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9일 (토)
욕심을 벗어버리고 자연과 하나되기 위한 도전. 100산!
꿈은 꿈 자체로 남아있을 때 아름답다.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을 때 꿈을 이룬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기쁨보다는 허무와 고통에 가깝다. 그래서 삶에 호흡을 느끼기 위해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도전한다.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그가 하고 있는 생각이다. 차갑고 변덕스러워 믿을데 없고 바라볼데 없는 세상에 그래도 산이 있어 믿고 찾아 갈수 있으니 그만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여행은 늘 나를 다시 깨어나게 만든다. 어느 때는 부족함에 대하여 채찍을 가하기도 하고, 넘치는 부분은 나눔의 지혜를 얻게 하고, 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눈을 뜨게 한다. 내가 항상 보고 느끼는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탈출하여 좀더 큰 날갯짓으로 좀더 큰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 같다.
아침 일직 집을 나선다. 대전 톨게이트로 진입하여 약 30분 정도 지나 오창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버스는 청주공항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시원스럽게 뻗은 왕복 6차선 도로를 달린후 청주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은 한산하다. 1시간 가까이 지루한 기다림이 끝에 탑승수속이 시작되고 비행기에 오른다. 11시 정각 청주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 항공 제주행 비행기는 고도 6100m 시속690km의 속력으로 한반도 상공을 1시간 비행하여 12시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한다.
배낭을 찾아 버스에 오른다. 숙소인 탑동 스위스호텔까지는 10분 정도 소요된다. 숙소를 배정 받고 숙소 부근 식당에서 해물된장찌개 백반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1시 30분부터는 자유시간이다. 한 팀은 용두암 바닷가로 또 다른 한 팀은 성산 일출봉을 관광하기 위해 나뉘어진다. 성산 일출봉을 관광하는 팀에 합류한다. 가이드를 겸한 관광버스 기사아저씨의 구수한 입담이 지루함을 달랜다. 제주도 바닷물이 동해보다 더 파란 이유는 돌이 많아 부딪치면서 멍이 들었기 때문이고, 더 짠 이유는 해녀들이 물질하면서 그대로 볼일을 보기 때문이라는 농담에 차안은 잠시 웃음바다가 된다.
약 1시간 정도를 달려 먼저 들린 곳은 영화‘단적비연수’ 와 ‘이재수의 난’ 그리고 SBS드라마 ‘올인’으로 더욱 유명해진 섭지코지다. 섭지코지라는 지명은 협지(狹地: 좁은 땅)라는 뜻의 ‘섭지’와 곶(串: 뾰족 튀어나온 곳)이라는 뜻의 ‘코지’가 합해진 제주 방언이다. 위치상으로는 남제주군 성산읍 신양리 해안에 돌출되어 있다. 작년에 태풍 ‘매미’가 제주 지방을 강타하고 지나가면서 파괴된 성당은 ‘올인 기념관’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막바지 복구 공사가 한창중이다.
등대가 있는 섭지코지의 끝으로 가는 길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 안에 노란 유채꽃밭이 있고 나즈막한 구릉에서는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 같다. 부슬부슬 내리던 가랑비의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다.
등대까지는 철계단이 마련되어 있어 쉽게 올라갈 수 있으며 등대 난간에 올라서면 기가 막힌 섭지코지의 해안절경이 바로 코앞에 펼쳐진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촛대 모양으로 삐죽 솟은 높이 15m의 바위는 용왕의 아들과 하늘나라 선녀에 대한 슬픈 짝사랑의 전설이 담긴 선돌로 일명 선녀바위다.
성산 일출봉으로 향한다. 성산포에 닿으면 가장 먼저 일출봉의 위용에 눈을 빼앗기게 된다. 제주도 동쪽 끝에 위치한 성산 일출봉(해발 182m)은 10만 년 전 제주도 수많은 분화구 중에서는 드물게 바다 속에서 수중폭발하여 해저 용암분출로 생긴 화산으로서 99개의 작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천연 축구장 같은 분화구이다. 그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다하여 성산이라 불린다. 둥근 바위산 아래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바다 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아래 푸른 바닷물이 넘실댄다.
돌계단을 오르면 등경돌, 초관바위, 곰바위, 코끼리바위, 독수리바위, 거북바위 등 크고 작은 바위들이 도열하여 반긴다. 일출봉 정상까지 20분 정도 소요된다. 일출봉은 그 생김새와 지질학적인 가치로 인해 제주도 기념물 제36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오던 길로 버스를 돌려 숙소 근처에 있는 용두암으로 향한다. 이무기 한 마리가 용이 되기 위해 한라산 신령의 구슬을 훔쳐 달아나다가 신령의 화살을 맞고 해변으로 떨어져 바위로 굳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으로 바닷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힘찬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붉은 조명을 받은 용두암은 바위에 파도가 부딪쳐 산산이 조각나는 모습과 어우러져 마치 한 마리의 용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한식뷔페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친구끼리, 부부끼리, 직장 동료들끼리 갈치회 안주로 술 한 잔을 나누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제주도의 첫째 날 여정은 막을 내린다.
Non ho l'eta - Gigliola Cinqu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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