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눈은 소리없이 '사부작사부작' 내린다. 그리고 그대로 쌓인다. 이곳 사람들은 눈 속에서 눈과 함께 살아간다. 여행 하는 4일 동안 우리나라에서 평생 본 눈보다 더 많은 눈을 구경한 것 같다.
많은 여행객들이 호텔에서는 물론 심지어는 호텔 주면 산책할 때도 유카타(浴衣)를 입고 돌아다닌다. 유카타는 일본의 전통 의상으로, 원래 잠옷 또는 목욕 후에 집안에서 입는 옷으로 만들어졌다. 여행하는 동안 묵었던 비교적 호화로운 숙소들과 아침, 저녁으로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제공된 음식들이 너무 호사로워 약간 마음이 불편했다.
삿포로의 겨울은 길다. 일 년 중 삼분의 일이 겨울이라는 이곳에서 2월은 아직 겨울이 한창이다. 눈도 무척 많이 내린다. 연평균 적설량이 많게는 6m에 이를 정도인데 그 이유는 겨울철에 오호츠크 해의 찬 공기가 근처의 산에 부딪혀 커다란 눈구름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도로 신호등이 세로로 되어있다. 일본의 경우는 지역마다 제각각인데, 눈이 잘 안오는 간토나 시코쿠같은 곳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가로 배열이지만 홋카이도나 니가타처럼 눈이 많이 오는 지역들은 가시성 문제로 인해 세로 배열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운전석이 우리와는 반대다. 차는 좌측통행을 사람들은 우측통행을 한다.
공항으로 가는 중간에 쇼핑을 위해 면세점에 잠깐 들린다.
일본은 면세점 등 관광산업을 내수 활성화를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있다. 일본의 면세점은 공항과 항만 등에서만 관세·부가세 등을 면제해 주는 관세면세점(duty free·한국의 사전면세점)이 있고, 시내에는 외국인에게만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8%를 즉석에서 면제해 주는 부가세면세점(tax free·한국의 사후면세점)이 있다.
일본 정부가 면세산업 부흥에 나서면서 2014년 5000여 곳에 불과했던 부가세면세점이 2015년 1만9000곳으로 대폭 늘어났다. 2020년까지는 2만 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공항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폭설에 사고까지 겹치면서 차량 정체가 심하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가이드는 초초해지지만, 비행기를 놓치면 핑계삼아 하루이틀 더 이곳에 머무를 기대에 여행자들은 느긋하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이번 여행은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설경의 나라. 설국 홋카이도는 최고의 겨울여행지였다. 이번 여행은 내 평생 두고두고 추억할 잊지 못할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삿포로는 북위 43도로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밀워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와 같은 위도이다.
여행하는 동안 일본 화폐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서부터 경제이야기, 현재 총리인 아베신조 야욕,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인생스토리, 욘사마 배용준의 인기 이야기 등등 가이드의 해박하고 맛깔스러운 설명에 일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가이드는 일본이 오늘날 경제적인 강국이 된 것은 관리와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상상할 수 없었던 후쿠오카 원전 사고를 겪고도 잘 극복해 나가는 일본의 저력을 보면서 세월호 사태와 메르 사태 당시 우리나라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의 무능한 모습에 안타까움은 떨칠 수 없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미국.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러나 둘 다 우리랑 뗄 수 없는 나라다. 1945년 전후 베이비 세대들의 피와 땀으로 한때 미국까지 위협하던 경제대국 일본이 1990년대 부터 경제에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을 지나 잃어버린 30년으로 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약발도 먹히질 않는 듯하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 불황이 점점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일본이 경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시도한 여러 정책들을 타산지석, 반면교사로 삼아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4일 전에 내렸던 신치토세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다시 떠날 날을 기약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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