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5(일)
37구간(19.7km) 합산버스정류장-하사6구 버스정류장
서해랑길은 오롯이 두발로 걸으면서 한반도 서쪽 해안지역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지역의 생활문화를 볼 수 있는 길이다.
멈춘 곳부터 이어 걷는 반복이다.
서해랑길 37구간은 합산버스정류장를 출발하여 월평항을 지나 가음산을 돌아 삼성염전버스정류장, 백바위해변, 창우항, 불갑천을 지나 하사6구 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지는 19.7km다. 드넓은 영광 갯벌을 바라보며 마을과 마을을 잇는 밭과 염전을 지나는 지루한 코스다. 하사리 염전마을은 영화 독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서해랑길 영광 37코스 안내판 옆에 ‘칠산 갯길 300리’의 탐방안내도도 함께 서 있다. 오늘은 '칠산 갯길 300리'의 4코스인 천일염길(월평-야월리염전-두우리해수욕장-백바위해수욕장)을 따라 걷게 된다.
8월 말인데 한낮 폭염이 계속된다. 최고 기온이 32도. 쏟아지는 햇살, 방조제와 둑방길은 그늘 한 점 없다. 우산을 받쳐 그늘을 만든다. 시원한 바람이 걷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제방길을 따라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갯벌이 펼쳐진다. 칠면초는 갯벌에서 자라는 붉은 식물이다. 색깔이 여러 가지로 변한다 해서 칠면초다. 볼품없는 칠면초지만 뭉쳐 있으면 꽃밭처럼 예쁘게 보인다.
염전 풍경은 서해랑길 아니면 볼 수 없는 서해랑길을 걷는 자들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이다.
영광 염전은 568ha로 전남 서남해안 염전(3007ha) 중 신안군(2181ha) 다음으로 많다. 생산량도 6만4051t에 달해 전남 전체 생산량(32만6770t)의 19%를 차지한다. 지금이야 천일염이 웰빙 바람을 타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광물'로 분류되던 시기만 해도 이 일대는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염전 밭을 통과하면 그 끝에 우뚝 서있는 정자 두 채가 눈에 들어온다.
정자에 올라 오수를 즐기는 촌노를 밀어내고 점심상을 펼친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꿀맛 같은 달콤한 휴식이다.
두우리 '상정마을'은 영광군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한 마을이다. 마을에 조성된 '갯벌체험장'은 여름철이면 다양한 체험 행사로 관광객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마을 앞 갯벌은 바닷물이 빠지면 5㎞ 넘게 펼쳐지면서 인근 비작도까지 연결돼 '평야'로 불릴 정도로, 드넓은 갯벌에 참호를 뚫은 칠게가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한다.
해안 도로를 따라 나무판길(목재데크로드)이 조성돼 있다. 해안가를 따라 잡목이 우거져 풍광을 만끽하지 못하는 게 다소 아쉽다.
두우리(백바위) 해수욕장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차박의 성지라고 한다. ‘백바위’라는 이름은 바닷가에 둘러싸여 있는 바위가 흰색을 띠고 있어 부르는 이름이다.
백바위 해수욕장은 콘크리트 탐방로가 깔끔하다. 백사장과 해변 경계에 산책로가 해수욕장을 따라 길게 마련됐고 주변에 아이들 놀이터와 나무 데크, 정자가 마련됐다. 모래와 섞이면서 단단한 갯벌은 아이들에게는 놀만한 운동장으로 충분하고 모래 밟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두우리해수욕장부터는 '칠산갯길 300리' 3코스 백합길이다.
전남 영광은 옛날부터 쌀과 목화, 소금, 눈이 많은 곳이라 하여 4백(四白)의 고장으로 불렸다.
목화는 조선시대에는 일본에 수출까지 했었지만 이미 산업용으로 생산하는 목화는 사라진 지 오래이고, 쌀은 막걸리도 만들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다가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한 영광은 굴비로도 유명하다. 영광굴비가 좋은 이유는 참조기, 소금과 함께 바람이 좋기 때문이다.
하얀 풍력발전기가 좋은 바람을 타고 있는 영광 풍력단지로 5백(五白)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영광군 백수읍 하사리에는 바닷바람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가 장관을 연출한다.
논밭 사이로 하얀 풍력발전기 총 78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중 우리나라 최대 크기의 풍력발전기가 연구,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풍력발전은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 방법으로 보통 3개의 날개를 가진 발전기가 가장 효율이 높다고 한다.
보통 큰 것은 주탑의 높이가 약 130m, 회전날개의 길이가 40~50m에 달하며 날개 하나의 무게는 평균 10여 톤에 달한다.
아무리 장관이라도 몇 시간 넘게 똑같이 펼쳐지면 흥미를 잃게 되는 법, 무던한 인내심이 필요한 구간이다.
변변한 쉼터 하나 없는 탓에 몇 시간 넘게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참아내야 한다.
종점 2.5km 이정표를 지나면 반드시 '불갑천교'라는 다리 위를 걸어야 한다. 논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불갑천을 건널 방법이 없다.
그 어느 구간보다 지루하고 힘든 구간이다. 그래도 서해랑길 덕분에 일요일이 알차게 채워지는 느낌이다.
1800km를 다 걷고 돌아보면 행복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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