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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아름다운 靑山島

산행일 : 2009년 3월 29일(일)

산행코스: 도청항 - 고성산 - 큰재 - 보적산 - 범바위 - 권덕리 - 구장리 - 당리(서편제, 봄의 왈츠 촬영지)

가는 길 : 유성나들목 - 호남고속도로 광산나들목 - 13번 국도 - 나주 - 해남 - 완도대교 - 완도항 - 청산도

 

떠나는 건 일상을 버리는 게 아니라 돌아와 더 잘살기 위해서다. - 작가 박준-


누군가 나그네는 길에서 인생의 무게를 느낀다고 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여행은 때로 인생의 필터 같은 역할을 한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일상의 찌든 때를 걸러낸다. 따뜻한 풍경, 온기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다. 


멀다.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지역인 ‘건강의 섬’ 완도는 대전에서 버스로 4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새벽 3시쯤 유성요금소로 들어선 버스는 호남고속도로 광산나들목을 빠져나가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를 지나 해남 남창휴게소에서 정차한다.


이곳 남창휴게소의 백반(1인분 6천원)이 맛있다는 소문을 믿고 아침식사를 하고 나온 일행들의 표정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게다가 주인의 불친절까지 일행을 짜증나게 한 모양이다. 나그네들에게 여행지는 친절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일행들과 누룽지와 라면을 끓여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에 오른다.


완도대교를 건넌다. 201개의 섬으로 행정구역이 3개 읍, 8개 면 구성되어있으며 인구 6만 명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길 끝 마을’ 완도군은  장보고대사가 설치한 청해진의 해상무역 중심지로, 역사를 보존하며 천혜의 환경을 잘 활용하고 미래 발전을 위해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완도는 세계정상의 프로골프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최경주 선수의 고향으로도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완도읍 중심에 설치된 다도해 일출공원 완도타워는 첨탑까지 76m로 지상 2층과 전망층으로 되어 있으며, 주변의 섬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완도항에서 청산도행 고속카페리 호에 몸을 싣는다.










완도 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19.7㎞ 지점, 뱃길 따라 약 1시간이면 청산도 도청2리에 닿는다.



청산도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서남해안 바닷길의 요충지로,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 일대가 전란에 휩싸여 거주하는 사람이 없다가 효종 때 다시 입도(入島)했다.


청산도라는 이름은 산과 물이 모두 푸르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사시사철 파란 상록수가 많아 옛날에는 선산(仙山), 선원(仙源)이라 불린 푸른 섬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관광명소로 꼽힌다.





도청리라는 지명은 마을 형성 당시에는 경치(鯨峙)라고 하였으나 1789년 청산도가 강진현에 속할 당시에는 불목리(佛目里)로, 국세미도봉청(國稅米都捧廳)이 설치되면서 도청리(都淸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靑山島라는 멋진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고성산을 향해 걷는다.
















고성산 초입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너덜지대를 치고 오른다. 잠깐씩 뒤돌아보면 푸른 바다를 끼고 있는 해변이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자유로움과 요즈음 같이 모든 것이 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가운데 그래도 이렇게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됨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높고 낮은 산들과 푸른 바다를 향해 내닫는 초록빛 육지의 꼬리, 아늑한 바다에 점점이 뜬 크고 작은 섬들이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아름답다라는 말 이외에는 다른 말을 덧붙인다는 것은 공연히 군더더기만 더 해주는 듯도 하여 생략하고 싶은 마음이다.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손을 맞잡고 걷지 않아도 바람을 벗 삼아 마음의 동행을 한다.

 








큰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보적산을 향해 부드러운 능선을 오른다.





"내가 나를 경험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 바로 걷기다. 걷기를 통해 우리의 몸은 우리를 둘러싼 대지와 하나가 된다."












주거니 받거니 바람과 노닐며 걷다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보적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범바위가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지척이다. 범바위 왼쪽에는 범바위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보적산 기슭의 범바위 전망대-맑은 날에는 푸른 바다 수평선 너머로 제주도도 보인다고 한다.

 

범바위의 전설

아주 오랜 옛날에 호랑이가 청산도에 들어와 살고 있었는데 고개재에서 바위를 향하여 "엉"하고 소리를 내어 포효를 하니 이곳 바위의 울림이 호랑이가 우는 소리보다 크게 울려 호랑이는 나보다 더 무서운 짐승이 여기에 살고 있구나 하고 도망쳐서 그 후부터 청산도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가 있다. 그 후부터 이 바위를 "범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범바위와 상섬 사이에서는 전자파 장애가 발생하여 나침반은 물론이고 휴대전화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작은 배들은 운항을 꺼리는 지역이다. 항해용 지도에도 "주의! 청산도 부근에는 지방자기의 교란이 존재함" 이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범바위 부근에 나침반을 놓아보면 나침반이 범바위만 가리키는데 나침반이 교란되는 이유는 지구 내부의 자성이 많은 자철석 성분의 암석이 주위에 분포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청산도 앞바다는 주위나 해저가 자철석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성이 지구 자기장 보다 강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자기 오류'가 일어나는 것이다.

 

범바위에 오르면 바다와 산 아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시원하다.








최고봉인 매봉산(385m) 이외에 대봉산(379m)·보적산(330m) 등 300m 내외의 산이 사방에 솟아 있다. 이들 산지에서 발원해 사방으로 흐르는 소하천 연안을 따라 좁은 평야가 발달했으며, 중앙부와 서부 일부지역에는 비교적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동쪽 해안 만입부에 간석지가 있을 뿐 대부분 암석해안을 이루며 해안선이 복잡하다.


 

권덕리로 하산한다. 권덕리 노인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예전 청산초등학교 권덕분교를 지나 아스팔트 언덕을 오른다. 약간은 지루한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 구장리를 지나 당리로 향한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인 이곳은 청보리밭과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피는 유채꽃 길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김명곤)이 의붓딸 송화(오정해)와 구성진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을 따라 구불구불한 황톳길을 신명나게 걸어가던 장면이 떠오른다.



길이 끝나는 언덕배기엔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왈츠하우스)이 서 있다. 영화 속에 나온 갈색 흙길은 청산도 주민의 편의를 위해 시멘트로 포장을 하여서 볼 수 없었지만, 세트장과 유채꽃의 조화 그리고 바다까지 어우러진 풍광은 정말 어느 곳에 앵글을 맞추어도 한 장의 아름다운 그림엽서를 보는 듯하다. 












△재하와 은영의 가슴 설레고 안타까운 재회장소





청산도는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하다.




 



△청산도식 가묘인 초분(草墳)이 군데군데 있다. 초분은 짚으로 임시로 만든 묘를 세운 것으로 후에 뼈만 추려서 진짜 묘를 쓴다.




당리 언덕 소나무 그늘아래에서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맛도 일품이다. 


 

돌담과 유채꽃밭, 좁고 구불구불한 황톳길, 돌담을 쌓아 둑을 올린 밭 풍경 등 아름다운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아늑한 돌담길을 걷다 보면 시간마저 쉬어가는 듯하다.

△선 고운 돌담길과 어우러진 노란 유채꽃 밭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다 버릴 수 있다는 장담은 쉽지만 실상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가진 것 모두를 버리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죽은 뒤에는 무엇 하나 가져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어코 손에 쥐고 죽는 것이 사람이다.




 

여유를 갖지 못하고 허둥대며 지내는 일상의 시간들 속에서 자연의 숨결을 마음껏 맛보며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행복한 하루였다. 나는 그래서 여행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