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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길

경기 평화누리길8코스(반구정길)

2024년 9월 1일(일)

8코스(반구정길)1 : 반구정-임진강역

 

경기 평화누리길 8코스는 ‘반구정길’로 반구정→임진강역→장산전망대→화석정→율곡습지공원에 이르는 13km 구간이며 6.25전쟁의 아픔을 체험하며 걷는 안보여행 길이다. 

 

파주의 대표 문화유산인 반구정은 황희정승이 말년에 관직을 사양하고 고향에 돌아와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냈다는 정자다. 반구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반구정(伴鷗亭)이란 이름은 갈매기를 벗한다는 의미로, 실제 이 반구정이 임진강 하구에 있어 예전에는 서해의 갈매기들이 이곳까지 많이 날라왔다고 한다.

 

평화의 길 7구간과 일부 겹치고 경기둘레길 파주 7코스와는 같이 간다.

 

오늘은 임진강 역까지 3km 만 걷고 임진각 안보관광을 하기로 한다.

 

출발에 앞서 문산읍 사목리에 있는 조선시대 정자인 반구정을 둘러보고  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을 알리는 문을 지나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자유로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길을 따라 걸으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주변 논밭의 풍경이 정겹게 펼쳐진다. 

 

경의중앙선 임직강역 건널목을 지나면서 반구정길은 통일로를 통해 장산1리 방향으로 이어지지만 바로 옆인 임진각평화누리공원과 DMZ 관광을 위해 임진강역으로 향할 계획이었는데...

 

이곳에서 다리 아래 왼쪽길로 들어서 임진각 관광지(0.1km)로 진행해야 하는데 아뿔사! 습관처럼 경기평화누리길 코스인 오른쪽으로 걸어간다.

 

고양시 행주대교 북단에서 파주시 문산읍 자유의 다리에 이르는 46km 구간의 자유로(自由路)는 한강과 임진강을 끼고 달린다.

마정 쉼터

 

마장리를 지나 2km 이상을 더 걷고서야 지나쳐왔음을 알고 되돌아온다. 

임진강역 앞 도로로 운행 대기중인 경기도 2층버스

 

남은 거리는 9월 다섯째 주에 이어가기로 하고 임진각 관광지로 이동한다.

 

2024년 9월 29일(일)

8코스(반구정길)2 : 임진강역-율곡습지공원

 

역대급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9월의 끝자락.

서울을 지나간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 눈부시다.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시원스레 뚫린 자유로(自由路)를 내달린다. 차창을 스치던 도심 속 건물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그 자리를 채워주는 건, 철책선과 분단국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DMZ(Demilitarized Zone).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곳이다.

 

경의선 임진강역에 도착한다.

임진강역은 일반 열차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역으로 평화통일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곳이다.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경기 평화누리길 8코스를 이어간다.

 

임진강역 도로를 건너면 경기 옛길인 '의주길(고양시 삼송역에서부터 시작해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약 56.5km)'과 연결된다.

의주길은 한양에서 의주로 이어져 조선과 중국을 오가는 사신과 상인들의 주무대였으며 연암 박지원이 이 길을 통해 여행하며 ‘열하일기’ 저술했고, 이승훈과 김대건이 천주교를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가기도 했다.

 

온몸으로 따스한 햇볕을 느끼며 가을 들녘을 걸어간다.

 

마정리 벌판을 지난다.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들녘이 풍요롭고 평온하다.

문산읍 마정리(馬井里)는 예전에 말 우물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남북분단으로 형성된 민간인 통제구역 임진강 남한지역의 첫 마을로 통일로와 자유로가 만나는 곳이다.

 

마정리에서 바라본 파주평야의 황금 들녘 전경

 

철조망은 ‘남북분단’이라는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현실을 상징하는 장소로 민통선(민간인 출입이 제한되는 북쪽 한계선)이다.

민통선 철책선에 하얀색 푯말이 서 있다. 앞쪽도 뒤쪽도 똑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안녕하십니까’.

 

물음표가 없다. 대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대답 없는 질문을 던진다.

유영호 작가의 작품 ‘안녕하십니까’ 는 분단의 아픔이 있는 철책에서 서로 안부도 묻지 못하는 현실을 표현하는 작품이란다.

 

문산읍 장산리 가는 길은 접경지역의 애잔함과 청정함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맨밧골천 대전차 방호 구조물 용치(龍齒)

 

11시 30분. 장산1리 마을 초입에 들어선다. 아담한 마을이다.  높이가 같은 산이 임진강가를 따라 길게 뻗어 있어 진동산 또는 장산이라 하였다. 이곳 역시도 황금빛 평야가 펼쳐져 있다.

 

장산리 마을회관 건너편 정자에 자리를 잡고 빙 둘러앉아 조금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쪽빛님이 준비한 부침개를 비롯하여 김밥과 떡, 빵 등 각자의 배낭에서 나온 음식과 담금주로 진수성찬이다. 특히, 범털님이 준비한 각종 부위의 소고기가 즉석에서 프라이팬에서 구워져 제공되어 잔치다.

 

장산 가는 길에 마주친 정다운 이름 '맨밧골’은 바위가 많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접경지역이다 보니 아담하고 전망 좋은 동네 뒷산도 군 작전지역이다.

장산전망대는 코스에서 300m 정도 비켜 있어 대신 왼쪽 벙커를 지나 언덕을 오르자 장산전망대와 비슷한 탁 트인 북녘의 풍경과 마주한다. 

 

높이 100m에 불과한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유유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임진강 물줄기와 벼가 익어가는 들녘, 그리고 강 건너 DMZ 생태의 보고인 임진강 유일의 자연섬  초평도와 그 너머의 북녘땅이 한눈에 조망된다.   

 

왼쪽으로 DMZ 안 대성동 마을과 북쪽 기정동 마을이 나란히 보이고, 오른쪽 강 너머엔 실향민 마을인 진동면 해마루촌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평평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초평도(草坪島)는 순 우리말로 ‘풀들섬’이라 부르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50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모래섬을 갯버들과 풀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남과 북의 접경에 자리하고 있는 까닭에 한국전쟁 이후 사람의 출입이 통제돼 자연식생이 잘 보존됐다고 한다.

 

초평도와 임진강을 둘러싼 나지막한 산줄기들은 군사적 방어선이기도 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능선마다 군사도로와 초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의 모습에서 DMZ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전해진다.

 

전망대는 평화누리길 노선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져 있으나 잠시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전망대에서는 임진강, 강 건너편 진동면, 초평도 전경, 북녘 산맥 등이 시야에 들어오고, 날씨가 좋으면 개성까지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한국전쟁 전만 해도 걸어서 개성, 평양, 신의주, 중국 베이징 방향으로 가려면 반드시 통해야 했던, 사실상 ‘국도 1호’의 끝 지점이다. 북으로 향하는 길목이자 포구인 임진나루 좌우에는 언제든지 폭파해 길을 막을 수 있는 ‘도로 방호벽’이 육중하게 자리하고 있다. 50년 전에는 좌우에 음식점이나 집들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음식점만 대여섯 곳 남아 있다.

 

임진나루의 명물 ‘황복’을 파는 식당이 너댓곳 보인다.

 

임진강은 옛날부터 한반도에서 자연경계선의 역할을 했다. 원삼국시대에는 마한 세력과 한사군의 경계선, 4~5세기 무렵에는 백제와 고구려의 경계선, 6~7세기에는 신라와 고구려의 대치선, 임진왜란 시 주요 싸움터, 6.25 전쟁 당시 격전지였다. 현재도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임진마을을 지나면 화석정이 나타난다.

율곡리 임진강 강가 벼랑 위에 자리 잡은 조선시대 양식의 정자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겹처마 형태이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는 율곡 이이의 고향이다. 그는 어머니 신사임당의 고향인 강릉에서 태어났지만, 여섯 살 때 율곡리로 와서 살았다. 이이의 호인 율곡은 고향 이름을 따서 붙였다.

 

세종 25년(1443) 율곡 이이의 5대 조부인 강평곤 이명신이 세운 것을 성종 9년(1478) 율곡의 증조부 이의석이 보수하고 몽암 이숙함이 화석정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화석(花石)’은 ‘돌 위에 꽃비가 내린다.’라는 뜻으로 기록에 의하면 당나라 때 재상 이덕유의 별장인 평천장의 기문(記文-나무판에 새겨진 글귀) 중에 보이는 ‘화석(花石)’을 따서 정자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 후 이이가 다시 중수해 여가가 날 때마다 이곳을 찾았고 관직을 물러난 후에는 이곳에서 제자들과 시와 학문을 논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왜구의 침공에 대비해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이이의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은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가던 중 한밤중에 강을 건널 때 이 정자를 태워 불을 밝혀 선조가 강을 건너는 것을 도왔다는 전설로도 유명하다.

율곡 이이 선생이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제자들과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던 화석정

 

정자에 서면 바로 밑을 흐르는 임진강을 굽어볼 수 있고, 난간에 기대어 보면 서울의 삼각산과 개성의 오관산이 아스라히 바라다보인다.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30년 향나무와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가 화석정 옆을 지키고 있다.

화석정에서 바라보이는 임진강이 북쪽에서 굽이굽이 남으로 흐르고 있다.

 

의주길 제5길 임진나루길은 선유삼거리에서 임진각까지 12.7km로 철조망 넘어 통일의 염원을 담은 길이다.

임진나루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이곳을 건너 선조가 몽진한 부끄러운 역사가 있는 곳이다. 좌우 산줄기를 따라 성을 쌓고 좌우 길이가 133보인 진서문이 있던 자리다.

 

화석정을 내려와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율곡습지공원이 있다.

하늘타리 열매

 

경기 평화누리길 8구간 반구정길은 율곡습지공원에서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