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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 2006년 4월 2일(일)
춘계 40일 새벽기도회가 시작되었다.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혼돈스러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믿는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고 축복이 아닐 수 없다.
11명의 교우님들과 함께 떠난 사량도 지리망산은 나로서는 벌써 네 번째 찾는 곳이므로 눈감고도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6시 15분 교회를 떠난 스타렉스는 6시 40분 안영요금소로 진입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달리던 버스는 금산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정차한다. 따끈한 우동을 시켜 준비한 김밥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김진향집사님이 있는 곳에는 늘 먹거리가 풍부하다. 오늘도 냉이된장국에 김치찌개까지 한 냄비 끓여왔다.
@금산인삼랜드 휴게소 뒤쪽 전경
스타렉스는 다시 대진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새벽에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난 때문인지 모두들 토막 잠에 빠져든다. 차는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3분 정도 달려 사천요금소를 빠져나가 3번 국도를 타고 사천방향으로 직진한다.
국도 변의 가로수 벚꽃은 한 주정도 더 지나야 만개하겠지만 봄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겨울이면 가진 것 다 버리고도 봄이면 또 다시 생명을 되살리는 나무를 보며 비워야 채워지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된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 그것만큼 단순하지만 어려운 이치가 또 있을까. 다행히 새벽까지 내리던 비도 그치고 가끔씩 햇살도 얼굴을 내밀고 공기도 상큼하다.
이정표를 따라 20분 정도 달리던 버스는 우회전하여 삼천포 항으로 향한다. 9시 20분 삼천포대교가 보이고 곧바로 삼천포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한다. 간단한 승선 수속을 마치고 9시 30분 동백호에 승선한다.
배는 남해도와 동백섬을 품에 안은 한려수도 청정해역을 향해 미끄러지듯이 삼천포대교를 뒤로하며 점점 멀어진다. 2003년 4월 28일 개통되어 관광명소가 된 '창선·삼천포대교'는 남해 창선도와 삼천포를 연결한 다리이다. 4개의 섬을 5개의 다리로 연결하였으며, 5개의 다리 모두가 다른 공법으로 만들어져 각각의 개성을 뽐낸다. 육지와 섬만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한국 최초로 섬과 섬을 연결한 다리로 총연장 3.4km이다.
@한려해상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삼천포의 명물. 아치형은 초양대교
사람의 코 모양을 닮아 붙여진 코섬은 은빛바다와 함께 수백 년 동안 삼천포 앞바다를 지키고 있고,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하는 갈매기 떼가 장관이다.
왼쪽으로 와룡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삼천포 화력발전소가 그 모습을 자랑한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있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1호기는 1983년 8월에 국내 최초로 건설된 화력발전소이며 유연탄 발전소이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있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1호기는 1983년 8월에 국내 최초로 건설된 화력발전소이며 유연탄 발전소이다.
사량도가 길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량도(蛇良島)에는 뱀이 많아 뱀 '사(蛇)' 자를 쓰고 뱀이라는 혐오감을 없애주기 위하여 어질 '량(良)' 자를 써서 오늘의 이름이 되었다는 선장의 설명이 그럴 듯하다. 또한 사량도를 하늘에서 보면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양이라 해서 붙인 이름이라 하는데, 한 남자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다 상사병으로 죽어 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고 한다.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는 멧돼지와 노루가 육지에서 떼 지어 바다를 헤엄쳐와 사량도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사량도의 뱀도 육지에서 바다를 건너서 왔다는 것이다. 물살을 가르며 시속 40km의 속도로 달리던 배는 삼천포 항을 떠난 지 40분 후 사량도 내지리항에 도착한다.
내지초등학교 앞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7-8분 정도 걸어가면 '지리산입구' 팻말이 보인다.
사량도는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섬인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이 마주보고 있다. 윗섬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지리산, 불모산, 가마봉, 옥녀봉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오늘 산행은 지리산부터 옥녀봉까지 종주다. 왼쪽 등산로로 접어든다. 가파른 오름 길이다. 간밤에 내린 비로 먼지는 나지 않지만 미끄럽다. 세찬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숨 고를 여유도 없이 숨가쁘게 치고 오르자 분홍빛 진달래가 수줍은 듯 고운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를 반긴다.
묘지가 있는 안부에 도착하여 한 숨 돌리고 재킷을 벗어 배낭에 매단다. 다시 암릉 오름길을 오른다. 10여분 정도 오르자 안부에 닿는다. 발 아래에 보이는 내지마을은 평온한 모습으로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한 장의 그림엽서다.
이제 갓 백일을 지난 다인이는 무슨 심사가 뒤틀렸는지 울음을 그치지 않아 주위사람들을 애태운다. 엄마가 젖으로 진정시키고 다시 아버지의 등에 업혀 산행을 계속한다.
암릉 오름길이 계속된다. 등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가 짜릿한 바다 냄새를 싣고 달려드는 바람소리와 어울려 합주곡을 만들어 낸다. 소나무가 멋진 자태를 뽐내는 안부에 도착하니 푸른 남해바다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한다.
멀리 지리산이 모습을 보이고 그 곳을 향해 칼날능선과 사다리민등의 암릉을 걷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아찔하다.
지리망산 서쪽으로 연결된 암석들은 하나 하나가 소품들이다. 조그마한 암석들이 층층을 이루고, 수반에 올려놓을 정도의 크기로 아기자기하게 서 있다. 전체적으로는 거대한 하나의 바위지만 부분 부분은 조그마한 수석이다. 바위 주위에는 오랫동안 해풍에 시달리면서도 강인하게 버티어 온 분재모양의 나무들이 바위들과 어울려 절경이다.
돈지 1.7km 지리산 0.9km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에서 다인이 때문에 류목사님 부부는 돈지리로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안내표지도 잘 되어있으며 위험구간에는 우회코스가 있다. 초보자는 되도록 우회코스로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중년의 남자가 바위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쳐 꼼짝 못하고 결국 119구조 헬기로 실려 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12시 20분. 돌탑과 표지석이 있는 지리산(398m)에 도착한다. 호수처럼 잔잔한 한려해상국립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산. 본래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친 장대한 지리산이 바라다 보여 지이망산(智異望山)이라 불리다가 그 말이 줄어「지리산」이 된 것이다. 높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과 어우러져 그 어느 명산 못지 않게 절묘한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 사이로 해풍에 시달린 노송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가 하면 바위 능선을 싸고 있는 숲은 기암 괴석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고개를 들면 한려수도의 그 곱고 맑은 물길에 검푸른 다도해 위에 떠 있는 섬들이 올망졸망하다.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둘러앉아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각자의 배낭에서 꺼낸 음식은 채식뷔페 수준이다. 각종 쌈채소, 김치찌개, 미역국, 호박떡, 삶은 계란에 김밥은 다시 배낭으로 사라진다.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맛있겠다'하며 군침을 삼킨다. 오렌지와 사과, 방울토마토 등 후식으로 준비한 과일도 풍성하다. 40분간의 느긋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계속한다.
갈림길을 만난다. 가마봉 2.7km 옥녀봉 3.1km 이정표가 있고 오른쪽으로 산 아래로 돈지 마을이 평화롭게 보인다. 수려한 경관의 바위산과 푸른 물살이 넘실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순박한 섬 마을이 발아래 자리잡고 있다.
내림길이다. 조망 좋은 바위에 오르면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달바위봉과 옥녀봉도 나란히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일행을 안전하게 우회시키고 남자 셋만 거대한 바위를 칼질해 놓은 듯 층암절벽으로 이어져 있는 뾰족뾰족한 톱날 능선을 따라 스릴을 만끽하며 불모산에 도착한다. '달바위 400m' 표석이 있는 불모산 정상은 사량도 최고봉으로 나무가 없어 고려때부터 '不毛,라는 한자명을 지니게 되었다고 전한다. 또 이곳은 부처님의 어머니산이란 뜻으로 불모산, 보름달이 휘영청 떴을 때에 달맞이하기 좋은 곳이라 하여 달바위봉(월암봉)으로 이름 붙여진 곳이다.
가마봉 1.1km 이정표가 보이는 곳부터는 가파른 내림길이다. 6-7분 내림길을 내려와 안부 갈림길에 도착한다. 어묵과 막걸리 그리고 음료수 등을 파는 노점상이 안부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왼쪽으로는 대항선착장(1.0km)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가마봉(0.8km)과 옥녀봉(1.2km)은 직진이다. 암봉과 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다소 험하다.
지리산에서 옥녀봉에 이르는 종주코스에는 20여m 정도의 철사다리 2개, 밧줄 타고 오르기, 수직로프 사다리 등 기초유격코스 같은 코스들이 있어 재미를 더해 주지만 많은 등산객들로 상당한 시간이 지체된다. 로프를 타고 절벽을 기어올라 가마봉에 도착한다. 칠순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이 못지 않은 산행을 하시는 임장로님 부부가 부럽다.
건너편 향봉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찔해 보인다.
암벽에 붙은 철계단을 내려와 로프를 타고 기어오르는 암봉을 만난다. 옥녀봉으로 알고 있는 이 암봉은 향봉(황금바위)이다.
수직암벽에 길게 늘어진 로프 한 가닥에 몸을 맡기고 아무 생각 없이 바위를 기어오르면 쪽빛의 남해바다 물결과 그림 같은 다도해가 두 눈 가득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로 정체가 심하다. 오른쪽 우회코스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진행한다.
옥녀봉 안내판은 돌탑과 함께 다음 봉오리에 있다. 수직로프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옥녀봉으로 향한다. '이곳이 옥녀의 전설로 유명한 옥녀봉입니다'라는 플라스틱 안내판이 보인다.
옛날 이 섬에는 홀아비한테 예쁜 딸이 있었다. 홀아비의 딸은 세월이 갈수록 예쁘게 자라서 절세의 미인이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녀를 일컬어 천녀(天女) 혹은 옥녀(玉女)라고 불렀다. 이 험한 암봉은, 욕정을 못이기는 홀아비인 아버지를 피해 올라온 딸이 인륜을 지키느라 이 곳에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녀가 흘린 피가 아직도 씻기지 않아, 비가 오면 바위에서 빗물이 흐른다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함께 전해온다.
대항과 금평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 사량해협격전을 벌여 유명해진 곳이다. 끝봉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다시 튼튼하게 새로 설치된 철계단을 내려서니 호젓한 소나무 숲이다.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는 대항선착장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사량면사무소를 지나 금평선착장 가는 길이다. 시간 여유가 있어 금평항으로 향한다.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나무를 박아 만든 계단이다.
길가에 동백꽃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북풍한설에 선홍빛 꽃잎을 여는 동백이 붉디붉은 꽃송이를 자랑한다. 해수사우나장을 지나 왼쪽으로 시멘트 포장된 해안 도로를 따라 대항선착장으로 향한다.
대항고개를 지나니 멀리 대항선착장이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림 엽서에 나오는 집처럼 아름다운 집이 눈에 띤다. 가까이 가보니 해수욕장 샤워장과 화장실이다.
16시 정각 배는 승선을 완료하고 대항선착장을 떠난다. 배안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지리망산을 바라본다. 설악의 준봉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와 이곳 사량도에 자리 잡은 듯 산세가 무척 수려하다. 알맞게 흔들리는 선실 안은 안락한 요람 같아 잠시 눈을 감는다.
@2006 세계공룡엑스포가 열리는 경남고성 공룡박물관 전경
삼천포 선착장에 도착한다. 삼천포 수산활어회센터로 이동하여 싱싱한 회와 매운탕으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대전으로 향한다.
늘 안전 운전 해주시는 신진호장로님과 류재경목사님, 이번 산행에 함께 해 주신 주목사님, 임종찬장로님 부부, 김진향집사님, 재정을 맡아주시는 문경화 집사님, 길은화님, 김혜숙집사님 그리고 이제 갓 백일 지난 나이에 아버지의 품에 안기고 등에 업혀 사량도등반을 한 류다인양과 어머니 모두 모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