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

32. 뱀사골-용수골-피아골

산행일시 : 2007년 10월 28일 (일)

산행코스 : 반선-뱀사골-화개재-삼도봉-용수골-불로교-피아골-직전마을

 

 

덕유산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20분간 정차한다.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지리산톨게이트로 빠져나가 인월방향으로 진행하다 60번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산내면소재지 직전 갈림길에서 뱀사골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여 861번 지방도로를 따라간다. 왼쪽은 실상사를 지나 마천면 추성리 칠선계곡 가는 길이다.

 

덕유산휴게소 뒤편 쉼터- 여인의 뒷모습에서 쓸쓸한 가을이 느껴진다.



뱀사골 : 반선-뱀사골-제승대-이끼폭포-묘향대-무명암자-폭포수골-뱀사골-간장소-뱀사골대피소-화개재

 

남원시 산내면 반선에 도착한다.

 

300여 년 전 송림사는 칠월백중날 신선바위에서 기도를 드리면 신선이 된다 하여 매년 스님 한 분씩을 뽑아 기도를 드리게 했다. 그런데 이러한 연례행사를 기이하게 여긴 고승 한 분이 임금께 상소했더니 극약을 묻힌 비단옷을 하사하여, 그 옷을 입고 신선바위에 올라 기도를 드렸는데, 고승은 백중날 새벽 괴성을 지르고 사라져 버렸다.


이튿날 승려들이 고승을 찾아 나섰더니 고승은 온데간데없고, 용소에 이무기 한 마리가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 후 이 골짜기는 뱀이 죽은 골짜기라 하여 뱀사골이라 불리고, 스님은 반은 신선이 되었다 하여 반선(半仙)이라 불린다 한다.


탐방지원센터(예전 매표소)를 통과하여 자연관찰로를 따라 진행하면 석실(빨치산이 신문과 기관지를 인쇄하던 장소)을 지나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요룡대(搖龍臺)에 닿는다. 반선 2.2km 뱀사골대피소 6.8km 이정표가 서 있다.

 


연관찰로를 따라서

 

계곡 오른쪽으로 잘 조성된 자연관찰로는 절정의 가을이  묻어나는 나무들과 맑은 계류가 흐르는 계곡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계곡 물빛은 원래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맑디맑고 투명한 계곡물을 들여다보는 데 가을만 한 때가 없다.  원색의 단풍까지 어우러져 계곡은 말 그대로 선경(仙境)이다.

 






붉은 기운 가득한 공간 아래 서면 적외선 불빛을 쬐듯 피부를 뚫고 들어온 그 단풍의 빛에 몸 속 깊은 곳에 숨겨놓은 마음이 한껏 달궈진다.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요룡대(搖龍臺)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사이의 울창한 원시림 지대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기암괴석을 감돌아 흐르면서 절경을 일구어 놓은 뱀사골은 길이만 9km(반선-화개재)로, 지리산 골짜기 중에서 가장 깊고 계곡미 또한 장관이다.


뱀이 죽은 골짜기라 하여 뱀사골이라 불리지만 전설이고, 배암사(背岩寺)라는 사찰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배암사는 석실 조금 못 미친 곳에서 보이는 맞은편 산기슭 위에 있던 절로 임진왜란 때 불타 버려 흔적조차 없다.

 

와운교 건너 계속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는 천년송으로 유명한 와운 마을로 가는 길이고 뱀사골 등산로는 오른쪽 나무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5-6분 정도 진행하면 탁용소와 만난다. 큰 뱀이 목욕을 한 후 허물을 벗고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다 암반 위에 떨어진 곳으로, 100여m 되는 자국 위로 흐르는 물줄기가 용의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하여 탁용소(濯龍沼)라 부른다.

물줄기가 '용의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는 탁용소(濯龍沼)

 


숲터널은 빨갛게 익어가는 나뭇잎으로 덮여 더 없는 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요룡대, 탁용소, 뱀소, 병소, 제승대, 간장소 등 등 물길이 담을 이루고 멈춰 선 곳마다 전설이 가득하다.


금포교를 건너 10여 분 진행하면 용이 못된 이무기가 살던 곳이라는 뱀소와, 모양이 마치 병과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병소(甁沼)가 나타난다.


모양이 마치 병과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병소(甁沼)

 

 

반야교, 금포교, 병풍교, 천정이 아치형인 명선교, 옥류교(玉流橋), 무지개다리, 대응교, 재승교, 유유교, 안영교, 화개교 등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이름이다.



 


병풍 같은 바위 사이에 물이 흘러내리는 병풍소도 절경이지만 곧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제승대(祭僧臺)는 오랫동안 걸음을 멈추게 한다. 1300여 년 전 송림사 고승인 정진 스님이 불자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하여 제를 올렸던 장소라고 한다.

제승대

물과 잘 어우러진 조경이 일품이다. 단풍나무의 빛나는 조연은 바로 ‘물’이다. 



마치 산에 물감을 짜놓은 팔레트같이 아름답다.


재승교(再承橋)를 건너 7-8분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판(잠깐! 자연도 조용히 쉬고 싶어 합니다.)이 눈에 띤다. 이끼폭포로 가는 초입이다. 산행들머리에서 약 1시간. 이끼폭포가 있는 계곡은 마천 사람들이 함지박을 만들던 곳이라 ‘마천함박골’ 이라 부른다.

 

옛날 보부상들이 하동에서 화개재로 넘어오다가 소에 빠져 소금이 녹았다. 그 빛이 간장 빛과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간장소에 도착한다.

간장소





 

뱀사골대피소는 시설이 낡고 이용객이 적은 데다 계곡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3월에  폐쇄했지만 건물은 그대로 남아있다.

뱀사골대피소

 

 

화개재는 옛날에 뱀사골 사람들이 화개장을 보기 위해 넘던 고개라고 한다.

 


화개재

 

551개의 나무계단을 오르니 이곳엔 이미 가을이 깊었다. 잎들이 많이 떨어져 앙상해진 가지 위로 서늘한 기운이 맴돈다.

 


                    551개의 나무계단

 

해발 1,550m 삼도봉(三道峯)은 지리산을 삼도로 구분하는 기점이다. 봉우리에 황동으로 만든 삼도를 상징하는 삼각뿔이 세워져 있고 각 방향에 3도(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전라북도)의 이름이 적혀 있다.


원래 이 봉우리는 정상 부분의 바위가 낫의 날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해 낫날봉으로 불렸다한다. 낫날이란 표현의 발음이 어려운 탓에 등산객들 사이에선 '낫날봉'이 '날라리봉' 또는 '늴리리봉' 등으로 더 알려져 있었다. 조금 천박한 느낌의 날라리봉 등보다 삼도의 경계기점이란 뜻의 삼도봉이 훨씬 어울린다.

 

삼도봉


용수골





 

크고 작은 폭포와 수많은 담과 소들이 시선을 빼앗고 곳곳에 쓰러진 나무와 단풍이 시선을 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계곡 또한 깊고 흐르는 물의 양도 풍부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림에 취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서있다.

 





 

울창한 수림이 뒤엉켜 넘어지면 넘어진 대로 그대로 원시와 태고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직은 사람의 때를 덜 탄 때문이다. 곱게 물든 단풍이 정적의 운치를 더한다.

 


계곡 전체를 붉은색과 노란색 그리고 가지가지 색으로 화사하게 물들이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와 바위가 어우러져 매력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용수암


계곡이 깊어질수록 단풍의 빛도 함께 짙어진다. 계곡의 물길을 따라 홍단풍의 붉은 빛이 계속 이어진다.

용수골로 들어서는 길은 비지정 등산로여서 금줄로 막아놓았다. 금줄을 넘으면 삼거리다. 오른쪽은 주등산로로 지리산 주능선상의 피아골삼거리로 이어지고 왼쪽은 불로교(철다리)를 건너 피아골대피소로 이어지는 길이다.

 

불로교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해발 850m 높이에 위치한 25평짜리 고즈넉한 피아골 산장과 산장지기 함태식 옹

 

이 산장은 작년까지 랜턴이나 촛불로 어둠을 밝혀와 등산인들 사이에 원시의 적막을 간직한 곳으로 알려져 왔으나 작년 8월 전기가 들어왔다.
등산인들이 피아골에서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답답하고 위험하다는 민원을 제기한 것이 전기를 끌어온 계기가 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이 대피소를 임대해 운영 중인 지리산 터줏대감 함태식(80)옹은 대피소 외부 1곳과 내부 2곳 등 3곳에 밤 8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전깃불을 켠다.

피아골 약수터


피아골대피소에서 구계포교소까지 1.5km 구간은 98년 수해로 피해가 컸던 지역으로, 99년 새로 다듬은 등산로는 사면을 타고 이어진다.


바위 턱이 아홉 개의 계단모양으로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계포폭포는 육중하면서도 신비로운 풍광과 더불어 완만한 암반위로 옥계수가 층층 계단을 타고 쏟아지는 장관은 탄성을 절로 나게 만들고, 이끼 낀 바위절벽은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구계포폭포




삼홍교를 건너면 삼홍소 이정표가 서 있다. 삼홍(三紅)이란 가을 단풍으로 산이 붉게 불타 산홍(山紅), 붉은 단풍이 맑은 담소에 비쳐 수홍(水紅), 사람도 붉게 물드는 인홍(人紅)을 일컫는다.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조선 시대 유학자 조식 선생이 한 말이다. 핏빛보다 붉다고 하는 지리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직전단풍은 피아골 입구 직전부락 일대의 단풍 절경을 일컫는다. 삼홍소에서 표고막터까지 약 1km의 빼어난 풍광은 피아골 산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산행이 늦어져 제대로 풍광을 즐길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 채 걸음을 재촉한다.


삼홍소

 

표고막터는 일제 강점기 때 이곳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했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넓은 산책로를 따라 약 1km 진행하면 직전(稷田)마을이다.  식용 피(稷)를 가꾸는 밭, 즉 피밭이 있던 마을이란 뜻이다. 실제 피아골이란 지명은 예부터 고대 오곡 중 하나인 피를 많이 가꾸던 곳이라 하여 피밭골로 부르던 것이 피아골로 변한 것이다.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 도전은 삶이다-지리산 종주(2008.06.22)  (0) 2008.08.28
33. 우정산행-지리산 당일 종주(2008.05.15)  (0) 2008.08.28
31. 피아골  (0) 2008.07.23
30. 뱀사골  (0) 2008.07.23
29. 칠선계곡-대륙폭포골  (0) 2008.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