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근육이 뭉쳐 심한 통증으로 열흘 가까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산행을 잠시 중단하라고 충고한다. 다행히 통증이 가라앉았다. 이미 등산에 중독이 된 탓일까? 무리하지 말자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재활치료 겸 산행을 나서기로 한다.
8시 정각 시민회관을 출발한 두 대의 소월산악회 버스는 부사동 인삼센터 앞에서 5분간 정차한다. 부부가 택시에서 내려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이미 빈 좌석은 없고 총무님은 보조의자를 준비한다. 8시 25분 남대전요금소로 진입한다. 산악회회장님의 간단한 인사와 오늘 산행의 개념도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대진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리던 버스는 9시 정각 덕유산 휴게소에서 25분간 정차한다. 9시 50분 버스는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매치재를 힘들게 넘고 10시 10분 지리산 요금소로 빠져나간다. 37번 지방도로를 따라 3분 정도 가다가 운봉읍사무소 앞에서 우회전하여 운봉 읍내를 통과하고 24번 국도를 타고 운봉 중학교를 지나 용산리로 들어간다. 용산리 못 가서 좌회전하여 바래봉 철쭉주차장에 도착한다. 제 10회 바래봉철쭉제가 열리는 관계로 주차장에는 차들이 넘쳐난다.
10시 30분 즐비하게 늘어선 먹거리 노점상 사이를 빠져나오자 지리산 바래봉 관광안내도가 보인다. 잠시 산행코스를 확인하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바래봉은 높이 1,165m로 낮은 산은 아니지만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이 해발 500m 정도이고 다른 봉우리에 비해 비교적 완만해서 그리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목장 임도는 면양 방목을 위해 낸 길로 바래봉 정상 아래까지 이어진다. 등산객들은 대부분 이 목장 임도를 따라간다. 하지만, 목장 임도를 따라가면 산행은 쉽지만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10시 40분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계곡 옆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철쭉으로 만들어진 긴 터널 길이다. 철쭉이 유난히 커 보인다. 철쭉 터널 길이 끝나가면서 왼쪽으로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10시 50분 길은 점점 경사를 더해가고 호흡이 가빠진다. 거친 숨을 토해 내면서 한 발 한 발 오른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하늘을 가려 시원하다. 11시 5분 안부에 도착한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친 숨을 달래고 계속 오름길을 오른다. 11시 15분 안부를 지나 2분 정도 더 오르자 하늘이 열리면서 임도와 합쳐진다. 오른쪽 산 아래로 운봉 읍내와 드넓은 평야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11시 25분 임도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이제 도시에서 봄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산은 아직 봄이다. 산 위에 머무는 봄의 색깔은 짙은 분홍색이다. 기운 센바람이 지나가는 산봉우리의 평원. 다른 나무들이 허리를 꺾은 그곳을 철쭉이 뒤덮고 있다. 유독 바람에 강한 철쭉은 지금 꽃을 피운다.
5분 정도 걸으면 눈앞에 멎진 풍경이 펼쳐지고 다시 임도와 합쳐지면서 바래봉 0.8km 운봉 4.2km 이정표가 보인다. 임도를 따라 오른다.
11시 50분 갈림길 삼거리이다. 오른쪽은 팔랑치, 세걸산, 정령치로 가는 능선 길이며, 철쭉 군락지이다. 왼쪽으로 바로 올라가면 바래봉으로 바로 가는 능선길이지만 이 길은 하산길로 잡는다. 직진해서 2-3분가면 바래봉 감시소가 나온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자태를 뽐내며 등산객들의 눈길을 끌고 약수터가 보인다. 한 바가지 받아서 벌컥벌컥 들이킨다. 물맛이 좋고 시원하다.
왼쪽으로 바래봉이 보인다.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으로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12시 5분 길을 따라 가파른 오름길을 300m 쯤 올라 바래봉 정상에 도착하니 정상표지목(1165m)이 반긴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 길을 통해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서면 확 트인 시야로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황봉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기념 촬영을 하고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 시장기를 속인다. 12시 15분 다시 삼거리 갈림길로 향한다. 12시 20분 철쭉군락지 표지판이 서 있는 갈림길에서 능선을 타고 팔랑치 철쭉군락지로 향한다.
팔랑치까지 2km가 철쭉군락지로 바래봉의 철쭉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구간이다. 바래봉은 고산으로 숲이 울창하였으나 1971년 박정희 대통령시절 국립면양종축장을 설치 운영하면서 호주에서 면양 2500두를 도입하여 산지 645ha에 방목하였는데 면양이 철쭉 잎에 독성이 있어 먹지 않게 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철쭉 군락이 형성되었고 한다.
12시 45분 팔랑치(1010m)에 도착한다.
붉고 진하며 허리정도 높이의 크기에 마치 사람이 잘 가꾸어 놓은 듯한 철쭉이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온통 분홍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황홀한 별유천지를 이룬다. 마치 공원이나 정원에 잘 가꾸어 놓은 철쭉을 옮겨 놓은 듯하다.
꽃밭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펼친다. 13시 15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철쭉 군락 사이로 등산객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목재계단을 따라 오른다.
팔랑치에서 1123봉으로 오르는 능선은 경관이 빼어나고 이곳 역시 철쭉 군락지인데 4-5일 지나야 꽃망울을 터트릴 것으로 보인다.
13시 40분 부운치를 지나 하부운으로 내려서기 위해 입산통제 지역으로 들어선다.
13시 50분 가파른 오름길을 숨차게 3-4분 정도 올라 1123봉에 도착한다. 휴식을 취하던 회장님 일행이 반갑게 맞이하며 간식을 나눠주신다.
부운치쪽으로 내려서니 헬기장이다. 14시 정각 부은치(1115m)에 도착한다.
다래순이 지천이다. 회장님은 걸음을 멈추고 다래순 채취에 여념이 없다.
직진하면 세걸산을 지나 정령치로 가는 길(6.4km)이고 하부운은 탐방로 아님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 왼쪽 길이다.
호젓한 산죽나무 오솔길이다. 조금씩 가파라진다. 14시 15분 너덜길을 지난다. 요통이 걱정되어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선다. 맑은 공기와 야생화, 흐르는 계곡물소리와 산새소리가 지루한 산행을 위로한다.
14시 45분 계류를 건너 대나무 숲을 지난다. 15시 정각 산속 양봉장에서 꿀을 채취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뒤로하고 계류를 건넌다.
15시 15분 시멘트 포장도로로 들어서면 민박촌 부운마을이 보인다.
15시 25분 부운휴게소에 도착하여 산악회 버스에 오르면서 산행이 마무리된다. 먼저 하산한 산꾼들은 하산주를 하면서 후미를 기다린다.
계곡에서 먼지를 털어 내고 탁족을 하면서 산행의 피로를 씻어낸다. 부운치에서 세걸산으로 향했던 한 분의 하산이 늦어진다. 16시 세걸산으로 향했던 분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의 도움을 받아 도착하면서 버스는 대전으로 향한다.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거림-세석-한신계곡-백무동 (0) | 2008.07.17 |
---|---|
5. 지리산종주(밤머리재-하봉-중봉-천왕봉-성삼재)(2004.여름) (0) | 2008.07.16 |
3. 지곡사-왕재-웅석봉-내리-지곡사 (0) | 2008.07.11 |
2. 중산리-천왕봉-장터목-중산리 (0) | 2008.07.10 |
1. 중산리-천왕봉-장터목-백무동 (0) | 2008.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