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6년 7월 9일 (일)
산행코스 : 학현리-말바위-못난이바위-신선봉-금수산-망덕봉-소용아릉-능강교
태풍의 영향권에 들은 남부지방은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차장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마음도 그만큼 무겁다. 3주 연속으로 계속된 우중 산행으로 등산화가 마를 날이 없다.
비 때문에 산행을 취소한 사람이 많아 26명의 산행객을 태운 버스는 8시경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를 달린다.
신탄진을 지나자 비가 그친다. 남이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진행하다 오창 휴게소 아침식사를 위해 20분간 정차한다.
9시 증평톨게이트 빠져나가 뫼오름님을 태우고 좌회전하여 510번 지방도로를 타고 진행하다 이어지는 34번 국도와 36번 국도를 타고 충주방향으로 진행한다.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살까지 비친다.
국내최고 높이의 번지점프대가 눈에 들어오고 충주댐 건설에 따른 수몰 이주민들의 망향의 애환을 달래며 옛정을 나눌 장소로 제공된 만남의 광장이 있는 청풍랜드를 지나자 곧바로 길이 갈라진다. 왼쪽으로 학현리로 가는 82번 국가지원 지방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TIP 국지도-원래 지방도였으나 그 도로의 중요도가 높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여 건설된 도로로서 거의 국도급의 관리상태와 노선을 가지고 있으며 보통 2개 이상의 시군을 지나는 규모가 큰 지방도로이다. 도로의 표시판은 노란 정사각형에 녹색글씨로 두자리로 표기되어있다. 한 자릿수는 없다)
10시 50분 학현슈퍼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담배밭을 지나 들머리로 들어선다. 산행객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곳이라 아는 사람이 아니면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경사가 만만찮은 비탈길은 낙엽마저 깔려 있어 오르기가 쉽지 않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발걸음을 옮겨 보지만 바람 한 점 묻어나지 않고 습도까지 높아 이내 굵은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흐른다.
말바위를 지나 4분 정도 더 오르면 물개바위가 그리고 다시 몇 분을 더 오르면 못난이바위가 나타난다. 못난이 바위에서 6-7분 오르면 전망이 좋은 바위에 닿는다. 멀리 충주호가 눈에 들어온다. 물 한 모금으로 타는 목마름을 달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몇 걸음 옮기면 학현슈퍼에서 오르는 길과 만난다. 잠깐동안 내려섰다 오르막길을 서서히 오른다.
@ 못난이바위 : 째진 입에 두어개 튀어나온 이빨.. 뭉그러진 코.. 험상궂은 눈.. 대머리..
꼭 박수동화백의 만화 주인공 같다. ^^
들머리에서 1시간. 680봉에 도착한다. 이곳은 미인봉을 거쳐 오르는 길과 합류되는 지점으로 신선봉 2.2km 미인봉 1.2km 이정표가 서 있고 신선봉으로 향하는 길은 왼쪽으로 꺾어진다. 신록과 노송이 눈을 즐겁게 하며 오른쪽으로 충주호가 계속 펼쳐진다.
충주호를 이루고 있는 남한강은 오대산에서 발원하여 강원도 남부 지방의 여러 물줄기를 끌어 모아 강원도 정선에서 어엿한 강의 모습을 갖춘다. 강원도 땅 정선과 영월을 거쳐 충청북도로 흘러든 남한강은 단양과 제천을 가로지르면서 천하의 절경을 만들어내고는 충주로 흘러간다. 이러한 남한강에 1985년 충주 다목적 댐이 생기면서 유유히 흘러가던 물줄기는 드넓은 호수로 변하였다. 남한강이 거대한 호수로 변하면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많은 문화유적들과 아름다운 풍경들은 상당 부분 물에 잠기게 되었다.
위험한 암릉구간을 지난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뚝 떨어졌다 밧줄 매달린 바위 암벽을 기어오른다. 어느 고운 손들이 이렇게 위험한 구간마다 밧줄을 매놓았을까. 나는 오늘도 가슴 따뜻한 분들의 사랑을 먹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산길을 걷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땅바닥에 뒹구는 신선봉 1.2km 이정표가 보이는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점심식사가 끝날 즈음 빗방울이 떨어진다. 걸음을 재촉한다.
13시 정각. 신선봉(845.3m)에 닿는다. 돌탑과 표지석이 보이고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학생야영장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오른쪽이 금수산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나라에는 신선봉이란 산 이름이 많다. 이는 도교적인 불로장생, 신선사상 등이 우리 겨레에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 경관이 좋은 산은 신선이 노니는 곳이라는 뜻에서 이 이름을 붙였다. 굵어지는 빗줄기로 조망할 겨를도 없이 금수산으로 향한다.
낙엽으로 푹신한 산길은 발 밑의 촉감을 부드럽게 하지만 미끄럽다. 30분 정도 진행하면 898봉 갈림길이다. 왼쪽은 갑오고개로 내려서는 길이고 금수산은 오른쪽 길이다.
이 길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탓인지 리본도 보이지 않는다. 갈림길에서 1시간 후 해발 880m 살바위고개에 도착한다. 갈림길이다. 이정표에는 금수산 0.3km 상학마을 2km로 적혀있다. 오른쪽 바위 길은 망덕봉을 거쳐 능강교로 이어지는 길이다.
금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오르막길은 가파르고 험하다. 나무계단을 지나 정상 아래의 수직절벽에 놓인 철 계단을 올라서면 금수산 정상이다.
어느 덧 산행을 시작한지 4시간. 금수산(錦繡山·1,016m) 정상에 도착한다.
금수산은 제천시 수산면과 단양군 적성면의 경계에 위치하며 원래 이름은 「백운산」이라 불리던 것을 조선조 중엽 단양군수로 있던 퇴계 이황 선생께서 비단 폭에 수놓은 듯이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여 금수산으로 개명한 산이다. 그 이름처럼 산세가 곱고 산자락 곳곳에 비경이 숨어 있는 산이다.
금수산 정상부의 원경은 길게 누운 임산부의 모습을 하고 있어 옛부터 아들을 낳으려면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된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앙증맞은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망덕봉을 거쳐 소용아릉으로 하산코스를 잡는다. 정상 계단에서 점심 식사하는 산행객들의 음담패설을 뒤로하며 하산을 서두른다.
15시 20분 얼음골재 도착. 호흡을 가다듬고 직진하여 망덕봉으로 향한다. 망덕봉까지는 산책로 같이 평탄하고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얼음골재에서 15분이면 망덕봉(926m)에 도착한다.
3분 정도 진행하여 920봉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내려서자 멋진 운해가 모두의 탄성을 자아낸다. 거대하면서도 낙락장송 우거진 기암괴봉이 눈앞에 우뚝 솟구쳐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용아릉 암봉이라 불리는 봉우리이다.
험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밧줄에 의지하여 내려서고 다시 밧줄을 잡고 바위 절벽을 기어올라 암봉에 서면 사방이 탁 트인 조망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어느 신문에 소개된 소용아릉의 암릉미를 옮겨 적어본다.
"천야만야로 떨어지는 날 세운 바위벼랑이 아찔함을 더해 주고
오랜 풍상을 고고한 기품으로 승화시킨 노송과 기암과의 조화가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감싸고 휘도는 충주호의 푸른 물길이 눈에 시린 것은 불문가지다."
간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한 후 험한 내림길을 따라 내려선다. 계속해서 시원스런 충주호와 어우러진 운해로 걸음은 더디어진다. 암릉이 계속되며 중간중간 로프 타는 곳이 있다.
뒤돌아보면 방금 전 내려왔던 바위 암벽이 아찔하다. 산부인과 바위 앞 넓은 암반은 산행에 나그네의 지친 몸을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휴식을 취하며 조망을 감상한다. 산 아래를 바라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게 만든다.
왼쪽으로는 미인봉 신선봉 능선이 오른쪽으로는 망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 눈에 빨려 들어온다. 월악산과 함께 충주호의 전경이 평화롭다.
망덕봉을 떠난 지 1시간. 산부인과 바위 좁은 구멍을 기어서 통과하고 10분 정도 진행하면 비석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비석바위를 지나면 위험구간 없이 약간 지루한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인적이 없는 호젓하고 조용한 길을 매미소리 벗삼아 내려선다. 소나무와 낙엽 쌓인 비단길이 이어지며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지루한 내리막길을 40분 정도 내려오면 물소리가 가까워지고 점점 크게 들린다.
금수산과 월악산에서 주로 발견되는 꽃나무.. 잎이 진달래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멀리 저승봉(일명 미인봉)아래 자리잡은 정방사가 희미하게 조망된다.
수십 개의 돌탑이 보이는 만덕암(굿당)을 지나면 평탄한길이 이어진다.
외나무다리가 보이는 계곡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등산화와 바지에 진흙을 털어 내고 세수와 족탕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는다. 물이 정말 투명하도록 맑고 깨끗하며 차갑다.
비포장도로와 만난다. 왼쪽으로 100m 정도 진행하면 금수산등산 안내도가 있고 얼음골 매표소가 보인다.
오른쪽 산자락에는 이에스리조트 빌라형 콘도가 자리잡고 있는데 마치 외국의 별장촌 같은 모습이다. 수산면 능강리에 위치한 이 리조트는 충주호가 앞뜰 같고 금수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금수산은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하지만, 현재 공원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능강천 입구 매표소에서는 피서철에 한해 어른 1,000원씩의 쓰레기 처리비를 받고 있다. 18시 20분 매표소 앞 2차선 포장도로 한쪽에 마련된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7시간 30분의 산행은 끝이 난다.
족발과 소주로 뒤풀이를 하는 틈에 끼어 시열님이 준비한 찰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대전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에 옥순대교를 건너기 전 잠깐동안 전망대에 올라 옥순봉과 옥순대교를 디카에 담는다.
환상적인 노을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출이 선사하는 강한 에너지 못지 않게 일몰이 주는 따뜻함이 더 없이 고맙다.
산행은 일상에서의 지치고 무거운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 주고, 그래서 더 힘차게 일상의 수레바퀴를 돌릴 수 있도록 충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