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9일(일)
산행코스 : 임도삼거리-억새평원-450봉(가마바위)-진례산정상-도솔암-봉우재-시루봉-헬기장-영취산(439봉)-갈림길-흥국사
경남 창녕의 화왕산, 경남 마산의 무학산과 더불어 남한의 3대 진달래 명산으로 손꼽히는 여수의 진산 영취산을 찾았다.
대진고속도로로 불렸던 대전 - 통영간 고속도로는 대전시민들을 위한 고속도로다. 이 도로덕분에 대전에서 남쪽으로 떠나는 여행이 훨씬 빠르고 쉬워졌다.
덕유산 휴게소는 빈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상춘객들이 타고 온 관광 버스로 넘쳐나고 화장실도 길게 줄을 선다. 20분 동안에도 화장실 볼일을 해결하지 못한 여자들 때문에 함양 휴게소에서 한 번 더 정차한다.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순천톨게이트에서 빠져나가 17번 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하다가 여수공항을 지나서 여수 산단 진입로로 진입(흥국사이정표)하여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중흥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진행하면 호남정유가 보이고 곧바로 흥국사입구 이정표가 보인다.
길가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광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주차되어 있다. 그대로 직진하면 예비군훈련장 입간판이 보이고 이곳도 산행들머리다. 조금 더 진행하면 임도삼거리에 닿는데 이곳 역시 들머리지만 이용하는 산행객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산행은 임도삼거리에서 정오가 다 된 시각에 시작된다.
평소에 산꾼들에게 홀대받던 영취산이 1년에 딱 한 번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들의 입을 벌어지게 한다. 여천공단이 황사 때문에 뿌옇게 조망된다.
고개를 들면 영취산 중턱은 화사한 진달래꽃으로 가득한 거대한 캔버스로 변한다. 능선마다 분홍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 진달래가 시야에 가득하다.
홀로 다소곳이 피어있는 들꽃도 보기 좋지만, 같은 종끼리 무리 지어 산 아래서부터 산정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진달래꽃 군락은 장관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 영변에 약산 진달래 / 아름 따다 가시는 길에 뿌리오리다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는 산간의 양지에서 자라고 봄에 연분홍색의 꽃이 핀다. 진달래를 두견화, 산척촉, 참꽃이라고 부르며 이른봄에 수줍은 듯 꽃눈을 맺다가 남풍이 조금만 불어와도 이내 꽃망울을 터트리는 가냘픈 꽃이다.
살랑 이는 바람만 불어도 연약한 가지와 연분홍 꽃잎이 마구 흔들려 그 모습이 애잔하기까지 하다.
이곳의 진달래는 키가 작으며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지만 진달래 숲길에 들어서면 어른 키보다 훌쩍 큰 진달래나무에 가려서 꽃 속에 파묻힌다. 연분홍 여린 꽃잎이 봄바람에 흔들린다.
암벽 틈새에는 소나무가 홀로 자라고 있다. 진달래로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은 사람물결로 채워진다.
참꽃에 취해 들뜬 기분으로 50분 정도 오르면 가마바위라 불리는 450봉에 닿는다.
450봉을 내려서는 철계단은 등산객들로 심한 몸살을 앓는다.
성질 급한 산행객들이 우회하면서 만들어 놓은 개척로를 따라 진행한다.
진달래나뭇가지에 할퀴고 긁히면서 진례산 정상(옛 영취산)을 밟는다. 영취산이란 이름은 석가모니가 설법한 산으로 유명한 인도의 영취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영취산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왼쪽 봉우재를 향해 내려선다. 도솔암이 보이는 낭떠러지 바위 암반에 자리를 잡고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동행한 신샘이 후식으로 준비한 따끈한 모과차 향이 입안 가득히 퍼지면서 행복한 점심식사를 끝낸다. 갑자기 밀려든 산행객들로 심한 정체를 빚는 내리막길을 버리고 왼쪽 우회로를 개척하여 봉우재로 내려선다.
도솔암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삭도가 설치되어 있는 봉우재는 인파로 넘쳐난다. 오른쪽은 흥국사로 내려서는 하산길이고 왼쪽은 상암초등학교에서 오르는 길과 이어진다. 시루봉으로 오르는 길도 온통 진달래 꽃물결이다. 그대로 직진하여 꽃밭에 파묻혀 진달래 꽃길을 7-8분 오르면 영취산 시루봉에 닿는다.
분홍빛으로 온통 뒤덮여 마치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절경이 펼쳐진다.
미쳐 하늘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여유 없는 우리를 위해 작은 우주를 주변에 흩뿌려 놓으신 창조주의 솜씨는 가히 일품이다.
2-3분 내려서면 헬기장이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얼마동안 진행하면 나그네들의 정성이 쌓아올린 수많은 돌탑이 자리잡은 430봉에 닿는다. 삼각점이 박혀있고 여수오동산악회에서 세운 영취산 표지가 서 있다.
Y자형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 5분 정도 진행하면 현재의 영취산(436.8봉)이다. 그대로 직진하면 호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고 오른쪽 내리막길은 흥국사로 하산하는 길이다.
오른쪽 내리막길로 들어서자 지루한 너덜길이 이어진다. 봉우재에서 하산하는 길과 합쳐지고 계곡 바위틈에서 여울지며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그니 아직은 시리다. 가슴까지 시원하다. 얼굴과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흥국사로 향한다.
맨 먼저 눈에 띠는 건물은 지방유형문화재인 흥국사 원통전이다.
흥국사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가 흥하면 절도 흥한다" 는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기 위해 건립된 사찰이다. 보조국사가 1195년 (고려 명종 25)에 창건한 흥국사 경내에는 보물 제396호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6점의 보물이 있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삼존불을 모셨고, 대들보 위로 우물천정을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빗살문을 달아 전부 개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며, 대웅전 후불탱화는 보물 제 578호이다.
그 외에도 흥국사 괘불탱화(보물 제1331호), 수월관음도(보물 제1332호), 십육나한도(보물 제1333) 등 3점의 보물이 더 있다. 흥국사는 임란 때 승병수군 본부로서 700여명의 승병이 진주했다고 한다.
흥국사의 입구에 있는 아치형 석교인 홍교(보물 제563호)는 조선 16대 인조 17년(1639년) 계특대사가 화강석을 재료로 하여 아치형으로 축조한 길이 11.8m 폭 2.7m, 높이 5.5m의 다리로 1981년 폭우로 부분적으로 붕괴되었으나 이듬해에 다시 원형대로 복원한 것이다. 홍교의 수려한 자태는 보물(제563호)의 가치를 유감 없이 보여준다.
영취산흥국사 현액이 걸린 일주문 주위에는 활짝 핀 벚꽃이 화사한 자태를 뽐내며 등산객들을 반긴다.
아스팔트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큰길에 도착하여 4시간 30분간의 산행은 끝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