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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33-34구간(16.9km, S오일 주유소~외현화마을)

2024. 6. 23(일)

33구간(9km)+34구간(7.9km)=16.9km

33구간(9km) S Oil 주유소-용정4리 회관-수양저수지-석북마을회관-수양촌마을회관-상수장 노인회관-상수장3반 버스정류장

 

남부 지방 장마가 북상하면서 어제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23명을 태운 버스는 여산휴게소 팔각정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무안을 향해 달린다.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다행히 버스에서 내리자 비가 멈췄다.

잔뜩 찌푸린 하늘 덕분에 걷기에 좋다. 선두 일행은 벌써 저 멀리 점점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후미 일행은 지름길을 이용하여 약 1시간 정도 단축할 계획으로 걸음이 느긋하다.

 

황토색 밭 사이 구부러진 길을 따라 용정리와 석북리, 수양리를 지나 상수장으로 향한다.

용이 사는 샘이 있다하여 용정(龍井)이라 하고, 봉오산 줄기를 잇는 주변의 형세가 홉(合), 되(升), 말(斗), 섬(石)의 모습인데 그 중 섬(石)을 중심으로 마을이 북쪽을 향해 있다해서 석북(石北)이라 칭하며, 원래 소를 기르는 곳이라해서 '소양'으로 불렀으나 마을에 수양나무가 많아 수양촌(垂楊村)으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수양저수지를 지나 리본을  따르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는 지름길을 택해 약 4km 정도를 단축한다.

길옆에 눈길을 끄는 거대한 팽나무 두 그루가 있다. 세월을 가늠할 수 없이 선 모습이 영기가 서린듯하다.

 

양파 수확이 끝난 밭에는 참깨와 콩이 자라고, 비닐하우스 안 고추는 벌써 붉은빛을 입었다.

석북마을회관 앞 커다란 팽나무가 눈길을 끌고, 길가에는 단호박,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들의 꽃이 눈을 즐겁게 한다.

수양촌마을회관 앞 수양촌 쉼터에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깐 휴식한 후 길을 이어간다.

 

곧 서해랑길 33구간 종점이자 34구간 시점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지도에는 상수장3반 버스정류장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종점 안내도는 이전을 해서 맞은편 송마로 아래 좁은 마을길에 서 있다.

고구마꽃. 나팔꽃과 헷갈린다.

 

34구간(7.9km) 상수장3반 버스정류장-송정2리 회관-유수정 마을회관-외현화 마을

 

농가 담장에서 접시꽃이 활짝 웃으며 나그네를 반기고, 무밭에는 수확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풍요로운 들녘을 걸으면서 마음마저 여유롭고 행복하다. 걸을 수 있음에 걷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송정2리 회관 마당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는다.

송정2리는 마을 앞 우물의 수질이 좋고 양이 풍부하여 水長이라 불렀으나 마을이 里의 위에 위치한다해서 上水長이라고도 한다.

 

쪽빛님이 전을 꺼내면서 '안주는 있는데 술이 없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감나무님이 배낭에서 장수막걸리를 한 병 꺼내 놓고 사리랑님이 오미자주를 한 병 내놓는다. 명품 여수갓김치를 비롯하여 멸치볶음, 곶감 고추장장아찌까지 각자의 배낭에서 나온 음식들이 진수성찬이다.

서해랑길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송정리는 예전에 망운면이었으나, 소나무 정자가 있어서 송정(松亭)이라 하였고, 현경면의 상수장(上水長)을 병합하여 무안군 현경면이 되었다고 한다.

접시꽃

 

점심 식사를 하는 사이 정코스를 걸은 선두 일행이 지나간다.

 

도로변에 간판이 보이는 '시인과 바다'는 찻집인데 냉면을 파는 식당을 겸한다. 휴일 나들이 손님들이 많다.

 

블루베리 농장에는 나무마다 주렁주렁 탐스러운 열매가 달려 있다.

 

유수정 마을을 지나는데 표지석에 마을 유래가 적혀 있다.

마을형성 당시 감방산에서 아흔구비의 물이 흘러 마을앞에서 멈춘다 하여 유수정(流水亭)이라 하였다고 한다.

 

오늘 트레킹 종점은 외현화마을회관이다.

현화의 바깥쪽에 위치한다하여 외현화(外玄化)라고 하는데 현화는 태통산 주변 흙의 색깔이 검게 변화해서 생긴 이름이라 한다.

장수황씨, 인동장씨, 무송 유씨, 광산 김씨 그리고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내려온 전주 최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전주 최씨 삼강문은 문이 잠겨 있어서 아쉽게도 들어가지 못했다. 삼강문은 삼강오륜에서 따온것으로 추측된다. 삼강은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이다.

 

들마루가 있는 외현화마을 어귀에서 시원한 수박과 맥주로 뒤풀이를 하고 대전으로 향한다.

 

참깨꽃
가지꽃
접시꽃
봉선화

 

이 구간은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이기도 하다.

무안의 갯벌, 황토, 생태 그리고 땅이 주는 진정한 풍요를 느낄 수 있다.

전주 최씨 삼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