다. 멀리서 흘러가는 능선들은 하늘과 맞닿아 제 색을 잃어버리고 그림 속의 풍경인 듯 하늘빛으로 동화되어 간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간식을 나누며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흔들바위(520m)에 도착한다. 소나무 아래 돌을 가지런히 놓아 만든 쉼터로 커다란 바위가 병풍처럼 바람을 막아준다. 아래쪽은 험로로 유명한 양산덜게기다. 월영산과 갈기산은 금강과 접하고 있다. 이 산들의 금강 쪽은 천길 암벽을 이루고 있는 낭떠러지로 되어 있다. 바로 벼루인 것이다. 이 지방 사람들은 갈기산의 벼루를 '양산덜게기'라 부른다. 넓게 조성된 헬기장에 도착하여 간식을 나누며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10여분 더 내려서 주차장에 도착한다. 4시간 30분 동안의 여유로운 산행은 끝이 난다. 주차장에서 기다리신 오원장님 가족과 만나 금산으로 향하다 옥천으로 방향을 틀어 봄기운이 완연한 시골의 한적한 도로를 달린다. 추소리 세계성지 세심원을 구경하고 탄동 숯골원냉면으로 이동한다.
천태산 영국사 입구를 지나고 호탄교를 건너 우회전하여 오른쪽으로 금강을 끼고 68번 국가차원지방도를 타고 무주·금산방면으로 향한다. 조금 지나 왼쪽으로 무주로 가는 길을 버리고 금산방면으로 계속 직진하다 보면 강변에 멎진 신축건물이 보이고 왼쪽으로 화장실과 갈기산 등산안내도가 눈에 띤다.
월영산쪽으로 직진한다. 다행히 이곳은 도와 군이 다른 까닭에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
산행을 시작한지 30분 정도 지나서 두 번째 쉼터에 도착한다. 절벽 낭떠러지와 파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강물이 어우러져 멎진 그림을 그려내며 눈을 즐겁게 한다. 월영산의 벼루는 '제원덜게기(바위 낭떠러지의 사투리)' 라 해서 험로로 꼽는다. 지금은 차가 다니는 좋은 포장도로이지만 옛날에는 강과 절벽 사이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었으며, 이 길은 영동과 금산, 영남에서 호남으로 통하는 중요한 통로였다고 한다.
갈기산은 이름 그대로 말갈기와 흡사하다 하여 이름지어졌는데 바위가 많은 산으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으며 산기슭을 감아 도는 금강 줄기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갈기란 말이나 사자 등의 목덜미에 난 긴 털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산을 바라보면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지나 능선에 닿으면서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금강이 언뜻언뜻 조망된다. 숲속길과 암릉길이 이어지고 노송과 암봉이 어우러져 한결 좋아진다. 조망이 확 트이면서 암릉의 바위 위로 나서면 발 아래에 금강의 푸른 물줄기와 가로지르는 호탄교가 그림처럼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유성구 신성동의 탄동농협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숯골원냉면'(042-861-3287,8)집은 50년 전통의 맛을 자랑하는 냉면전문식당이다. 4대째 가업으로 경영하는 이 집은 KBS 맛자랑 멋자랑, 전국일주 등의 프로에 수 차례 소개되었고 각종 잡지와 신문에 3백여 차례나 등장한 유명한 집이다. 냉면도 맛이 있지만 무김치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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