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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15-1. 독주골

 

백두대간 상의 한계령(寒溪嶺<五色嶺  920m)에서 진부령(陳府嶺<珍富嶺  520m)에 이르는 구간의 주산 설악산은 산수미에 있어서는 천하절승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남한 제일의 명산이다.


설악산은 삼국사기에 설화산(雪華山)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아침 햇살이나 노을이 비낄 때에는 마치 눈이 내린 듯 하얗게 빛난다” 해서 설산, 설화산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설산(雪山), 또는 설봉산(雪峰山)이라고 불러왔다. 지금은 이 산을 대개 설악산이라고 하지만, 옛 지도들에선 대부분 뒤에 산 자가 빠진 설악(雪岳)이라고 표기해 놓고 있다.


산행일시 : 2007년 9월 16일(일)

산행코스 : 오색 - 독주골 - 독주폭포 - 1453봉(서북능선) - 한계령 갈림길 - 곡백운 - 백운폭포 - 백운동 계곡 - 수렴동 계곡 - 수렴동 대피소 - 백담사 - 용대리


설악산은 장대한 산줄기 사이 곳곳에 골이 형성되면서 수많은 폭포가 비경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 대승폭포(大勝瀑布)와 토왕골의 토왕성폭포(土王城瀑布) 그리고 독주골의 독주폭포(獨走瀑布)를 설악산의 3대 폭포라 부른다. 


설악산 3대 폭포 중 아직 미답인 마지막 세 번째 독주폭포를 만나러 간다.


30명의 산꾼을 태우고 자정에 대전톨게이트로 들어선 버스는 전조등으로 어둠을 밀어내며 설악을 향해 달린다.  


한계령 도로가 지난 번 폭우로 유실되어 복구공사 중인 관계로 차량통행이 통제되어 강릉을 거쳐 양양으로 간다.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11호 태풍 “나리”가 북상중이라는 뉴스는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강원도 지방은 일요일 오후부터 비 소식에 한 가닥 희망을 건다.


차내는 소등을 하고 모두들 토막잠에 빠져든다. 1시간 40분을 달린 버스는 횡성(소사)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다시 출발하여 일요일 새벽 4시경 오색탐방지원센터 앞에 정차한다.


‘오색’ 이라는 지명은 성국사(일명 오색석사) 뜰에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는 오색나무(→오상나무)가 있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일설에는 다섯 가지 색의 돌 또는 여러 가지 색깔의 돌들이 주변에 많이 있기 때문에 오색석사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4시 25분 아침식사용으로 제공된 김밥을 받아 배낭에 넣고 오색탐방지원센터로 들어선다.

 

 

오색탐방지원센터에서 2분쯤 지나 왼쪽 등산로아님 표지가 있는 지계곡이 독주골 초입이다. 대청봉으로 향하는 한 무리의 등산객을 먼저 보내고 서둘러 독주골로 숨는다.


독주골은 설악산국립공원 서북능선상의 1474.3m봉과 끝청봉(1604m)사이의 남쪽에 있는 약 4km의 깊고도 험준한 계곡이다.

 

 

약 10분 진행하면 독주골 계곡과 만난다. 물이 불어 건너기가 쉽지 않다. 헤드랜턴 불빛으로 어둠을 가르며 계곡을 건너 능선을 치고 오르다 계곡으로 붙어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른다. 어둠을 뚫고 귓전에 전달되는 계곡의 세찬 물소리가 무섭다.

 

 

여러 번 계곡을 건너다닌다. 해발 700m지점에서 숲속으로 접어들면서 뚜렷한 등로가 나타난다.  약 20분간은 주로 계곡 왼쪽으로 진행한다. 왼쪽은 절벽지대로 이어지고 계곡을 거슬러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몇 명 정도는 넉넉하게 비를 피하며 비박을 할 만한 비박바위를 지나 5분 정도 더 진행하면 와폭이 길을 가로 막으며 드디어 독주골의 비경이 시작된다.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주변이 절벽이고 커다란 소를 형성한 와폭이다. 와폭 옆 절벽을 가로질러 진행한다.

 


 

 

 

 

 

 

계곡을 건너면 왼쪽 절벽에 녹슨 쇠줄이 붙어있다. 쇠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지나면 잠시 후 높이 10미터 정도의 낮은 폭포가 나타난다.

 

 

 

 

5분 정도 더 진행하면 수 십미터 높이의 폭포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진다. 장관이다. 그것이 독주폭포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독주폭포 아래폭포다. 독주폭포는 조금 더 진행해야 한다.

 


 

 

아래폭포는 폭포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급경사 절벽을 이루고 있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물이 공포감을 주지만 이곳에도 잡고 오를 수 있는 녹슨 쇠줄이 있어 조심하면 별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아래폭포를 오르고 반석지대를 가로질러 조심스럽게 계곡을 건너면 눈앞에 수직절벽을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폭포가 나타난다. 독주폭포다.

 


 

독주골의 이름을 낳게 한 해발 900m지점의 독주폭포는 높이 100m에 달하는 상단의 수직폭포와 그 아래로 와폭을 포함한 약 200m 정도의 연폭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오색리에서 서북쪽으로 8km정도 떨어진 독주폭포는 대청봉 연봉에서 흐르는 물이 한데 모여 독주골짜기를 흐르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장엄한 폭포이다. 사철을 두고 끊일 날이 없는 폭포수는 물이 많을 때는 작은 물안개가 생겨 무지개가 서고 특히 겨울엔 빙폭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 폭포의 첫째 폭을 백장(百丈)이라 부르며, 둘째가 천장(千丈), 막내가 만장(萬丈)인데, 이 세 폭포를 합쳐 독주폭포라 부른다. 외설악의 토왕성 폭포, 내설악의 대승폭포와 함께 설악산의 3대 폭포로 불린다. 상단 높이 100 m이상, 하단높이 25m.     -속초문화원 홈페이지에서-

 


 

웅장한 장관은 설악의 3대 폭포중의 하나라고 부르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나에게는 세 폭포 중 가장 멋진 폭포로 다가온다. 설악의 속살 깊숙한 곳에서 이런 장관을 만나다니 분명 행운이고 감동이고 축복이다.

 

 

그 첫째 백장은 길이가 80 여m이고 그 아래 있는 천장은 높이 20여m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소는 그 모습이 섬뜩하다. 일행이 폭포 상단 옆 사면을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金剛秀而不雄 智異雄而不秀 雪嶽秀而雄(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나 웅장하지 못하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나 수려하지 못한데 비해 설악산은 수려한데다가 웅장하기도 하다)’ 라는 말처럼 그 빼어난 아름다움은 어느 모로 보나 ‘명산’의 풍모를 지니고 있으며 숱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병풍바위 밑에서 일곱 선녀가 옷을 벗고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물래 뒤따라 온 선관이 가장 예쁘게 생긴 두 선녀의 옷을 몰래 감추어 버렸다.


옷을 잃은 두 선녀는 끝내 승천하지 못하고 한탄하다 지친 나머지 한 선녀는 옥녀폭포, 그리고 다른 한 선녀는 여신폭포가 되었다.


선관은 그 선녀들이 폭포로 변한 것을 까맣게 모르고 두 선녀를 찾아 대청봉을 향해 혼자서 전력을 다해 계곡을 올라가다가 끝내는 힘에 겨워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독주(獨走)계곡과 독주폭포이다.

이때 선관이 감추었던 선녀들의 옷은 물에 흘러 흘러 지금의 남설악 오색 앞에 와서 치마폭포속치마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오색 약수터에서 약 200m 정도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좌측에 보이는 탕건바위감투바위는 선관의 탕건과 감투가 변해서 된 것이라 하며, 선녀가 목욕하다 변한 선녀탕에서 약수계곡까지 흐르는 물을 음수(陰水)라 하고, 독주폭포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을 양수(陽水)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던 어느 영화의 허풍스런 광고 카피가 이곳에서는 꾸밈없는 사실이다.

 


 

폭포 아래에서 아침용으로 제공한 김밥으로 간단하게 허기만 속이고 폭포 오른쪽 산길을 오른다.

 


 

뚜렷한 산길은 독주폭포 상단쪽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른쪽 끝청 능선쪽으로 이어진다.


 

의외로 뚜렷한 산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뒤로 한지 20여분 후 능선에 붙는다.

 


▲느타리버섯

 

 

 

 

 

▲투구꽃-로마병정의 투구를 닮은 꽃의 모양만으로도 투구꽃이라는 이름을 연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조상들이 머리에 쓰던 남바위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영문이름인 Monk’s hood는 ‘수도승의 두건’을 뜻한다.

 

마늘쪽 형태를 한 투구꽃의 뿌리에는 독성이 있는데, 식물의 독 중 가장 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부자 또는  초오라고 부르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회복하게 하는 좋은 약초이다.

 

 

▲금강초롱-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꽃 모양이 청사초롱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담-가을에 종 모양을 한 진한 파란 색 꽃이 핀다. 용담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비롯하여 갖가지 염증, 암, 류머티스 관절염, 팔다리 마비 등에도 쓴다. 뿌리를 달인 물은 상당한 항암효과와 진통작용이 있다.


독주폭포에서 약 1시간 10분. 드디어 서북능선 상의 1474.3봉에 닿는다. 구조대번호 설악09-11 표지목이 있는 곳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이후 산행코스를 논의 한다. 날이 조금씩 개고 있으니 예정대로 곡백운으로 거쳐 백운동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서북능선은 농무에 모습을 감추어 조망이 없다. 1459봉에 닿는다. 구조대번호 설악09-10이 있고 한쪽에 "한계령 5.1km, 중청대피소 2.6km" 이정표가 서 있다.


 

이곳 서북능선은 고도차가 거의 없어 진행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왼쪽으로 급경사 너덜지대가 보이는 지점에서 잠시 호흡을 고른다.

 

 


 

배초향 :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과 풀 전체에 향기가 그윽한 방향성 식물이다.  

배초향은 젊은 한 때 달콤한 향내로 뭇 사내를 희롱하던 조선의 기생 이름인데 죽어서 꽃이 되었다고 한다. 


양쪽으로 투구꽃이 무리지어 도열한 고즈넉한 등로는 산책로처럼 부드럽다.

 

 

서북능선을 걸은지 1시간 30분. 눈길을 끄는 주목을 지나 한계령삼거리에 닿는다. 산행시간 6시간 30분 소요.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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