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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소소한 일상

만나면 좋은 친구♬~

2025. 4. 19(토)

촉촉히 내리는 봄비가 도심을 부드럽게 적신다. 이상기후로 인한 초여름 같은 고온현상이 조금은 누구러진다. 오랜만에 동갑내기 마라톤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예전 같으면 약속 시간보다 일찍 모여 마라톤 이야기로 시간 가는줄 몰랐는데, 이제는 하나둘 바빠진 일상 속에서 모이기도 쉽지 않다. 오늘도 예전만큼 많은 인원이 모이진 못했지만, 그래도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반가움은 변함이 없다. 온다던 친구는 못오고, 못온다던 친구들이 왔다.

 

장소는 SNS에서 소문난 맛집. '수구리 전골'이라는 낯선 이름의 메뉴를 주문한다. 수구리란 소껍질에 붙은 질긴 고기인데, 나는 처음 먹어본다. 솔직히, 내 입맛엔 그다지 맞지 않는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맛집이긴 하지만, 테이블마다 떠들썩한 분위기와 북적이는 젊은 손님들 속에서 대화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다. 조금 아쉽지만, 이내 자리를 정리하고 가까운 카페로 자리를 옮긴다.

카페에서는 각자 좋아하는 음료를 시켜놓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는 여전히 익숙하다. 마라톤 이야기, 그리고 해외여행 이야기. 예전만큼 열정적으로 달리진 못하지만, 함께한 추억과 여전히 남아 있는 열정이 이야기를 더욱 따뜻하게 한다.

 

세월이 흐르고,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눌러도 마주 앉아 웃으며 이야기 나눌 친구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복인가.

봄비처럼 잔잔하고 따뜻한 하루. 만나면 좋은 친구들. 이런 순간이 우리 인생의 쉼표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