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령까지 거리는 1km. 완만한 능선 길이다. 장수대에서 대승령을 거쳐 남교리로 향하는 등산객들이 꼬리를 문다. 대승령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꿀맛이다.
1273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른다.
등로 왼쪽으로 위풍당당한 모습의 주목나무가 반긴다.
1408봉에 오르자 귀때기청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산행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 곧바로 왼쪽 계곡으로 치고 내리꽂는다.
산사태로 무너져 내려 깊은 상처를 입은 계곡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곳곳에 높고 깊은 산속에 서식하는 산양의 배설물이 보인다.
한참 지나서 알게 되었지만 이 계곡은 쉰길폭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아니다. 잘못 들어선 것이다. 덕분에 미답의 새로운 계곡을 구경했지만 시간에 쫒기며 랜턴을 켜고 큰귀때기골을 빠져나오게 된다.
빨갛게 익은 마가목 열매가 걸음을 멈춘다. 빠른 손놀림으로 배낭을 가득 채운다.
아쉽지만 쉰길폭포는 멀리서 바라만보고 만남은 내년을 기약한다.
설악산국립공원 내설악의 귀때기골은 귀때기청봉(1,577m)에서 시작하여 높이 약 450m 지점에서 수렴동 계곡과 만나며, 작은 골과 큰 골 둘로 나뉘어 있다. 특히 100m가 넘는 쉰길폭포는 꼭 한 번 볼만한 곳이지만, 험하여 올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산행 경험이 풍부한 사람과 동행하고, 충분한 장비(자일 등)는 필수다.
협곡으로 이루어진 큰귀때기골은 계곡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계곡 양쪽으로 솟은 침봉들이 상당한 위압감을 준다.
설악은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의 홍수에 몸살을 앓지만 이곳은 찾는 이들이 없어 호젓한 산행을 즐긴다. 최대의 난코스인 직벽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감투봉에서 내려오는 합수곡이다. 여기부터은 비교적 안전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누군가 그랬다. "모험이 결여된 등반은 의미가 없다"고. 그러나 이젠 모험을 즐길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전이 제일이다.
계곡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큰귀떼기골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계곡에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다.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진다. 큰귀때기골을 지나 길골합수점에서 수렴동계곡과 만난다. 수렴동 계곡을 건너 정규등산로로 들어선다. 백담사주차장까지는 1km. 용대리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7시 막차)에 오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14시간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음에 감사의 기도가 절로 드려진다.
산으로 대장의 헌신적인 도움과 수고 덕분에 설악의 숨겨진 비경 하나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동행한 모든분들 특히 산으로 대장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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