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9년 12월 27일(일)
산행코스 : 용장리-관음사-열반재-천룡사지-천룡사--백운암-백운재-신선암-칠불암-봉화대능선-이영재-삼화령-금오산-상선암-삼릉-서남산주차장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경주 IC에서 35번 국도 언양 방면으로 가다가보면 용장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하차하여 등산을 시작한다.
지금은 절이 없어지고 절터와 석탑이 남아 있지만 신라 때 용장사라는 절이 있었다. 그래서 용장사지라 부르고, 이 절의 이름을 따서 이 마을을 용장리(茸長里)라 부르고 있다.
용장리에서 용장골을 따라가다 열반골로 들어가면 관음사라는 작은 암자가 나오고 편안한 산등성이로 가는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고원 등성이가 천룡사지이다.
지금은 안내판과 석탑만이 이곳이 절터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책을 다 불사른 뒤 평생을 유랑했던 매월당 김시습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남산은 서라벌의 진산(鎭山)이다. 북의 금오봉(金鰲峰, 468m)과 남의 고위봉(高位峰, 494m)을 중심으로 동서 너비 4km, 남북 길이 10km의 타원형으로, 한 마리의 거북이 서라벌 깊숙이 들어와 엎드린 형상이다. 골은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하여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루었으니 작으면서도 큰 산이다.
△ 천룡사(天龍寺)는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 산138번지, 고위산(高位山) 정상 부근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 불국사의 말사이다.
△백운암
신선암 쪽으로 발길을 뗀다. 발 아래로 낭떠러지가 이어지고 나무계단에 안전펜스가 둘러져있다. 절벽 위를 조심조심 돌아 커다란 바위를 10여m 가니 막다른 길. 이상하다 싶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이럴 수가! 절벽에 새겨진 온화한 모습의 보살님이 미소를 짓고 계시지 않는가.
△보물 제199호 마애보살반가상 - 풍만한 얼굴에 오른손에 꽃가지를 들고 왼손은 가슴까지 들어올려 구름 위 대좌에 앉아 설법하는 모습이다. 마애보살반가상은 앞이 거칠 것 없는 낭떠러지 위 절벽에 있어 천상의 보살이 육계의 중생을 제도하고 있다는 것을 대뜸 알 수 있다. 마애불은 8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
느긋하고 안온한 풍광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칠불암으로 내려선다. 내려섬과 동시에 시야에 꽉 차고드는 부처상. 칠불암 마애석불이다. 이 마애석불은 절벽에 새겨진 3위의 불상과 특이하게도 사각형의 바위 네 면에 각각 새겨진 4위의 불상이 있어 칠불암으로 불린다.
절벽에 새겨진 본존불은 미소가 가득한 양감 있는 얼굴과 당당한 자세,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선은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부드러운 마사토 위에 박힌 둥그스름한 바위는 푸근하고, 바위틈에서 악착스레 뿌리박고 자란 소나무들은 앙증맞다.
낭떠러지 위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경주의 원경이 펼쳐지고 겹겹 산너울들이 이랑진 모습이 잡혀온다. 아득한 풍경에서 우리가 그렇게 급히 달려오고자 했던 곳이 한 뼘도 되지 않는 것을 알고 가소로운 생각이 든다. 비로소 ‘나를 내려 놓는다’(放下着)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듯하다.
△한참 보수중인 마애석가여래좌상대불
△상사바위-상사병에 걸린 사람들은 이 바위에서 빌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바위
여름에도 찬바람이 분다는 냉골계곡으로 내려선다.
남산 전체가 마애불의 보고(寶庫)이지만, 특히 냉골(삼릉계곡)은 마애불이 많다. 입가에 방글방글 미소를 머금은 채 금방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마애관음보살입상(磨崖觀音菩薩立像), 다듬지 않은 넓은 바위 면에 사바세계(裟婆世界)에서 설법하고 있는 석가삼존불과, 극락으로 왕생(往生)하는 중생을 마중 나오시는 신비스런 모습의 내영아미타여래(來迎阿彌陀如來)를 한 폭의 그림으로 새긴 선각육존불(線刻六尊佛), 얼굴은 원만상으로 조각하고 몸은 억센 선으로, 연화대좌는 부드럽고 희미한 선으로 처리하여, 기도하는 중생을 위하여 바위 속에서 모습을 들어내는 듯한 높이 6m의 상선암 마애대좌불(磨崖大坐佛) 등 남산 전체가 불보살의 세계를 옮겨 놓은 듯하다.
△보물 제666호 석불좌상- 삼릉골 석불좌상은 남산의 어느 석불에 비해 단정한 모습으로 크기나 균형면에서 단아한 세련미를 보인다. 그러나 고태미(古態美)는 느낄 수 없고 마치 최근에 보수한 흔적이 보인다.
△거대한 선각(線刻) 부처님- 두 눈을 내려 감고 굽어보고 있다.
△선각육존불-자연 암반의 표면에 새겨놓은 서로 이웃한 두 선각삼존불, 즉 육존불. 경주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은 이 육존불을 두고 ‘유려한 선의 흐름만으로 이루어져 회화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며 ‘신라시대의 드로잉을 생생하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몸통뿐인 마가석가여래좌상 - 먼 옛날, 고려시대가 끝나고 조선이 개국하던 시절, 사람들은 불교를 누르고 유교의 나라를 세우고자, 절에 불을 지르고 부처를 뒤집고 중들을 산에서 몰아냈다고 한다. 냉골의 부처님도 그때 해를 입었는지, 아니면 변란을 겪으며 해를 입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능을 지칭한다고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