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 30분 오후 유적지 탐방을 위해 숙소를 출발한다. 넘치는 여행객들로 앙코르 왓의 입구는 새벽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좀더 힘차 보인다고나 할까.
세월의 침탈로 폐허가 된 땅. 앙코르는 불특정다수의 관광객을 환영하지 않는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웅장함과 정교함에 놀라지만 아는 만큼만 보인다. 책을 들고 구석구석 발품을 파는 열정과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가끔은 우주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하고, 신과의 대화를 갈망하는 지적인 관객이 되어야한다.
앙코르유적의 가장 대표적인 사원인 앙코르와트. 성산(聖山) 수미산을 나타내는 중앙탑을 메루의 다섯 봉우리를 상징하는 다섯 개의 탑이 둘러싸고 있으며, 사원 내부의 회랑을 따라 벽면 가득 채워진 부조가 수많은 힌두교 신화를 펼쳐놓은 그곳은 건축물이라기보다 차라리 하나의 우주였다.
유적17. 앙코르왓
앙코르왓은 앙코르 유적지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사원이다. 12세기 초반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비슈누신에게 헌정된 사원이지만 나중에는 무덤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앙코르와트를 둘러싼 성벽의 길이는 총 5.5km, 그 벽 바깥쪽으로 폭 200m의 해자가 둘러싸고 있다. 유적지 중 개별 사원으로는 가장 큰 규모이며 정교한 부조와 예술 양식은 크메르 예술의 극치로 인정받고 있다.
앙코르와트의 설계에는 크메르인의 우주관이 담겨져 있다.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는 우주의 바다, 성벽은 세상을 둘러싼 산맥, 사원의 중앙탑은 우주의 중신인 메루산(불교의 수미산)을 뜻한다. 중앙탑이 있는 사원의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은 매우 가파르고 높기 때문에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이용해야 한다. 원래 인간이 아닌 신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찬란히 꽃피웠던 힌두교 사원은 이제 불교 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발목만 남은 석상일지라도 사원 곳곳에는 일년 내내 향불이 꺼지지 않는다.
남성 성기 모양의 링가는 시바신의 창조력을 상징한다.
유적18. 프롬바켕
앙코르 왓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진 이곳은 67m 높이의 언덕 위에 위치한 사원으로 시바에게 바치는 사원으로 지어졌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의 모습이 아름다워 저녁 무렵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 왼쪽은 코끼리를 타고 오르는 길이고 그 오른쪽으로 계단이 있는 언덕을 따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른다.
여기서는 앙코르 왓의 5개의 탑을 다 볼 수 있고, 똔레삽 호수 옆에 있는 프놈 끄롬을 볼 수가 있다. 정상 가까이 오르는 경사면에 앉은 사자상은 사실적이고 정교하다.
해는 몽긋한 산등성이 하나 없는 평원으로 내려앉는다. 그리고 프놈바켕에는 어둠이 드리운다. 어디서나 해넘이는 애잔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멋진 일몰은 앙코르 여행에서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했다.
코끼리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하산하여 글로벌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한국으로 KT직통 전화를 할 수 있다. 돌아가며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중앙시장으로 향한다.
샌드위치와 핸드메이드 아이스크림(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베스킨라빈스 31과 비슷)으로 늦은 저녁식사를 대신하고 과일을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온다.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피곤한 몸을 눕히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