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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7. 오색-대청봉-백담사

⊙ 산행일시 : 2005년 10월 8일(토)

⊙산행코스 : 오색-대청봉-소청봉-봉정암-수렴동계곡-백담사(약 20km)

 

오늘 산행은 2년 전 이맘때쯤 붉은 빛깔 새옷으로 갈아입은 설악의 품에 안겨 너무나도 황홀했던 추억을 찾아 떠나는 동일한 코스의 산행이다. 

 

두 대의 산악회 버스는 늘 그랬듯이 시내를 돌며 회원들을 태운 뒤 4시 45분 나란히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한다. 토막잠을 청해 보지만 자리도 불편하고 잠이 쉽게 오질 않는다. 깜박 잠든 사이 경부, 중부, 영동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린 버스는 문막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갈아타고 홍천나들목을 빠져나가 44번 국도를 타고 진행하다가 화양강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30여분 정차한다. 우동 한 그릇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계속해서 44번 국도를 타고 진행하여 한계리민예단지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힘겹게 한계령을 오른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준족을 자랑하는 두 명의 산꾼을 내려놓고 굽이굽이 내리막길을 지그재그로 천천히 내려가 산행 들머리인 설악산 국립공원 남설악매표소 앞에서 산꾼들을 내려놓는다.

 

 

9시 20분. 예정보다 20분 늦게 산행이 시작된다. 잘 정비된 돌길을 따라 한발 한발 걸어 오른다. 그렇게 30분을 바쁘게 오르면 제1쉼터에 닿는다. 물 한 모금으로 가빠진 호흡을 달래고 걸음을 재촉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외길은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1시간. 설악폭포을 통과한다. 정상인 대청봉까지는 2.5km. 계곡길 옆으로 시원스럽게 흐르는 물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곱게 물든 단풍이 눈을 즐겁게 하며 산행의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안면이 있는 일행 한 분이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어느 산행에서 뵌 분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영취산구간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뵈었던 산중선화님이시란다. 산행에서의 만남, 특히 뜻하지 않은 만남은 반가움을 배가시킨다. 설악폭포에서 제3쉼터까지는 또 한 번 거친 숨을 토해내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오른다.

 

 

길은 아름답고도 쓸쓸하다. 다채로운 빛깔로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 못지 않게, 웬지모를 고독감과 허전함이 가슴을 파고든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이건만...

 

 

제3쉼터(해발 1300m)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바위에 숨은 빨간 단풍이 눈에 빨려 들어온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다람쥐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음식 부스러기에 길들여진 탓이리라.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의 한 부분이다. 

 

 

멋진 구상나무가 보이면 정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


 

2시간 30분의 산오름 끝에 드디어 대청봉 정상에 선다. 3대가 덕을 쌓으면 대청봉에서 일출과 푸른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다는데 그건 고사하고 사방으로 온통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대청봉 표지석 주변은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북새통이다.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녹는다하여 설악이라 한다<동국여지승람>
산마루에 오래도록 눈이 덮이고 암석이 눈같이 희다고 하여 설악이라 이름짓게 되었다<증보문헌비고>

 

사진 한 장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림길로 내려선다.

 

 

소청봉 갈림길이다. 동행하던 일행들과 자리를 잡고 점심도시락을 펼치는 순간 운무가 걷히면서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말 장관이다.

 

 

20여분간의 달콤한 점심식사가 끝나갈 즈음 땀이 식으니 추위가 느껴진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재촉하여 소청산장을 지나 봉정암으로 향한다.

 

 

살포시 고운 빛깔 드러낸 가을의 모습은 설악을 찾는 모든 이들이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대청봉에서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하루에 50m씩 아래로 내려와 지금은 해발 1300m 봉정암 부근을 불타게 한다.

 

 

봉정암은 태백산 정암사와 함께 한국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로 국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이다. 경내는 식사와 휴식을 취하는 산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약수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길을 재촉한다.
 
하산 속도를 내 보려고 하지만 불타는 설악이 발길을 잡는다.

 

 

30여분 정도 계곡을 따라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사자 바위가 보이고 다시 20분을 더 하산하여 철다리 밑을 흐르는 계곡물에 얼굴의 땀을 씻어낸다. 몇 번의 철계단을 내려서면 쌍폭을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희미해진 머릿속까지 맑게 해준다. 


 

얼마를 더 내려가면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만난다. '깔딱고개'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 백담사 쪽에서 오르면 정말 숨 넘어 갈 듯 가파르고 힘들게 하는 오르막길이지만 하산중이라 다행이다. 만수담 넓은 바위 위에서 간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수렴동 산장을 지나고 문 닫힌 백담 산장을 통과할 때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은 폭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담이 짙푸른 색깔을 드러낸 채 자리잡고 있다. 

 


 

 

16시 30분. 백담사에 도착한다. 어찌 보면 역사의 아픔이며 부끄러움이기도한, 전직 대통령이 유배를 함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백담사.

 

백담사주차장에서 용대리주차장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요금은 편도 2천원. 계곡에서 등산화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고 셔틀버스에 오른다.

 

 

한 번쯤 백담계곡을 다녀 온 사람이라면 한국의 계곡을 말할 때 어김없이 아름다움과 깨끗함의 첫 번째로 손꼽을 만한 곳이다. 백 개나 되는 소(웅덩이)가 있기에 백담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유래에서 알 수 있듯 백담계곡은 크고 작은 웅덩이의 연속이다. 천년 세월의 물길에 크고 작은 바위는 하얀 속살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온통 바위뿐인 계곡에 움푹 패인 웅덩이에 고이고 넘치며 흐르는 물은 맑다못해 서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하다. 백담사에서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있는 매표소까지 그렇게 맑고 경이로운 계곡이 7km쯤 이어진다. 2년전에는 비를 흠뻑 맞으며 1시간 넘게 걸었던 그 길이다.

 

17시 정각.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1호차에 올라 배낭을 벗어놓고 권사장님이 건네는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랜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행복감이 밀려오고 18시 정각 버스는 대전으로 향한다.

 

그 날 버스 기사님 고속도로에서 알바했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