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여행의 목적중 하나는 힐링이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활기를 재충전하기 위한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자고 일어나 창문 커튼을 걷자 창밖으로 유화 한 폭이 걸려 있다. 밤새 소리 없이 내려 온세상을 덮은 하얀 눈이 한 폭의 그림 같은 멋진 설경을 선사하여 눈을 즐겁게 한다.
전날 밤부터 시작한 눈이 아침까지도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내린다. 호텔 조식을 먹는 동안 내내 내리는 눈이 무척 낭만적이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 식사는 낫또와 마즙을 비롯하여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건강식 뷔페다. 달걀, 감자샐러드, 연어구이, 찰밥, 단팥죽 등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의 유혹에 아침부터 과식을 한다.
홋카이도에서 눈은 일상이다. 그냥 눈과 함께 사는 것이다. 언제나 2~3일은 집 안에 갇힐 각오가 돼있다. 그래서 집집마다 기름 탱크는 필수다. 지붕은 당연히 경사지게 만든다. 숙소 왼쪽에 교회 건물이 보인다. 예배 보는 교회가 아니고 결혼식을 올리는 교회다. 언제부터, 왜, 그런 문화가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 사람들은 대체로 결혼식은 교회에서, 장례식은 절에서 한단다.
오타루로 이동하기 위해서 버스에 오른다. 멋진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 조금 위험을 감수하고 고속도로 대신 국도로 이동한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멋진 설경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도로 위 또는 아래 양쪽에 처음 보는 낯선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한국에는 물론 없고, 일본에도 홋카이도에만 있는 도로 표지판이다. 눈이 쌓여 수시로 도로가 없어지기 때문에 생긴 바로 도로 끝선 표시 표지판이다. 이 표지판이 없으면 정말로 위험천만이겠다.
마치 후지산을 닮아 홋카이도 후지산이라는 별칭을 가진 해발 1,898m의 욧데이산(ようていざん 羊蹄山)이 눈 앞에서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요테이 산 [ Yotei Mountain , 羊蹄山] - 일본 100 대 명산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남서부에 솟아 있는 시리베시[後志] 화산군의 하나. 에조후지[蝦夷富士]라고도 한다. 기저의 지름이 약 12㎞에 달하는 성층화산으로, 휘석안산암과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졌으며, 정상에는 오가마[大釜]라 불리는 지름 약 700m의 화구가 있다. 산꼭대기를 중심으로 많은 방사 계곡이 발달해 있고, 해빙기·폭우시에는 암설류를 방출해서 서쪽을 제외한 산기슭 부근에 많은 피해를 준다. 해발 1,200m 이상에 있는 약 260종의 고산식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산기슭은 감자·사탕무·아스파라거스 등을 산출하는 홋카이도 유수의 밭농사 지역이다. 1949년 시코쓰도야[支笏洞爺]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처음에는 태평양을, 나중에는 동해를 바라보며 2시간 반 정도를 달려 오타루(小樽)에 도착한다. 삿포로 북서쪽에 있는 작은 도시 오타루는 우리에게 조성모 뮤직비디오와 영화 '러브레터'촬영지로 잘 알려진 도시다. 원래 이곳 北海道는 "아이누 族"의 땅이였다. 대부분의 지명(地名)은 아이누족이 부르던 대로 한자표기를 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오타루란 '모래가 많은 바닷가'를 뜻하는 아이누어 '오타루나이'에서 따온 것이다. 시가지는 해안 단구에 있으며 '사카노마치(坂の町 : 고개 도시)' 라고 불린다.
오타루에 도착하기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버스에서 내리자 점점 대단해져 간다. 눈이 많다는 홋카이도였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나 봄직한 비현실적인 설경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거센 눈보라를 뚫고 먼저 운하를 보러간다. '오타루의 역사는 운하의 물속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운하는 오타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시설이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를 지나면서 현대식 부두시설의 발달로 큰 배에서 직접 짐을 내릴 수 있게 됐고, 운하는 더 이상 쓸모없게 됐다. 그러나 시민들의 존치운동 덕분에, 1980년대에 운하의 일부는 매립되지 않고 관광 상품으로 복원됐고, 주변의 창고들은 상점ㆍ카페ㆍ박물관ㆍ음식점 등으로 리모델링됐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가스등도 88개를 남겼다. 그래서 오타루 야경도 유명하다.
원래 오타루는 청어를 잡던 항구였다. 청어 잡이가 어려워지자 항구도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가스등 즐비하던 운하와 수많은 창고가 쓸모없게 됐다. 부흥의 길을 고민하던 중 생각해낸 게 유리 제품이었다. 주로 석유램프ㆍ어등ㆍ부표 등을 만들던 유리 회사를 중심으로 착안해낸 제품이었다. 그 후 유리 장식이 들어간 오르골을 만들었고, 그 후 이것들이 오타루를 상징하는 두 제품이 됐다. 이 상점들은 운하부터 메르헨 오거리까지를 일컫는 사카이 마치에 모두 모여 있다.
가이드가 점심식사 쿠폰을 나누어준다. 저온 창고를 개조해 만든 오타루운하식당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식사 쿠폰이다. 창고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중앙에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뷔페를 비롯하여 5~6곳의 작은 식당이 빙둘러 자리하고 있는데 마땅히 당기는 음식이 없어 쿠폰으로 기념품 상점에서 선물용 과자를 구입하고 거리 구경에 나선다.
이번 여행 홋카이도 여행에서 오타루는 기대하고 고대하던 곳이었다. 짧은 여정이라 할지라도 영화 '러브레터'속 아름다웠던 거리를 오롯이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눈이 너무 내려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다.
운하에서 오르골 본당 앞 시계탑까지 거리 양쪽으로 공방, 유리공예품점, 식당, 커피점, 치즈케이크ㆍ초콜릿 등으로 유명한 롯카테이(육화정)ㆍ기타카로(북과루)ㆍ르타오 등의 제과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롯카는 '눈꽃'이란 뜻이다.
오르골 당에는 값비싼 호화 오르골부터 캐릭터 오르골까지 수천 점이 넘는 형형색색의 오르골을 판매한다. 증기로 작동한다는 오르골 본당 앞의 증기시계가 일정 시간 간격으로 증기 기적 소리를 내는 것이 재미있다.
길거리 편의점에서 구입한 우산을 오르골 당에서 잃어버렸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안할 일에 어안이 벙벙하다. 일본인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일본관광지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늦은 점심식사를 위하여 주차장 건너편 생선구이 식당에 들어간다. 특대 청어 구이(特大にしん燒き 니신야끼- 약 9천원)와 특대 임연수어 구이(ほっけ燒き 홋캐야끼- 약 1만2천원)를 주문했는데 생선구이와 공기밥(요금 별도) 이외의 반찬은 한 가지도 제공되지 않는다. 일본의 식당은 단무지 한 조각도 돈을 내고 따로 주문해야 한다. 생선구이 백반을 맛있게 먹고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정겨운 담소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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