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7년 7월 17일(화)
산행코스 : 지석골-남매탑-동학사(약 4시간)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처럼 향기로운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 아침. 창가에 찾아 든 아침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유혹한다.
어젯밤 늦게 잠자리에 들은 탓에 9시가 넘어 눈을 떴다. 옆에 누워있는 아내에게 “산에 갈래?”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려면 어서 서두르란다.” 삶은 감자와 미숫가루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냉장고를 뒤져 얼음물, 오이, 초콜릿, 빵 등을 배낭에 넣고 계룡산으로 향한다.
산행에 미쳐있는 남편 때문에 일요과부였던 아내는 언제부턴가 암탉(빈계)산, 금수봉, 도덕봉, 계족산 봉황정을 오르는 산행을 한다.
지난달 처음으로 나를 따라 지리산 칠선계곡을 다녀오고 아름다운 지리산에 매료되었는지 아니면 남편 혼자 세상 멋진 풍광을 누리며 호사하는 것이 샘이 났는지 오늘도 선뜻 따라 나선 것이 고맙기만 하다.
10시 40분. 자연사박물관 앞 공터에 주차하고 학림사로 내려서니 주지 스님이 2층 대웅전 앞에서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10분 정도 진행하여 굳게 닫힌 지석골통제소(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하여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작은배재까지 쉬엄쉬엄 약 30분이 소요된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고르고 다시 중간 샛길을 따라 장군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붙는다.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산길을 아내는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 조망이 터지는 바위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어간다.
인생은 홀로 시작해 홀로 마치는 여행이라지만 험한 세상에 구비마다 지쳐가는 삶의 동반자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내가 다시 내일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한 황적봉과 천왕봉은 상봉으로 내달리며 짙은 녹음으로 눈을 시원하게 한다.
들머리에서 2시간 지나 신선봉에 오른다. 상봉은 짙은 운무에 가려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흉물스러운 철탑이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10분을 내려서면 큰배재에 닿는다. 2년 전 어느 날 아내는 친구와 함께 천정골에서 이곳으로 올라 남매탑을 거쳐 금잔디고개에서 상신리로 하산 한 적이 있는데 아주 힘들었었다며 그때의 추억을 떠올린다.
15분 후 남매탑에 닿는다. 준비한 빵과 음료수로 허기를 달래고 남매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삼불봉 갔다 올까?” 아내에게 물으니 손사래를 치며 싫다고 한다. 말은 안 해도 많이 힘든가 보다.
20여 분 휴식을 취하고 동학사주차장을 향하여 내려선다. 이 길은 오랜만에 내려서는데 어제 비가 와서 계곡에는 맑은 물이 시원스럽게 흐르며 곳곳에 작은 폭포를 만든다.
고요하게 흐르는 물줄기처럼 마음속에도 천천히 부드럽게 흘러가는 편안함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아이들 얘기, 부모님 얘기,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있는 옛날 얘기 등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축축하게 젖어있는 돌 박힌 산길을 50분 정도 내려서자 어느덧 동학사 입구 세진정에 닿는다.
이곳에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10여 분 걸어가면 동학사 일주문을 만나고,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 선 집단시설까지 10분 정도를 더 터벅터벅 걸어 내려간다.
계룡산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 “택시를 타자”고 하니 아내는 택시비가 아까워서인지 “땀 냄새 나서 기사가 싫어한다.”며 그냥 걸어가잔다.
학봉 마을 삼거리까지 양쪽으로 멋진 집들이 볼거리를 제공하며 눈을 즐겁게 한다. 20분 정도 걸어 차량을 회수하여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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