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5월 5일(수)
산행코스 : 호동마을~방장산(方丈山 535.9m)~배거리재~주월산(558m)~무남이재~광대코재~철쭉봉~초암산~수남리(약 6시간소요)
송광사(주암)톨게이트를 빠져나가 보성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국도를 갈아타고 진행한다. 대전에서 보성까지는 족히 4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다.
녹차의 수도, 다향의 고향 보성(寶城)! 철쭉은 제암산과 쌍벽을 이루는 해발 664.2m의 일림산(산이 깊어 숲속에 들어가면 해를 볼 수 없는 산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이 유명하지만 초암산도 최근 들어서야 알려지기 시작한 보성의 철쭉 명산이다.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 면소재지에서 국도 2호선을 타고 순천방면으로 약 10분 정도 가면 예당리 호동마을 입구다. 1592년 임진왜란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 대치하던 중 당시 비봉리 선소마을 앞섬(지금의 득량도)에서 식량을 조달하여 왜군을 퇴치하였다고 한다. 얻을 득(得)양식 량(粮)자를 써서 득량면이 되었다.
오늘 산행은 호동마을에서 시작하여 방장산을 오른 후 주월산을 넘고 무남이재와 광대코재를 거쳐 초암산에 오른 뒤 수남리로 하산하는 경로를 잡았다.
호동마을을 지나 예쁜 황토집을 지나면 곧바로 산행들머리가 나타난다. 방장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줄곧 오르막이다.
오도재에서 파청재를 거쳐 오도재~방장산~주월산~광대코재~존제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호남정맥 마루금으로 종주꾼들이 많이 찾지만 호동마을 물방골이나 쑤시냉기골과 겸백면 수남리 코스는 발길이 뜸하다.
길가에 고사리, 취나물, 두릅 등 산나물이 지천으로 길손의 걸음을 잡는다.
호동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방장산으로 향한다.
겸백면 넓은 벌판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초암산 주능선과 남쪽의 고흥반도를 배경으로 한 득량만을 굽어보며 진행하기에, 종주길 내내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그림들이 펼쳐지지만 흐린 날씨 탓에 시야가 흐리다.
호남정맥 마루금에 올라선다. 한국방송 순천방송국 중계소가 차지하고 있는 방장산 정상까지는 금세다. 등나무 벤치를 놓은 아담한 쉼터와 정상석이 반긴다.
방장산(方丈山)! 중국 전설에 존재하는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이다. 삼신산은 흔히 신선(神仙)이 사는 세 개의 산이라 하여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을 일컫는다. 방장산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다. 겨우 해발 536m에 불과한 이산에 왜 '주지 스님처럼 높은 중' 을 뜻하는 방장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선두는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길가 묘지에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는다. 산나물 비빔밥을 비비고 담북장을 끓인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갈증을 싹 날려 보낸다.
방장산에서 주월산까지는 2.9km. 역시 정맥 마루금이다.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는 부드러운 산책로가 이어진다.
이드리재를 지난다. 오른쪽은 덕산리 산정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마루금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륙으로 향한다. 배거리재는 옛날에 배가 넘어 가다가 여기에 걸려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 본 방장산
안부처럼 생긴 민머리 정상부가 모습을 보인다. 주월산 정상 턱밑은 패라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주월산 철쭉은 규모는 작지만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며 만개한 자태를 뽐낸다.
무남이재에 도착한다. 길가에 등산안내판에는 주요지점간 거리가 자세하게 적혀 있다. 무넘이재는 몇몇의 산에서 보았어도 무남이재는 처음이다. 남도 지방의 사투리인 듯하다. ‘무넘이재’는 물이 넘었다거나, 혹은 넘지 않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가파르고 긴 오르막인 광대코재로 오른다. 이름 그대로 미칠 정도로, 코를 땅에 박고 한참을 올라야 한다. 여기서 오른쪽은 존제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마루금이고 왼쪽은 철쭉봉을 거쳐 초암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갈라진다.
방장산과 주월산의 왜소한 철쭉을 만족시켜줄 초암산으로 간다. 3km에 이르는 능선이 철쭉 화원인데 철쭉 봉우리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주 정도 후에 찾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초암산의 최고봉인 철쭉봉(605m)을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방장산을 출발해 U자가 왼쪽으로 누운 말발굽 모양의 끄트머리 초암산 주봉(576m)에 다다른다. 멀리 한 무리의 바위가 설핏 뫼 산자를 닮은 거 보니 정상이다.
뒤따르던 일행들은 무남이재에서 탈출하였다고 한다. 졸지에 후미가 되어 여유롭던 발걸음이 갑자기 바빠진다.
푸근하게 품을 벌린 초암산 산정에는 묏 산(山) 자를 추상화한 것 같은 형상의 한 무리 바윗덩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山자의 오른쪽 획을 길게 옆으로 잡아 빼거나, 혹은 가운데 획을 과장되게 부풀린 듯한 추상적 서체로 서 있다.
초암산의 과거 이름은 금화산이었으며, 옛 금화사 터가 있었다고 한다. 초암산이란 이름도 초암(草庵)이란 암자와 관련이 깊지 않을까 싶지만, 방장이 머문 초암은 산 어디에도 없다. '백제 때 세워진 절 금화사는 한때 대찰이었으나 절에 워낙 빈대가 심하게 끓어 태워버렸다'는 옛 노인들의 구전만 전해온다.
수남리로 하산하는 길은 가파르다. 화장실 옆에는 수도시설이 있고 그 앞에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수도꼭지를 틀고 얼굴에 땀을 씻어내니 개운하다. 화장실 아래쪽 커다란 주차장에서는 뒤풀이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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