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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영동 민주지산

2024. 6. 3(월)

황룡사-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갯마숲길-황룡사

 

충북 영동에서 가장 높은 민주지산에는 20km에 이르는 물한계곡이 있다. 민주지산을 중심으로 각호산·삼도봉·석기봉 등에서 흘러나온 물은 물한계곡으로 합류해서 물한천·초강천으로 흐른다. 길이가 길이인 만큼 용소·옥소·의용골폭포·음주골폭포 등 다양한 폭포와 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 산행은 식당(민주가든)에 주차하고 황룡사에서 시작한다.

산의 높이로 보나 산의 품격으로 보나 민주지산에는 큰 절 하나쯤 자리잡고 있을 법한데물한계곡 입구에 있는 황룡사라는 절이 유일하다. 

황룡사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대웅전과 삼성각만 있는 암자 수준의 조그마한 절이다. 일주문은 최근에 세운 듯하다.

민주지산의 한자 표기는 통일되지 못하고 여러 가지로 쓰인다. 국립지리원 발행 지형도에는 ‘眠周之山’으로, 백과사전들도 종류에 따라 ‘珉周之山’과 ‘岷周之山’을 혼동해 사용하고 있다.

 

잘 정비된 넓은 등산로 왼쪽은 계곡수 보호지역으로 출입을 막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계곡 건너편은 민주지산 갯마숲길이다.

 

천천히 걷는 발걸음에도 숨이 가빠오지만, 겨드랑을 파고드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한결 수월하다. 아름드리 낙엽송과 잣나무 숲을 지날 때는 신선이 되어 걷는 기분이다.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된다. 때론 흙길을, 때론 통나무 계단 길을 따라 굽이굽이 오르자 숨이 턱에 차오른다. 이미 등허리는 땀으로 멱을 감았다. 쪽새골 삼거리에서 민주지산으로 100m 갔다가 다시 여기로 되돌아와야 석기봉으로 갈 수 있다.

 

민주지산 정상(해발1241m)에는 앞 뒤가 똑같은 커다란 정상석이 산꾼들을 반긴다.

민주지산(珉周之山)은 특이하게 산 이름이 네 글자다. 갈 지(之) 자를 쓴 것도 다른 산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민주지산의 유래는 이 고장의 사투리로 ‘민두룸한 산’을 일제강점기 때 지도를 만들면서 한자로 잘못 표기한 것이 오늘의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산세가 부드럽고 덕스럽게 느껴지며, 굽어볼岷, 두루周, 갈之 자를 쓰는 것으로 보아, 민주지산은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 등 많은 연봉들을 거느리면서, 이들을 두루두루 굽어 살펴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동쪽으로 가야산, 서쪽으로 덕유산, 남쪽으로 멀리 지리산까지 조망되고, 친숙한 계룡산과 대둔산도 보인다.

북으로 가까이에 각호산(1,178m)이 있다. 뿔 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각호산 북쪽에 영동군 상촌면에서 용화면으로 넘어가는 49번 지방도의 도마령이 있다. 도마령(刀馬嶺)은 옛날에 어느 장군이 칼을 차고 말을 타고 이 고개를 넘었다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민주지산은 충북 영동에 소재하고 있고, 민주지산에서 석기봉, 삼도봉 가는 능선은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의 경계가 된다.

삼도봉에서는 경북 김천과 만나면서 경상, 전라, 충청 세 도의 만남의 장이 된다.

 

석기봉 서쪽 사면 정상부에서 50여m 아래에 백제인지 고려인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 전에 새겨진 머리 셋인 삼두마애불(마애삼면보살좌상)이 있다. 삼두마애불 뒤 바위 동굴엔 샘이 있다.

< 삼두마애불((三頭磨崖佛) >은 60도 경사진 암벽에 높이 6m, 폭 2m의 크기로 양각된 삼신상(三神像) 또는 일신삼두상(一身三頭像)이다.  근화좌대위에 오른 어깨에 납의를 두르고 결가부좌한 형상으로 고려 때 만들어졌다는 설과 백제 때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왼쪽 발가락이 오른쪽 정강이 밑으로 튀어나와있는 특이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몸에 비해 얼굴은 비대하고 방형에 가깝다.

 

석기봉(石奇峰)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돌산이다. 삼도봉, 민주지산, 각호산과 함께 웅장한 능선을 이루는 거대한 산맥이다. 능선의 행렬이 첩첩산중의 비경을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보이는 것은 오로지 산이다.

 

삼도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석기봉~삼도봉 구간은 1.4km로 약 30분 정도가 걸린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직진 길이 삼도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면 물한계곡과 만난다. 민주지산은 산이 높아 뛰어난 계곡미를 지닌 골짜기를 여럿 거느리고 있지만 그중에서 물한계곡은 가장 수려하면서도 시원스러운 계곡으로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삼도봉(三道峰)은 충청(영동),전라(무주),경상(김천)의 삼도가 접해있는 분수령이다.  삼도봉에 적힌 경북 금릉군은 현 김천시에 편입됐다. 삼도(三道)의 주민과 산악인들이 매년 10월 10일을 기해 화합을 기원하는 만남의 날 행사를 가진다고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다 보면 3개의 삼도봉을 만났는데 그중 제일 크고 웅장한 기념비가 이곳 삼도봉에 있다.

참고로, 나머지 삼도봉은 경남(하동), 전남(구례), 전북(남원)이 접하는 지리산 주 능선상의 삼도봉과 경남(거창), 경북(김천), 전북(무주)이 접하는 초점산 삼도봉이 있다.

 

이정표에서 우두령 방향이 삼마골재를 거쳐 황룡사로 하산하는 방향이다.

우두령(소의 머리 형상을 닮았다는 고개)으로 가면 덕유산까지 길이 이어진다.

 

산 높고 골이 깊은 이 산은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다. 무덤골을 지난다.

 

청류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씻어내고 잠시 쉬어간다. 계류를 오른쪽에 끼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내려선다. 수량이 점점 많아지고, 조그마한 폭포와 소(沼)들도 만난다. 울창한 숲과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있는 길에 청량한 기운이 감돈다.

 

용소폭포에서 철조망 문으로 들어가 계곡 징검다리를 건너면 민주지산갯마숲길이다. 황룡사 삼성각으로 이어진다.

 

식당(민주가든)에서 닭볶음탕을 주문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대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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