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

29. 칠선계곡-대륙폭포골

산행일시 : 2007년 9월 26일(수)

 

88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을 빠져나가 지리산의 품속에 빠져든다. 인월을 거쳐 60번 지방도로를 따라 마천면소재지를 지나면 칠선계곡으로 우회전하는 다리(의탄교)를 만난다. 의탄교를 건너 계곡 옆 도로를 따라가면 추성리에 도착한다.


벽송사로 갈라지는 추성산장 앞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내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취침한다.


3시 50분. 랜턴 불빛으로 길을 열며 산행이 시작된다. 마을 정자를 지나 칠선휴게소에서 산행대장으로부터 오늘 산행할 코스 설명과 주의 사항을 듣고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서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두지터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부터는 오솔길을 따라간다.


초암능선 동쪽 골짜기인 국(國)골은 가야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신라에 쫓겨 이곳에 진을 쳤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이곳 두지터는 국골에서 머물던 가야국 군사들의 식량창고가 있었던 터라고 한다. 그 외에도 지리산에는 구형왕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왕등재는 구형왕이 올랐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왕산이라는 이름 속의 왕은 구형왕을 가리킨다.


지류를 건너는 두지교를 지나 잠시 내려서면 비로소 칠선계곡을 만나게 된다. '신선대'라고

불리는 곳으로 출렁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산길은 다시 칠선계곡을 벗어나 왼쪽의 산허리로 이어진다. 7-8분 정도 오르면 칠선동 마을터에 도착한다.


더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조망바위 하나가 나타난다. 추성망바위이다.

칠선휴게소를 출발한지 약 1시간 후 “추성 2.9km 두지동 1.6km 선녀탕 0.5km” 이정표가 서 있는 언덕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계곡에서 약간 떨어져서 산기슭을 걷다 계곡으로 내려와 잠시 거슬러 오르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를 건너 곧바로 선녀탕에 닿는다.


옛날 일곱 선녀가 살았다는 선녀탕은 작은 폭포의 물을 끌어들여 옥빛의 길쭉한 탕을 만들고, 단풍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는 가지를 뻗어 물위를 비춘다. 선녀탕에서 조금 오르면 비스듬한 반석을 타고 내려오는 8m 길이의 와폭이 깊고 넓은 탕을 만들었는데 옥녀탕이다. 칠선계곡의 비경이 시작된다.


어둠 속에 보이는 옥녀탕의 모습에 잠시 눈길을 주고 오른쪽 나무다리를 지나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 30여분 오르면 하늘과 숲이 그대로 물속에 잠긴 듯 한 비선담이 나온다. 이곳부터 천황봉까지는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산행이 통제된다.


비선담에서 조금 더 오르면 줄곧 협소하던 계곡이 약간 넓어지며 뻗어온 작은 능선이 조그마한 골짜기를 거느리고 와서 합쳐진다. 아랫합수골이라 부르는 이곳은 두 계곡의 물이 모이기 때문인지 바위나 돌멩이들이 물결에 깎이고 닳아 바둑알처럼 매끈매끈하다.


6시. 계곡을 건너 진행해야 하는데 불어난 수량으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돌이 물속에 잠겨 미끄러워 애를 먹는다.


계곡을 건너 조금 진행하면 오른쪽 백무동 능선에는 침엽수와 산죽은 눈에 띄지 않고 주로 굴참나무, 단풍나무, 노각나무 등 아름드리 낙엽수가 낭떠러지 윗자락을 메우고 있다. 왼쪽에 새로 합쳐진 조그마한 골이 구형왕이 숨어 살았다는 국골로 지리산 최대의 곰 서식지라고 한다.


비선담에서 1시간쯤 오르면 도벌꾼들이 목기 재작소로 사용하던 굴이 있다. 5,6명이 충분히 기거할 수 있는 동굴 주변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목기를 다듬고 남은 톱밥이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한다.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숲이 조금만 우거진 곳이면 톱이 지나가면서 가만히 두지 않았던 수난의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등산인들은 이곳을 청춘홀이라 명명해 지금도 그렇게 불린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더니 계속되는 폭포와 소가 자꾸만 걸음을 더디게 한다.


계곡 오른쪽 등로를 따라 진행하다 보면 칠선폭포 이정표가 보이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칠선계곡의 대표적인 폭포인 칠선폭포를 만난다. 선녀탕에서 1시간 정도소요.


반석을 타고 내려온 계류는 10m 높이에서 살짝 굽이치며 우렁찬 소리를 내며 폭포를 만들어낸다. 칠선폭포는 사자가 포효하는 듯하고, 검푸른 소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폭포 앞에 서 있으니 그 기운이 숭엄하다. 칠선폭포 위에서는 커다란 바위가 부처님마냥 앉아 묵언정진 중이다.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폭포 밑에서 왼쪽으로 붙어 3-4분 진행하여 넓은 반석 위에서 김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아침 식사 후 약 7-8분 정도 진행하면 ' 갈림길 표고 1370m- 천왕봉 4km, 대륙폭포 50m' 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은 주 등산로인 천왕봉 가는 길이고, 왼쪽은 대륙폭포골이다.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높이 10여 m의 대륙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칠선계곡 최대의 폭포다. 칠선폭포는 우아한 멋이 있고, 대륙폭포는 웅장한 멋이 있다.


칠선계곡은 1964년 2월 부산일보와 부산 산악인들이 처음으로 답사하며 폭포와 소와 담에 이름을 붙였는데 지금까지 일부 전해져 오고 있다.


대륙산악회에서 이름을 딴 대륙폭포를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폭포 오른쪽 절벽 옆의 길을 따라 올라서면 중봉과 하봉 사이의 능선까지 또 하나의 계곡이 펼쳐진다. 일명 대륙폭포골이라 부르는 골짜기다. 작은 폭포들이 연이어 그 모습을 드러내며 걸음을 늦춘다.


굳이 등로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저 진행이 편안 곳을 적당히 선택해 가면서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이곳은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지대로 망가진 계곡 좌우에 침엽수들이 꽉 들어차 있다. 고도 1000m 지점에는 세월의 흔적과 더불어 자연의 무서움을 경고라도 하는 듯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에서 퍼지는 음산한 기운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아침 8시 30분 경 선두가 진행하는 도중 돌이 무너져 일행 중 한 명이 바위 밑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올 여름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진 탓이다. 합심하여 커다란 바위를 치우고 사고자를 꺼내 편안하게 누이고 안정을 취하게 한다.


간호를 위해 세 명을 남겨놓고 나머지 일행은 휴대폰이 터지는 높은 곳으로 이동하여 119에 구조 요청을 한 다음 빠르게 진행한다.


9시 50분. 계곡 합수부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른쪽 계곡으로 방향을 정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고도 1137m 무명폭포에 도착하고 폭포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진행한다. 작은 소폭들이 연이어 이어진다.


마지막 폭포에서 식수를 보충한다. 지리산 깊은 골짜기의 물맛은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버릴 정도로 시원하다.


폭포 왼쪽 능선으로 붙어 가파른 산비탈을 치고 오른 지 약 1시간 정도 지나 힘겹게 중봉과 하봉 사이의 주능선에 닿는다. 거대한 바위가 능선을 가로막고 있는데 바로 촛대바위이다. 오를 수는 없는 바위이고 그냥 옆으로 진행하게끔 되어 있다.


길을 따라 3분 정도 진행하자 하봉 헬기장이 나타나고 20여분 진행하면 하봉 전위봉에 오른다. 일부는 이곳을 하봉이라 한다. 만족할만한 조망은 아니지만 지척의 하봉이 가스 속에서 들어난 채 멋지게 솟아 있고, 뒤돌아 본 천왕봉은 가스에 덮여 있다.


5분 후 하봉 직전 초암능선길이 갈리는 삼거리와 만난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초암능선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15분 정도 진행하여 밧줄을 잡고 오르면 하봉에 닿는다.


아마도 동부능선 중 가장 조망이 뛰어난 곳일 것이다. 최근 들어 혹자들은 선조들의 지리유람기에 나오는 소년대가 바로 이곳이라는 주장인데 아직 확실히 결론이 나 있는 것은 아니다.


초암능선은 운무 뒤에 숨어 모습을 감추고 중봉과 천왕봉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20분간 점심식사를 하고 길을 재촉한다.

동부능선길, 언제 걸어도 편안하고 호젓하다. 6분 정도 진행하면 묘 1기와 함께 하봉을 우회하는 길을 만나고 편안한 길을 20여분 더 진행하면 국골 4거리이다. 직진은 두류능선, 왼쪽은 국골, 오른쪽은 쑥밭재로 이어지는 동부능선길이다. 두류봉 방향의 직진 길로 들어선다.


3-4분이면 두류봉(말봉)에 닿는다. 잠깐 조망을 감상하고 20분 정도 진행하면 암벽에 늘어진 밧줄을 잡고 유격훈련 하듯 가파른 암벽을 오른다. 이곳에서 7-8분 진행하면 향운대 갈림길이다. 왼쪽에 커다란 바위가 목포물이다. 네발로 암릉을 올라서면 왼쪽에 조망이 좋은 전망대가 있다. 국골 사거리에서 약 40분 거리.


노송사이 바윗길 두류능선은 부드럽고 편안한 길이다. 두류봉에서 약 2시간이면 출입금지 표지판이 서 있는 날머리로 나와 시멘트 포장 임도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두리봉 펜션이 보이고 다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멋진 펜션이 또 자리 잡고 있다.


칠선휴게소에서 사망소식을 듣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15시 40분 산행종료.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 피아골  (0) 2008.07.23
30. 뱀사골  (0) 2008.07.23
28. 도장골-거림옛길  (0) 2008.07.23
27. 허공달골-두류능선  (0) 2008.07.23
26. 피아골-용수골  (0) 2008.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