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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26-1. 안산가는 길 : 인제 한계고성 릿지

산행일 : 2011년 10월 23일(일)

산행코스 : 옥녀1교-옥녀탕-한계고성-통천문-전망바위-직벽-천제단-손바닥바위 전망바위-대한민국봉-십이선녀탕삼거리-대승령-쉰길폭포

합수점-큰귀때기골-길골합수점-백담사주차장-용대리(약 14시간 소요)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깊어가는 가을 냄새가 묻어난다. 계절은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조심스레 우리 곁을 지나치기도 하고 다가서기도 한다.

 

설악을 향해 어두운 길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토막잠이 들었다 깨다를 반복한다. 무엇 때문이지 알 수 없지만 올 가을에만 네 번째 설악 무박산행이다. 반대쪽 차선에서 눈부신 전조등이 스쳐 지날 때마다 잠결에 묻곤 한다. 나는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말 가을을 그리고 설악을 즐기고 있는가.

 

내설악광장 휴게소에 도착하여 산악회에서 준비한 아침식사를 한다. 밥 한 숟가락을 미역국에 말아 허기만 속이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옥녀1교에서 하차하여 랜턴 불빛으로 어둠을 밀어내고 옥녀탕으로 들어선다.

 

옥녀탕을 지나 얼마 후 한계고성 성벽이 나타난다. 성벽을 따라 진행하다보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옥류가 흐르는 계곡과 만난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 능선으로 붙는다.

 

한계산성 남문지(南門地)앞에 도착한다. 이 남문 자리가 해발 1000m라 한다. 성문이 있는 성곽 앞에는 안내판이 서 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고종 1259년에 야별초의 안홍민장군이 몽고군을 섬멸한 곳이라고 한다. 성둘레가 20km나 되는 이 산성은 남문이 가장 아래 부분이고 위로는 1300m 지점까지 성이 있다.

 

한계산성(寒溪山城)은 신라말 경순왕의 전설이 전해오는 유서 깊은 산성이다. 성벽(城壁)은 거의 무너졌으나 옥녀탕 골짜기의 문터와 그 연장부는 견고한 내외겹축의 성벽이다. 이 험한 산에 성을 쌓을 때 동네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돌을 손에서 손으로 넘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전략적 요충지로의 한계산성은 방어목적 보다는 피난성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

 

성벽을 끼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산성을 지나면 뚜렷하던 길이 희미해지기 시작하다 이내 없어져 버린다. 캄캄한 어둠을 물아내고 붉은 빛이 번지기 시작한다. 운해가 장관이다.

 

 

주걱봉과 가리봉이 운해와 어우러져 거짓말 같은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모두들 걸음을 멈추고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땀 흘리며 맞게 되는 이 멋진 풍광은 올 가을 마지막으로 밤새도록 먼 길을 달려 찾아온 나그네들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산성터를 떠난 지 30여분. 지리산 통천문 같은 구멍바위를 빠져 나와 다시 주능선으로 붙으면 노송과 고사목이 어우러진 암릉이 나온다.

 

 

 

 

 

주걱봉, 가리봉, 삼형제봉이 손에 잡힐 듯 조망되는 조망 터에 선다. 한계령의 구불구불한 길을 건너 우뚝 솟은 주걱봉, 가리봉(加里峯:1,519m), 삼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주름잡힌 산줄기가 운해와 더불어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끼듯이 아름다움 앞에 어떤 말과 글도 다 부질없는 짓일 것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다시 가파른 암릉을 네발로 기어오른다.

 

 

 

 

눈앞에 펼쳐지는 황홀한 절경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하고 디카에 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오늘 산행 난코스 중 하나인 직벽구간이다. 사고가 잦은 곳이다. 자일을 설치하고 차례대로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들머리를 찾지 못해 헤매던 서울에서 왔다는 한 팀이 뒤에 붙는다.

 

 

 

 

 

 

 

 

 

 

 

 

 

 

 

 

 

 

바위를 기어올라  천제단에 닿는다. 천제단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삼신단(三伸壇)'이다. 왼쪽으로 치마바위와 안산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서고 계곡 전체에 마치 붉은 카펫을 펼쳐놓은 듯하다.

 

 

 

 

 

 

이곳은  이제 한창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곳곳에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눈을 즐겁게 한다. 산행객의 발길이 뜸해 조용하고 한적하다. 육산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며 나뭇잎 사이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땅에 퍼지고 새소리조차 없어 적막감마저 감돈다.

 

 

 

△몽유도원도

 

 

 

 

 

 

험한 오르막길을 다시 한 번 올라서자 오른쪽에 오른손 손바닥과 손등 모습의 손바위가 신비하기만 하다. 조망 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마음에 닫힌 빗장을 풀고 햇살이며 바람이며 마음껏 드나들라고 나를 내 맡기고 한껏 여유를 즐긴다.

 

 

 

 

 

 

 

 

 

 

 

 

설악산의 서쪽 귀퉁이에 우뚝 솟은 안산은 외진 위치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장수대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승령에서 탕수동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아 이 산을 스쳐 지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설악을 수십 번 다닌 사람들 중에도 안산을 다녀온 사람이 드물 정도로 한적한 봉우리다.

 

 

 

 

 

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조망터에서 단체기념 사진을 찍고 시간 여유가 없어 아쉬운 발길을 돌려 일명 대한민국봉이라고 부르는 봉우리를 지나 서북능선 정규등산로 들어선다. 십이선녀탕 삼거리와 만난다.

 

 

 

 

 

 

 

첨부파일 설악찬가2.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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