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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운장산-복두봉-명도봉


아직 어두움이 채 물러나지도 않은 아침 5시 50분. 뫼꿈이님 11년 된 애마에 맨 먼저 승차한다. 신샘님, 가이아님과 풍선님을 차례로 태우고 유성톨게이트로 진입하여 새벽 공기를 가르며 대진고속도로를 달린다. 인삼랜드휴게소에서 우동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금산톨게이트를 빠져나가 68번 지방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13번 국도를 타고 가다 흑암삼거리에서 55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주천으로 향한다.
충남 금산과 전북 진안의 도경계를 넘어서자 간밤에 내린 눈으로 하얀 눈 세상이 펼쳐지고 도로는 눈이 쌓여 미끄럽다.



운일암 반일암을 지난다. 명도봉과 명덕봉 사이의 약 5km에 이르는 주자천 계곡을 운일암·반일암이라 하는데 진안 8경의 하나로서 경관이 빼어나 일찍부터 널리 알려진 곳이다. 운일암 반일암은 약 70 여 년 전만 해도 깎아지른 절벽에 길이 없어 하늘과 돌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뿐이었다고 하여 운일암이라 했고 또 깊은 계곡이라 하루에 햇빛을 반나절 밖에 볼 수 없어 반일암이라 이름 붙여졌다 한다.
여기서 잠깐!
운일암 반일암의 유래는 용이 정성을 들여 여의주를 만들어 하늘로 오르려다 임신한 여자가 보게 되어서, 하늘로 오를 수 없게 된 뒤부터 하루의 반은 구름이 끼고 하루의 반만 해가 비친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또 냇물이 바위사이를 울면서 흘러간다 해서 이름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전해 오고, 길이 몹시 험해서 용담에서 전주로 보내는 공물 짐을 떨어뜨렸다 해서 떨어질 운자를 써서 운일암이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처사동으로 향하는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55번 도로를 타고 산자락을 힘겹게 올라 피암목재 도착한다. 한 쪽에 간이매점이 있는 넓은 주차장은 간이매점 주인 차만이 주차되어 있고 썰렁하다.



간단히 산행 준비를 마치고 산행들머리로 향한다. 



8시 25분 금남정맥의 마지막 구간 들머리에는 나뭇가지에 많은 표지리본이 매달려있다. 운장산 서봉을 향해 발목까지 눈 쌓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미쳐 스패츠를 준비하지 않아 등산화 속으로 눈이 밀고 들어온다. 30분 정도 숨차게 오르자 조망 터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길을 이어간다.




왼쪽 내처사동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활목재부터는 키높이 자란 산죽나무를 헤치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오른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 운장산 서봉(1113m)에 도착한다.
서봉은 송익필선생이 홀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임금을 모셨다 하여 일명 독제봉이라고도 하며 큰 암봉으로 되어 있는데 운장산 세 개의 봉우리(서봉, 중봉(상봉), 동봉) 중에서 가장 멋진 봉우리이다.



완전히 바위로 덮여 있는 암릉으로 깎아지른 낭떠러지와 어우러져 있고 서쪽 사면에 있는 오성대는 조선 선조 때 율곡과 함께 8대 문장가로 꼽힌 구봉 송익필이 유배생활 중 공부하던 곳이라 전해지고 있다. 조선조 중종 때의 서출 성리학자 송익필 (1534 - 1599)이 어전에서 불경스런 눈빛이 화근이 되어 이곳 운장산에서 유배 생활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은거하였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운장산의 옛 이름은 "구절산"이었는데 송익필의 자가 운장이었기에 이 산의 명칭을 그때부터 운장산이라 불러왔다고 한다.
금남정맥 최고봉답게 조망이 뛰어나다. 툭 트인 시야와 설경이 나그네들의 감탄을 연발케 한다. 연석산이 바로 발아래 놓이고 진안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며, 지리산의 연봉과 덕유산의 연봉이 모두 조망된다.







운장산(서봉) 1122m 라고 쓰여 있는 조그만 표지석이 반긴다.



연석산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길은 오른쪽 표지 리본이 많은 길이다. 운장산은 금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이자 발원지가 된다. 지친 나그네들의 다리 쉼을 위해 누군가 설치해 놓은 나무벤치에 앉아 간식을 나누며 15분간 휴식 후 10시 정각 중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피암목재 2.5km 상봉 0.6km 이정표를 지나 눈이 쌓여 매우 미끄러운 험한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자 중봉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상여바위를 지나 운장산 정상인 상봉(1125.9m)에 다다른다. 서봉에서 20분 소요된다.
10여 평 넓이의 평평한 공터가 형성된 상봉 정상에는 '주줄산(운장산) 1125.9m, 연석산 2.5km, 내처사동 3.3km' 라 쓰인 안내판과 무선전화중계탑이 보인다. 삼각점이 박혀 있고 복두봉 5.8km 구봉산 8.5km 이정표가 서 있다.
동봉과 서봉 사이에 상봉이라고 부르는 중봉이 가장 높다. 운장산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에 모든 산들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북쪽으로 대둔산이 보이고 남쪽으로 마이산이 뾰족하게 솟아있다. 특히, 북덕유에서 남덕유,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은 웅장하다. 운장산 정상에서 서봉까지 한 눈에 능선 길이 훤히 보이며 서봉이 멋있는 자태를 뽐낸다. 발걸음을 옮겨 15분 정도 진행하면 동봉(1127m)에 도착한다. 앙증맞은 동봉 표지석이 있는 동봉에서의 조망도 매우 시원하다. 간식을 나누며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단체기념사진을 촬영한다.



미끄러운 내리막길이다. 아이젠이 무용지물이다. 밧줄과 나뭇가지에 의지하여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11시 20분 뫼꿈이님이 점심식사를 하자며 자리를 잡는다. 뫼꿈님이 직접 제조한 막걸리와 포도주가 돌아가고 뜨거운 라면 국물에 찬밥 한 덩어리를 말아먹는 산중에서의 점심 식사는 그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은 꿀맛이다.
익산 엄지 산악회원들이 하나 둘씩 지나가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호흡 소리가 매우 거칠게 들려온다. 따듯한 햇살 아래 50분간의 여유로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길을 재촉한다.
10분간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자 임도와 만난다. 곧바로 매우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른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르고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힌다. 30분 정도 오르자 파묘가 보이고 2분 정도 더 올라서자 조그만 봉우리에 도착한다. 조망이 좋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침 숨을 고르고  10분 정도 더 진행하면 또 다시 작은 봉우리에 다다른다. 복두봉이 손짓하고 구봉산이 머리만 살짝 드러낸다.




완만한 내림길과 평탄한 능선길을 빠른 걸음으로 진행한다.
13시 25분 임도가 나타나고 복두봉 0.6km 구봉산 3.3km 이정표가 반긴다. 임도을 건너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다가선  복두봉으로 향한다.
13시 40분 복두봉(1018m) 도착한다.
복두봉은 운장산(1,126m)에서 동쪽인 구봉산(980m)쪽으로 뻗어나간 능선의 중간지점에 솟구쳐 오른 산이다.



구봉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사방으로 막힘 없는 시야가 시원하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하얀 구름이 산봉우리와 어우러져 멎진 그림엽서를 만든다.



천황사 6km 상양명 5.6km 명도봉(운일암) 6.8km 이정표가 오른쪽을 가리킨다.
조망을 감상하며 간식을 나누고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명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확인할 수 있는데 초입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표지리본이 있을 텐데...눈에 띄지 않는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구봉산 방향으로 앞 서 5분 정도 진행하던 뫼꿈이님과 신샘님이 명도봉 초입이 없다며 복두봉에서 다시 한 번 찾아보자고 한다. 잠시 후 초입을 찾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발걸음을 되돌린다. 빛 바랜 흰 천의 표지리본이 바람에 나부낀다. 복두봉에 있는 명도동(운일암) 이정표는 완전히 엉터리이다. 
25분 정도 헤매고 희미한 흔적을 찾아 험한 초입의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키높이 자란 산죽나무 사이로 등로가 이어지고 부산 산부리님의 표지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복두봉에서 20분 진행하자 조망이 좋은 바위가 나타난다. 멀리 용담호가 보이고 구봉산의 봉우리들이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7-8분 정도 진행하여 910봉에 도착한다. 왼쪽은 학선동 내림길이고 명도봉(869봉)은 오른쪽이다. 선답자가 나무기둥에 개략적인 안내도를 붙여놓았고 산부리님 표지기가 많이 눈에 뛴다.



오른쪽 완만한 내리막 능선길을 이어간다. 앞서가던 신샘님과 가이아님은 벌써 시야에서 사라진다.
15시 정각. 조망이 매우 좋은 넓은 바위에서 먼저 도착한 신샘님과 가이아님이 반긴다.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내려선다.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나뭇가지에 가슴을 부딪쳐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오르막길이다. 10분 정도 올라서자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30분 정도 진행하여 헬기장에 도착하니 명도봉이 성큼 다가선다.



16시 10분 조망이 좋은 곳에서 간식으로 영양 보충을 하고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가슴 통증으로 걸음이 매우 느려진다. 뫼꿈이님이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풍선님이 바로 뒤에 따라오면서 안쓰러웠는지 배낭을 받아주신다고 한다. 빈 배낭이라 괜찮다고 대답하고 한 발 한 발 힘겹게 오른다.
복두봉을 출발한지 2시간 30분이 지나 명도봉에 도착하니 돌무더기가 반긴다. 가슴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17시 정각.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하산길로 들어선다.



매우 가파르고 간밤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미끄럽고 위험하다.
경칩이 어제 지났지만 이곳은 한 겨울이다. 바위 절벽을 힘차게 타고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그대로 얼어 곳곳에 얼음 폭포와 고드름을 만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모두들 걸음을 멈추고 넋을 잃고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나무 가지에 의지해서 내려서기를 1시간. 폐가가 보이도 5분 정도 더 내려서자 운일암 반일암 관리사무소가 눈에 들어온다.



주자천을 가로지른 보에 앉아 계곡물에 등산화와 아이젠에 묻은 흙을 씻어내고 세수를 한다. 이 겨울에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짠 기운이 느껴진다. 명천식당 앞에는 28경중의 하나인 명천약수가 있다. 약수로 갈증을 달래고 그곳에서 바라보니 명도봉은 그대로 하늘로 치솟은 벼랑의 연속이며 낙락장송도 멋있고, 그 아래 바위사이를 흐르는 냇물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학선동 동쪽 늘막골 계곡의 능선에 기암 괴석이 눈길을 끈다. 지나가는 차량을 얻어 타고 뫼꿈이님이 차량을 회수하러 간다. 대박식당(T. 063-433-7337)에서 북어찜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대전으로 향한다. 봄을 맞으러 나간 산행에서 한 겨울에도 맛보지 못한 심설산행으로 모두들 행복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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