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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문덕봉에서 고리봉까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잠시 망설여지지만 손은 어느새 배낭을 챙기고 있다. 식구들의 일요일 아침 단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집을 나선다.  산악회 버스는 7시 정각 평송청소년수련원 주차장을 출발하여 시민회관을 거쳐 남대전요금소로 향한다.
7시 40분 남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대진고속도로를 30여분 달리고 덕유산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한 다음 9시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30분을 더 달려 남원요금소를 빠져나간다. 곧바로 우회전하여 17번과 24번 국도를 타고 순창·곡성방향으로 진행하다가 13번·21번 국도로 갈아타고 순천방면으로 향한다.


오늘 산행 코스는 평촌마을에서 시작하여 주생면에 위치한 문덕봉에 올라서고 금지면에 자리잡은 고리봉까지 종주한 후 하산은 고리봉에서 만학재와 연산골을 거쳐 금지면 방촌리 방촌마을로 내려선다.


10시 정각. 평촌마을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왼쪽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고속도로 밑 콘크리트 통로를 통과하니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조그만 평촌지를 지나고 시멘트 길이 끝나면 솔밭사이 오솔길이 이어진다. 생강나무 노란 꽃이 미소지으며 반기고 송이버섯 채취꾼들의 쉼터였던 비닐로 만든 움막을 지나면서 오르막길은 고도를 더하며 경사가 점점 가팔라진다. 가녀린 노란 병아리 솜털 같은 꽃이 겨울의 끝자락에 피어날 때면 사람들은 이내 겨우내내 움츠렸던 가슴속에 봄기운을 맞는다. 산수유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생강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들 나무를 마치 쌍둥이 얼굴인양 구분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산야에 산수유보다 더 흔하게 자라나는 생강나무를 산수유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서낭당처럼 주렁 주렁 매달린 표지리본이 산길을 안내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 문덕봉(598.1m)에 도착한다. 삼각점과 스테인리스표지판이 반긴다.


문덕봉에서 고리봉까지 능선은 주생면, 금지면, 대강면 등 남원시 3개 면에 걸쳐 뻗어 있는 산줄기로 뛰어난 암릉코스를 갖고 있다.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와 더불어 섬진강의 조망이 뛰어난 곳이지만 안타깝게도 날씨가 흐려 조망을 할 수 없었다.
문덕봉 정상을 내려가면 암릉길이 나타난다. 제법 가파르게 떨어졌다 올라가는 이 구간은 로프가 설치돼 있다.


바위 절벽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멎진 자태를 뽐내며 눈길을 끈다.


고정봉에서 뒤돌아보니 암릉이 멋지게 조망된다. 문덕봉에서 540m봉까지는 30분 정도 소요.


그럭재로 내려가는 길은 푹신 침엽수 낙엽 길이어서 가만히 서 있어도 미끄러질 정도다. 그럭재에는 송전 철탑이 길을 막아선다. 그럭재에서 두바리봉으로 가는 길은 철탑 오른쪽 솔밭 길을 따라 오른다. 12시 숲 속에 평화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무덤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고르고 두바리봉을 향하여 천천히 오른다.


산길은 여전히 부드러운 길이다. 12시 20분 두바리봉에 닿는다. 봉우리는 정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밋밋하다. 15분 정도 휴식을 취하며 약식으로 점심을 대신하여 허기를 속이고 먼저 삿갓봉으로 향한다.


해발은 별로 높지 않지만 능선의 오르내림이 잦아 단조롭지가 않다. 아기자기한 바윗길과 울창한 소나무 숲길, 그리고 곳곳의 기암절벽은 설악이나 속리산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하얀 반석이 계속되는 만학골의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멀리서보면 삿갓처럼 뾰족한 삿갓봉은 두바리봉에서 20분쯤 소요된다. 삿갓봉은 소나무 몇 그루 서 있을 뿐이다. 차라리 무덤 아래 절벽이 전망대 구실을 한다. 대강면 일원과 섬진강이 뚜렷하고 앞으로 가야 할 암릉 투성이의 고리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삿갓봉을 지나면 등로 왼쪽으로 곳곳에서 만학골로 내려서는 하산로와 만난다. 삿갓봉 아래 무덤에서 왼쪽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표지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삿갓봉을 지나 고리봉까지의 등로는 경사가 급한 날등인데다 오르내림이 심하다. 삿갓봉에서 능선을 따라 안부로 내려가면 등로는 오른쪽 깎아지른 듯한 바위 벼랑 위로 솟구친다. 고리봉은 555m봉과 그 너머 또 다른 봉을 하나 더 넘어야 만난다.


무성한 송림 속으로 암릉길은 이어지고 고리봉 직전에 만학골 내려가는 길 역시 수많은 리본이 바람에 나부낀다. 삿갓봉에서 50분 정도 지나서 고리봉(708.9m)에 도착한다.


고리봉 정상은 사방으로 시야에 막힘이 없다. 문덕봉에서 지나온 주능선이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남쪽의 동악산과 특히 발아래 굽이치는 섬진강이 뿌연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엔 옛무덤 옆으로 삼각점과 남원시에서 세운 조그만 표지석이 있고, 정수리 한 복판은 최근에 축조된 창신교위를 지낸 경주김씨 묘가 차지하고 있다. 보는 이 마다 한마디씩 한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하산로를 따라 500m를 진행하면 방촌방면 이정표가 서 있다. 만학재까지 7분 소요. 왼쪽으로 표지리본이 많이 매달려 있는 하산 길을 버리고 연산골로 하산하기 위하여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한다.봄의 전령사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활짝 핀 한 송이가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596m봉에 올라서 되돌아보니 고리봉이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596m봉을 넘어 천만리장군묘로 향한다. 천만리장군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서 원병을 이끌고 왔다가 왜란이 끝나자 그는 명으로 돌아가지 않고 귀화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천씨들의 중시조가 된다. 조정에서는 그의 공을 기려 화산군(花山君)에 봉하였다. 이 무덤자리를 풍수지리학에서는 무자 천손지지(無子 天孫之地)라고 해서 '아들은 없는데 많은 자손들이 태어나는 묘자리'라고 한다. 천장군묘의 지형은 아무리 추운 겨울날에도 이곳 무덤 주위에 이르면 마치 따스한 안방에 온 것 같이 세차게 불던 눈보라와 모진 바람도 잔잔해 진다고 한다. 충장공(忠壯公)천만리(千萬里)장군묘는 영양천씨 중시조 묘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고 관리도 엉망이다.


묘에서 1분 정도 진행하면 왼쪽 연신골 하산로 입구에는 표지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암반과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져 멎진 풍광을 빚어내며 나그네의 눈을 즐겁게 한다.


30분 정도 편안한 하산 길을 따라 내려서면 개활지가 나타나고 우사 왼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논두렁에 봄나들이 나온 염소 가족이 햇살을 즐기며 한가롭게 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농로를 따라 마을을 지나면 방촌마을 공동편의점 앞에서 5시간 20분 동안의 산행이 끝난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 멎진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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