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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1. 중산리-천왕봉-장터목-백무동

2003. 09. 07 (일)

비를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압니다.
물에 젖어 안으로 불붙는 외로운 사람은 그 까닭을 압니다.
외로움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는 사실을.

9월 첫 번째 일요일 실로 오랜만에 벼르고 별렸던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며....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신선이 내려와 살았다는 전설 속의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였으며 일명 방장산(方丈山)이라 일컬어왔다.
지리산은 또한 백두산의 산맥이 뻗어내렸다 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는데 간혹 남해바다에 이르기 전 잠시 멈추었다 해서 두류산(頭留山)으로 적기도 한다[동국여지승람].

전설에는 태조 이성계가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씨조선을 개국하려 할 때 전국의 명산에 기도를 올려 자신이 갖고 있는 창업의 뜻을 물었는데 유독 지리산만이 반기를 들어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금 힘든 코스이지만 천왕봉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인 중산리 코스를 택했다
천왕봉 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코스며 고전적인 산길이다. 천왕봉에 이르는 제일 짧은 코스로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 길이 아주 또렷하다. 옛날 시인 묵객들은 대부분 이 길로 천왕봉을 올랐다고 한다. 천왕봉에서 남으로 흘러내리는 상봉골 중봉골 통신골은 전부 중산리로 내려오는데 계곡의 수량이 풍부해 지리산의 깊은 맛을 더해준다.

칼바위 망바위 문창대 로타리산장 개선문 천왕샘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잘 다듬은 산길은 초등학생도 갈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들머리 두류동주차장에서 옛 매표소를 지나 200미터 오르면 지리산으로 사라진 허우천선생의 비석이 있다. 이곳에서 자연학습원으로 난 도로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두류동 주차장에서 30분 걸린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칼바위, 망바위를 지나 땀흘려 오르길 약 1시간. 문창대에 다다르자 법계사가 멀리 눈앞에 보인다. 

지리산은 어느 코스를 택해도 만만치가 않다. 법계사에서 잠시 산행의 여유를 찾는다. 갈증난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샘물 맛이 정말 짜릿하다. 곳곳에 샘물이 있어 갈증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이곳부터는 산길이 급경사로 변해 곳곳에 철사다리와 난간을 설치해 놓았다. 지나치게 보호위주로 흘러 자연 경관을 망치게 했고 등반의 묘미를 상실케 해놓은 곳이다. 로타리산장에서 1시간 40분만에 천왕봉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두류동 옛매표소에서 3시간40분 걸린 것이다. 천왕봉 정상에서 표지를 벗삼아 자랑스럽게 한컷하고, 산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운무를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마친 후 반대편 백무동쪽으로 하산하기 위해 장터목 대피소로 향했다.

통천문을 지나 제석봉에 다다르자 살아서 백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고사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새로운 세상을 펼친다. 능선길을 따라 1.7km 내려오니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공사를 해서 깨끗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되어 있었다. 이곳은 백무동, 중산리, 세석 등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백무동까지 약 6km 소요시간 2시간 30분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하산하는 길은 한결 여유롭지만 미끄러운 돌과 이미 지친 몸은 자주 휴식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