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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56. 국골-두류능선

산행일 : 2011년 7월 3일(일)

산행코스 : 추성리- 국골(좌골)-두류봉-두류능선-추성리

 

"지리산 아흔아홉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리산은 맑은 계곡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그 중 으뜸은 국골이다. 국골은 가야국의 마지막 임금인 구형왕이 신라에게 쫓겨 와 진을 쳤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골짜기다. 이러한 전설을 뒷받침하듯 국골 초입에는 성안이라는 지명이 있다. 이웃한 칠선계곡 백무동계곡의 유명세에 눌려 등산객들이 드물게 찾는 코스지만 등산로는 잃지 않을 정도로 나있다. 계곡을 건널 때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지리산의 호젓한 맛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들머리는 칠선계곡과 같은 추성리다. 칠선계곡으로 오르는 칠선교를 건너지 않고 추성산장 앞을 지나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농로를 따라 간다. 10분쯤 가면 소나무 참나무 어우러진 언덕배기다. 까마득한 발아래로 국골과 칠선계곡 두물머리가 보이고, 칠선계곡 쪽으로는 이름있는 용소도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얼마쯤 가면 길은 청색 천막이 있는 양봉장 너른 터로 이어진다. 계류소리를 들으며 띄엄띄엄 있는 산죽길을 지나면 계곡 건너에 표지기가 보인다. 추성리 들머리에서 1시간쯤 거리.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두류능선 사면이고 국골 건너편 사면은 초암능 사면으로 양 능선 정점에는 영랑대라 불리는 하봉이 있다. 하봉에서 이 골짜기를 내려다보면 굽어진 흔적 없이 일직선으로 올 곧게 뻗어나가 입구가 활짝 개방된 듯 보이나 초입은 호리병 주둥이 같이 좁고 골도 집체만한 유석들이 겹겹이 쌓여있어 먼 옛날 가야국 구형왕이 신라에게 쫓겨 이곳에 진을 쳤다는 전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주릉에 붙기까지의 반쯤은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국골의 시원한 계류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등산로가 계류에서 벗어난 나머지 능선길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길로서 막판에 땀을 잔뜩 흘려야 주릉에 올라설 수 있다.

 

 

사면 길을 한동안 따라 가다 멋들어진 폭포들을 만나는데 가히 장관이다. 칠선계곡이나 마폭골과는 다른 분위기고 한신지곡과도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리산의 멋진 폭포들을 모아 놓은 듯 한 그런 느낌이다. 계류는 너울거리는 나비처럼, 비상하는 새들의 날개처럼 때론 승천하는 용의 몸부림과도 같은 형상으로 숲속에서 자유분방하게 흘러내린다.

 

 

 

 

 

원시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존재하는 곳. 지리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그림들. 지리중독자를 양산하는 그런 모습이 황홀하다. 국골의 비경은 지금껏 보아온 무수한 비경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멋진 풍광으로 사는 동안 반드시 보아야 할 비경이다. 살아 있다는 게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곳이다.

 

 

 

 

 

 

 

 

 

 

걷잡을 수 없는 폭포들의 향연은 2시 방향인 초암능쪽으로 우뚝 선 암봉 단애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골 진행은 이곳에서 막히게 되고 왼쪽 10시 방향으로 바위가 쪼개져 쇄석들이 흘러내린다. 낙석이 많은 지역으로 위험스러워 보인다. 선두 대장이 주의하라고 여러 번 당부한다. 위험하고도 힘든 협곡 사태지역을 조심스럽게 오름을 한 후 오른쪽 경사면을 치고 오르면 동부능선에 올라선다.

 

 

하산은 두류능선을 타고 진행한다. 이 길은 세 번째 걷는 길인데도 낯설다. 두류봉에 오르니 하봉과 중봉, 상봉은 구름에 묻혀있고 방금 전 올라온 국골 또한 짙은 운무가 피어올라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지리 10대기도처 중의 하나인 향운대를 들려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온 몸이 비에 젖고 가야할 길이 멀어 그대로 진행한다.

 

 

 

 

▽함양 공원 연곷 축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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