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일)
‘찾을수록 매력적인’ 곳이 철원이다.
철원으로 떠나는 여행, 억겁 세월이 빚은 협곡을 따라 아찔한 비경이 기다리고 있는 철원 한탄강 주상 절리길 잔도를 걷는다.
드르니매표소(들머리)- 드르니전망쉼터-너른 전망쉼터-주상절리교-드르니 스카이전망대-쌍자라바위교-돌단풍교-현무암교-동주황벽쉼터-한탄강 스카이전망대-2번홀교-쪽빛소전망쉼터-화강암교-한여울교-구리소쉼터-순담 스카이전망대-순담매표소(날머리)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있는 3.6km의 잔도길은 경이로운 주상절리 협곡과 각양각색의 바위로 가득하고 절벽을 따라 발밑 세상이 아찔하게 펼쳐진다. 길은 편도로 약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2022년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철원 한탄강 물윗길·잔도길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었던 수직 절벽 중간에 설치한 잔도(棧道)길로 중국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벼랑에 나무판을 놓아 낸 길에서 유래했다.
드르니 게이트에서 출발한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65세 이상 5천원). 입장료의 50%를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줘 지역 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
드르니는 '들르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후삼국시대, 태봉국을 세운 궁예왕이 왕건의 반란으로 쫓길 당시 이곳에 들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철원 두루미교를 보고 주상절리길 입구로 들어선다.
드르니 입구를 지나 몇 걸음을 걸으면 한탄강 계곡의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초반은 수월하며, 연신 내리막 계단이 나타나지만, 보행 데크로 잘 정비된 길은 걷기에 편안하다.
S자를 그리는 한탄강의 물줄기를 따라 병풍처럼 이어진 수직 절벽, 그 위로 꽁꽁 언 폭포가 어우러져 시선을 사로잡는다.
잔도길 전체 구간에 모두 10개의 전망 쉼터가 마련돼 있다.
첫번째는 드르니 전망쉼터다.
한탄강과 자연이 빚은 수직의 경이로운 바위 절벽, 그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청록빛 강물은 탄성을 자아낸다.
수면에서 20~30m정도 높이의 절벽에 매달린 잔도는 물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다.
깎아지른 듯 아름다운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만든 잔도길은 첫걸음부터 아찔하다. 한발 한발 걸을수록 스릴이 넘치며 짜릿하다. 낭떠러지 아래는 청록색의 강물이 도도히 흐른다. 강은 또 수직 절벽 협곡과 앙상블을 이루며 굽이굽이 흘러간다. 한 번씩 내려 볼 때마다 다리가 풀린다. 고개를 들어보면 하늘과 협곡 주상절리가 보인다. 맷돌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는 맷돌랑 쉼터는 쉬지 않고 스쳐지난다.
민출랑 쉼터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민출랑은 전라도 사투리로 깎아지른 절벽을 뜻하는데, 한탄강 민출랑은 너럭바위 끝부분 경사진 여울 일대를 말한다. 절벽을 따라 깔린 현무암을 거침없이 흘러가는 강물 소리가 귓등을 스친다.
너른 바위 쉼터를 지나고, 출렁다리인 주상절리교를 건너자 드르니 스카이 전망대가 나타난다. 반원의 돌출부가 강 쪽을 점유해 시야가 확 트이며, 유장한 한탄강이 말없이 흘러간다.
주상절리 잔도길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인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에 선다. 몸은 허공에 떠 있다. 반원형으로 돌출된 잔도길을 덧대 붙이고, 바닥은 모두 투명한 강화유리로 되어 있다. 깎아내린 것 같은 절벽. 급류의 물살이 만든 기묘한 화강암 바위들의 풍경은 볼수록 신비하다.
현무암교를 거쳐 동주 황벽 쉼터다. 저쪽 편의 밝은 황톳빛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다. 원래는 아래쪽은 검은색, 위쪽은 황토색과 암갈색이지만 주상절리 벽은 햇빛에 의해 황톳빛으로 물든다. 동주는 철원의 옛 명칭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걷는다.
수평절리교도 지난다. 철원 한탄강에는 화강암이 가로로 깨진 수평절리가 많다. 땅속에 화강암이 숨겨져 있다가, 화강암을 덮은 다른 암석이 제거되면, 화강암이 드러난다. 이때 화강암의 약한 곳이 깨지면서 생기는 것이 수평 절리다. 화강암교를 건넌다. 예로부터 한탄강 여울의 소리가 가마솥 끊는 물소리 같다 하여 구리소라고 불리는 구리소 쉼터에서 잠시 멈춰 선다.
약 40m쯤 절벽 중간에 위태롭게 매달린 하늘색 잔도가 협곡 절벽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풍경은 감탄 또 감탄이다. 특히 발밑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 구조물을 지날 때는 그 아래 흐르는 청록색 강물로 간담이 서늘하다.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짜릿한 경험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탄강은 금강산 아래쪽 추가령 지구대에서 발원하여 평강, 철원, 연천 전곡리에서 임진강과 합류하는 총길이 136㎞의 제법 긴 강이다. 본래 이름은 '한 여울', 즉 큰 여울이라는 뜻으로 이것을 한자어로 바꾸면서 한탄강(漢灘江)으로 부르게 됐다. 그러나 이 한탄강은 궁예왕이 철원 땅을 후고구려의 도읍으로 삼으면서 제빛을 발산하는가 싶더니, 후삼국의 다툼 속에서 국토의 3분의 2를 장악하던 그가 부하 왕건에게 쫓기어 이 강을 건너면서 눈물 어린 한탄(恨嘆)을 하였다고 한탄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남북 분단의 상처와 아픔이 한탄강이라는 어감으로 상징화되고, 철원과 더불어 비운의 역사를 업고 우유히 흐른다.
선돌교와 단층교를 지난다.
좀 더 걸어가면 순담 스카이 전망대에 도착한다. 휘어지는 절벽과 기묘한 형상의 기암괴석들 사이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물살이 더 빨라지는 곳이 '강의 허파'로 불리는 여울이며 산소를 많이 생산, 물을 정화시킨다고 한다.
순담계곡 전망 쉼터에서는 부교를 이용하여 한탄강 물윗길를 걷는 관광객을 모습이 보인다. 날머리 순담 게이트는 지척이다.
순담게이트를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이동한 근처 식당에서는 각자 준비한 방식대로 점심을 즐긴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일행은 철원사랑상품권을 활용해 육개장, 설렁탕 같은 뜨끈한 국밥으로 몸을 녹이고, 반면 도시락을 준비해 온 일행들은 식당 건너편 소공원의 벤치에 자리를 잡는다.
벤치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작은 피크닉 같다. 한쪽에서는 전복과 해산물을 넣은 라면을 끓이며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옆자리에서는 떡과 전을 안주 삼아 직접 담근 술로 추위를 녹이며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담근 술 한 잔에 서로의 이야기가 오가며 겨울바람도 따뜻하게 느껴졌던 순간이다.
모두의 손끝에서 정성과 소박함이 묻어나는 이 점심시간은 언제나 걷기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자연 속에서의 밥 한 끼, 함께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소리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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