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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24. 설악골 - 공룡능선

산행일 : 2011년 10월 2일(일)

산행코스 : 소공원-비선대-설악골-범봉전망대-1275봉-공룡능선-나한봉-마등령-비선대-소공원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설악의 품에 안기러 집을 나선다. 자정쯤 산악회 버스에 오르자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실내 등이 꺼지자 대부분 토막잠에 빠져들어 고요하다. 4시간을 달려 설악동에 도착한다. 아직도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설악동 소공원은 전국에서 몰려든 산꾼들로 왁자지껄하다. 랜턴 불빛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걸음을 옮긴다.

 

설악동 소공원 매표소(입장료 단체 1인당 2300원)를 지나 신흥사 일주문을 넘어서면 오른편에 거대한 좌불상이 오가는 이들을 굽어본다. 미륵봉과 달마봉 사이에 터를 잡은 신흥사는 신라 때 삼국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자장율사가 세운 천년고찰이다.

 

비선대를 지나 금강굴 갈림길에서 왼쪽 천불동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오른쪽으로 토막골 초입이 나타난다. 토막골 입구에서 5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으로 갈라져나간 설악골이 나온다. 대청봉7.5km의 첫 이정표가 보이는 곳으로 첫 번째 철다리가 걸린 지점이다. 설악골 산행 들머리로 재빠르게 숨어든다. 산행은 계류를 건너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설악골 입구로 들어서면 쌍폭이 나타난다. 설악골 하단부의 유일한 폭포로 높이는 3m에 불과하나 시원스러운 물줄기와 심연의 소, 암반이 멋진 곳이다. 계곡의 오른쪽 기슭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쌍폭 위로 올라 20여분을 오르면 좌골과 우골의 합수지점이다. 이곳에서 다시 계류를 건너 왼쪽 계곡 길로 들어서서 설악좌골 왼쪽사면으로 난 길로 진입한다. 원래 설악좌골 길은 계곡을 타고 계속 이어졌는데, 석주길 등반을 마친 클라이머들이 사면 길을 많이 이용하느라 길이 잘 나있다.

 

 

좌, 우골 합수점에서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 천화대에서 내리뻗은 숲속 길로 들어서야 한다. 입구에 황소만한 바위에 화살표와 함께 <석주길>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그 석주길 입구에서 능선 쪽으로 붙지 말고 계곡 쪽으로 들어가야 설악좌골이다. 석주길은 화살표를 지나자마자 왼쪽 사면길을 따라 오르면 나타나는 암릉길이다.

 

석주길에 얽힌 사연

 

요델산악회의 송준호, 엄홍석, 신현주 세 사람은 서로 자일 파트너였고 동시에, 절친한 친구이자 연인 사이 (아마도 3각관계) 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송준호는 사랑보다는 우정을 지키기 위해 다시 말해 세 사람의 순수하고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엄홍석과 신현주의 곁을 홀연히 떠납니다.

 

송준호가 떠난 얼마 후 엄홍석과 신현주는 연인 사이가 되었고, 두 사람은 설악산 천당폭으로 빙벽등반을 하러 갑니다.

그러나 빙벽을 오르던 중 신현주가 그만 실족을 하자 당시 빌레이(확보)를 보던 엄홍석은 연인인 그녀의 추락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빙벽 아래로 자신의 몸을 날립니다.

 

그러나 빙벽에 설치한 확보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했고 두 연인은 한 자일에 묶인 채 추락하여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 후 두 친구를 먼저 보내고 혼자 남은 송준호는 69년 설악골에서 천화대로 이어지는 암릉을 처음으로 개척했고 그 루트의 이름을 ‘석주길’이라 붙였습니다.

 

의형제 엄홍석과 그의 여인 신현주의 이름 끝자인 ‘석’과 ‘주’를 따온 것입니다. 그리고 ‘석주길’이라고 새긴 동판을 만들어 천화대와 만나는 바위봉우리의 이마 부분에 붙여

두 사람의 영전에 바쳤습니다.

 

하지만 송준호 역시 1973년 초 토왕폭을 단독으로 오르다가 실족하여 먼저 간 두 친구의 영혼을 뒤따르게 되고, (그가 부치지 못한 그리움 편지 남긴 점과 단독 등정 한 이유가 자살이 아닐까?) 그의 시신은 그토록 사랑하던 친구인 엄홍석과 신현주의 곁에 뭍히게 됩니다. 그렇게 석주길의 신화가 설악산에 태어났던 것입니다.

 

세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을 그리며 설악가를 지어 졌다고 하네요. 작사, 작곡은 이정훈 맞나요? 지금은 구전으로 대학 산악부에서 많이 불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3절이 좀 슬프네요. 송준호가 죽은 친구(엄홍석, 신현주)를 생각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빌려온 글)

 

 

-설악가-

 

굽이져 흰 띠 두른 능선 길따라

달빛에 걸어 가는 계 ~ 곡의 여운을

내 ~ 어이 잊으 ~ 리오 꿈 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 설악아 내 - 다시 오리니

 

저 멀리 능선 위에 철쭉꽃 필적에

너와나 다정하게 손 ~ 잡고 걷던 길

내 ~ 어이 잊으 ~ 리오 꿈 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 설악아 내 ~ 다시 오리니

 

잘있거라 ~ 설악아 내 ~ 다시 오리니~~

 

 

공룡릉의 상단부를 중심으로 그 양쪽 날개의 세존봉 능선과 천화대가 둥글게 감싸고 있는 설악골은 그 중류에서 설악좌골과 우골로 갈라진다. 마등령과 1,275m봉, 천화대의 범봉 등에서 발원한 골짜기들이 모여 설악골을 이룬다. 좌우골 합수곡 이후부터는 그다지 수량이 많지 않다.

 

표지 리본도 보기 힘들만큼 인적이 드문 계곡이다. 하지만 경관은 설악산국립공원 전체를 두고 보아도 수위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날 뿐 아니라 상류부에는 한국 최고의 거목 밀집지가 있다. 약초꾼들이나 이따금씩 다닌 흔적이 보일 뿐, 오랜 옛적의 설악산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설악좌골은 길에 특별히 신경 쓸 것 없이 주계곡만 놓치지 않고 따라 올라가면 공룡능선에 붙게 된다. 오르는 동안 북쪽으로 세존봉이 계속 올려다 보인다. 남서쪽의 양파능선과 동쪽 하늘을 가르고 서있는 붉은 장벽인 석주길의 웅자도 볼 수 있다. 설악좌골은 석주길 바위 직후 만난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면 범봉 아래 지점에서 다시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천불동의 지계곡인 설악골은 계곡산행보다 협곡과 암릉이 조화를 이룬 설악 제일의 낭만적인 탐승 길이다. 설악골은 천화대와 금강굴 연봉이 족쇄처럼 맞물려 그 입구를 협곡으로 좁혀놓았지만 속으로 들어서면 대단한 너비를 지닌 계곡이다.

 

 

설악우골은 마등령으로 올라붙는데, 1,275m봉과 나한봉 사이의 암벽 아래에서 길이 끊어진다. 설악좌골은 공룡릉상의 1275m봉과 범봉 사이의 안부 또는 1,275m봉 남동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설악좌골은 까치골이라고도 부른다.

 

 

△▽왕관봉

 

 

 

 

 

 

 

 

 

 

 

 

 

 

△1275봉 거벽

 

 

△천화대

 

범봉 남서쪽 안부에 올라선 다음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능선 너머로 이어진 길은 잦은바위골로 내려서는 길로 추락의 위험이 큰 험한 코스다. 오른쪽 능선을 따르면 잠시 후 길이 왼쪽 사면을 따르다가 공룡릉 상의 1,275m봉 남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천화대 범봉

 

잡목 숲으로 30분을 오르면  시야가 툭트인 전망 좋은 곳에 도착한다. 범봉을 한가로이 바라보기 위해 다시 암봉을 꾸역꾸역 오른다.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천화대와 범봉을 품고 싶은 욕심에서다.

 

범봉이 바로 코 앞에 내려다 보이고 남성미 넘치는 공룡의 상징 1275봉과 천화대 그리고 물산바위와 동해바다, 멀리 대청봉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풍경으로 시야에 녹아든다.

 

 

1969년 한국산악회 해외원정훈련대의 10동지 조난 사고 후, 당시 설악산악회장이던 이기섭(李基燮) 박사와 설악산 개발위원회가 "하늘나라의 꽃처럼 피어 오른 곳이다" 라는 뜻으로 천화대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천화대 주봉은 범봉이다. 외설악에서 가장 날카로운 봉우리가 밀집되어 있어서 암벽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의 천국이기도 한다.

 

△천화대 범봉

△울산바위

 

 

 

 

 

멀리 신선대로부터 1275m봉을 향해 용틀임하는 공룡릉의 장관이 조망된다. 이곳에서 한차례 치고 올라서면 1275m봉 남동안부로 올라서서 공룡의 등허리를 밟게 된다.

 

△공룡능선 1275봉

△중청봉

 

 

△코끼리바위

△1275봉 오르는 길

△울산바위와 동해바다

△공룡능선 나한봉

△천화대와 범봉

△화채능선과 화채봉(맨 뒤 하늘금) 

△대청봉과 중청봉

 

 

 

 

 

설악산은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인제, 고성 ,양양, 속초에 걸쳐 있다. 예전에는 대청봉을 정점으로 하는 양양쪽의 산만 설악산으로 불렀고, 고개 넘어 서쪽 인제쪽은 한계산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산경표]에는'설악은 또 한계산으로 부른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최고봉인 대청봉의 청봉은 성해응이 쓴[동국명산기]에서 유래한다 하며, 설악에 산이 붙은 설악산이라는 이름은 김탁영이 설악산으로 떠나는 매월당을 위해 쓴 시에 나타난다. 설악은 여러 설악으로 나뉜다. 주능선인 백두대간의 공룡릉을 경계로 서쪽을 내설악, 동쪽 바닷가쪽을 외설악이라 한다. 또 한계령 남쪽의 점봉산을 남설악이라 부른다.

 

내설악에는 백담, 수렴동, 가야동, 구곡담, 12선녀탕 등의 빼어난 계곡이 있고, 산세도 비교적 부드러워 여성적인데 비해, 장군봉 범봉 천화대 등의 기골이 장대한 봉우리들이 있는 외설악은 남성적인 골격을 자랑한다.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두 차례 공원면적이 확대되었으며, 1982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공룡의 가을

△공룡능선

 

△세존봉과 울산바위

 

공룡능선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1,275m봉에서 희운각 방향으로 첫 번째 나타나는 신선봉(1,120m)이라고 부르는 암봉에서 북동쪽으로 뻗어 내린 약 20개의 연봉을 말한다. 

 

△공룡능선(가운데)과 화채능선(맨 뒤 하늘금) 

△세존봉과 속초시전경

 

눈이 시리도록 파란가을 하늘과 발아래 펼쳐지는 선경들이 자꾸 걸음을 늦춘다.

 

 

△마등령 전망대에서 바라본 설악

 

△세존봉 암벽을 타는 클라이머들과 119소방 구조헬기

 

 

△미륵봉(일명 장군봉)

△장군봉(왼쪽) 형제봉(가운데) 적벽(오른쪽)

 

 

약 1년 정도 복용하던 고혈압 약을 끊고 고기, 생선, 우유, 달걀을 먹지 않는 비건 채식생활을 한 지 100일이 지났다. 덕분에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체중도 6kg이 줄어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을 뿐 아니라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12시간 동안 설악의 품에 안겨 창조주의 멋진 작품 세계를 감상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낼수 있어 그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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