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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과 소소한 일상

[펀글]몸 만들기에 실패하면 달리기에 실패한다.

운동을 시작하여 규칙적인 달리기를 습관화하는데 실패하는 이유는 달리기에 적절한 몸을 만드는 훈련 자체보다 대회 참가 같은 부수적인 문제로 성급하게 확대하고 거기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몸만들기를 실패하기 때문이다.

달리기에 필요한 몸 만들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 보니까 부수적인 훈련에러에서 생긴 문제들이 핵심 운동인 달리기에 약영향을 주고 결국 달리기 의지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그렇게 되는 흔한 이유들을 살펴본다.

첫째, 자만심이 가장 중요한 실패 원인이다.
운동을 시작하여 이제 막 몸이 유산소화된 상태를 경험한 주자가 자신의 몸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욕심을 내어 몸을 혹사시키기 때문이다. '10km를 이렇게 잘 달릴 수 있으니까 마라톤은 그냥 거리만 늘이면 돼!'라고 속단하고 훈련된 적정수준보다 더 많이, 더 멀리, 더 자주 달리다가 훈련의 질이 악화되면서 그나마 만들어지기 시작한 자신감과 용기마저 까먹게 된다.

둘째, 비효율적인 훈련계획이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려면 그에 맞는 '몸만들기(컨디션화)-양 늘이기(지구력훈련)-질 강화하기(속도훈련)'의 순서를 지켜야 한다. 일련의 안전이 증명된 훈련프로그램을 따라야 하는데, 짧은 시간에 성급한 결과를 얻으려는 조바심 때문에 빨리, 멀리 달리기에만 집중하다 주저앉게 된다. 달리기도 생각이나 마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근육이 하는 것이다. 몸의 소리에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리 유전적으로 자실이 있더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셋째, 부상회복 후의 재활과정을 과소평가하고 우습게 본다.
계속되는 달리기 훈려의 성공으로 자신도 모르게 더 많이, 더 자주, 더 멀리, 더 세게 달린 나머지 '승자의 저주'라는 부상에 걸리거나 시간과 관심이 부족하여 적정한 훈련 수준을 유지하지 못해 '부상-휴식/운동중단-부상'의 사이클을 반복하다가 영원히 달리기 세계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상 초기부터 재활과 회복에 관한 재활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달리기의 건강효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달리기에 입문하여 규칙적인 달리기 주자(레크레이셔널 러너)가 되는 사례는 10%를 조금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소재석 외, 생활체육총론, 2008). 부상의 강도나 기간이 일정 수준 이상 넘어서거나 처음의 호기심이나 열정이 식게 되면 운동을 중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고 극복해 왔다. 그런 만큼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모두 달리기를 생활화하는데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가 많다.

다섯째, 부상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부상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500명 이상의 대회 참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 년에 37~56%가 한 개 이상의 부상을 경험하며, 대체적으로 1,000시간 달릴 때마다 2.5~5.8개 부상 경험이 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부상률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부상을 입는 가장 큰 원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건강을 강화하고 인간관계를 개선하여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지만, 적절한 몸 만들기에 실패함으로써 달리기 자체가 결정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되겠다.


누군가 달리기를 잘 한다면, 자질이 아니라 이전의 훈련에 쏟아부은 땀과 노력, 그리고 실패와 재활을 생각하자. 나의 실패가 지금은 쓰지만, 웃고 달리다 보면 조만간 성공의 기회를 잡아 나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