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시 : 2005년 10월 10일(월)
⊙ 산행코스 : 오색(남설악매표소)-설악폭포-대청봉-중청-희운각대피소-양폭산장-비선대-소공원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하여 도전하는 용기가 있을 때 그런 사람은 행복하다. 꿈이 있는 중년은 여전히 청년이며 도전하는 중년은 여전히 아름답고 행복하다. 나도 중년에 꿈을 꾼다. 그 꿈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월요일 새벽 4시 배낭을 둘러매고 집을 나선다. 다른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겠지만 난 지금 행복하다.
4시 50분. 산꾼들을 가득 태운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남이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거침없이 질주한다. 차내는 고요하고 버스의 흔들거림에 엷은 잠을 헤맨다.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 문막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하고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대전에서 약 2시간. 홍천요금소를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속초·인제 방향으로 달린다. 7시10분. 화양강랜드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25분간 정차한다. 관광민예단지 휴게소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 굽이굽이 고갯길을 힘겹게 오른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준족을 자랑하는 세 명의 산꾼을 내려놓고 굽이굽이 내리막길을 지그재그로 서서히 내려가다 흘림골입구에서 일곱 명의 산행객을 내려놓고 오색으로 향한다. 9시 정각. 산행 들머리인 오색에 도착하여 설악산 국립공원 남설악매표소 앞에서 산꾼들을 내려놓는다.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다른 일행은 모두 산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고 오늘 함께 산행에 나선 직장동료 6명만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대청봉 4.8km 이정표를 지나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대청봉 4km (해발 760m)이정표를 지나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숨가쁘게 치고 올라 제 1쉼터(해발820m)에 닿는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달래고 산행은 계속된다. 대청봉 3.3km 이정표가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쉼터에서 간식을 나누며 10분간 쉬어간다.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험한 돌길 오름길로 바뀐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30분지나 설악폭포(해발 950m)에 닿는다. 붉게 물든 단풍이 산행의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며 눈을 즐겁게 하고 힘찬 물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옥류가 잠시 걸음을 멈추게한다. 철제다리를 건너고 가파른 돌길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매표소에서 약 2시간. 해발 1300m 제 2쉼터에 도착하여 간식을 나누며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3-4분 동안 치고 오르자 오르막길은 비교적 경사가 완만해진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옛날 대피소로 사용되던 벙커는 폐허가 되어 방치되어 있고, 1분 뒤 중청대피소 0.6km 이정표가 보이면서 곧바로 대청봉 정상(해발 1708m)에 선다.
언제나 변함 없이 1708m 대청봉이라고 빨간색으로 음각된 글씨를 바라보며 모두들 감격한다. 웅장한 설악의 산세에 비하여 정상표지석이 너무 작고 초라하다는 느낌이 든다. 짙게 깔린 운해와 어우러진 설악의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낸다.
대청봉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짧은 만남 진한 추억을 봉우리에 묻어두고 중청으로 향한다. 한계령에서 산행을 시작한 킬리만자로님이 벌써 도착하여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정담을 나누며 중청까지 동행한다. 운무가 거치면서 중청산장이 보이고 그 뒤로 중청봉의 레이더 기지에 둥그런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평일이어서 중청산장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산장 조금 못미처 콘크리트 바닥에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정상주를 함께 나눈 킬리만자로님은 먼저 출발하고 점심식사가 끝나갈 즈음 운무가 살짝 걷히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모두의 탄성을 자아낸다. 중청산장에서 본 대청봉은 마치 피라미드처럼 대칭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형상이다.
30분간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소청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3분쯤 지나면 끝청갈림길(해발1600m)이다. 왼쪽은 한계령(7.7km)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중청봉 우회로를 따라 소청봉(해발1550m)에 도착한다. 갈림길에서 왼쪽은 소청대피소(0.4km)와 봉정암을 거쳐 백담사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희운각대피소(1.3km)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소청봉에서 희운각에 이르는 1.3km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내려가던 길에 조망바위에 올라서자 등 갈기를 날카롭게 세운 용의 모습과 무너미고개 위의 신선봉이 그 위용을 드러내며 웅장함을 자랑하다.
230여 개의 긴 철계단을 내려와 다리를 건너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한다. 다리 밑 계곡으로 내려가서 시원한 계류에 세수를 하고 식수를 보충한 후 대피소 나무 식탁에서 휴식을 취한 후 무너미고개로 향한다. 5분 정도 지나 무너미고개(해발1020m) 정상에 선다. 천불동계곡과 가야동(伽倻洞)계곡의 경계에 위치하여 내외설악을 구분 짓는 곳이다. 무너미의 무는 물에서, 너미는 넘는다(건넌다)에서 왔다. 물을 넘는다(건넌다)란 뜻의 무너미를 한자(漢字)로 수유(水蹂), 수월(水越)이라고도 표기하는데, 이 지명은 전국에 무수히 많이 분포한다.
천불동계곡은 오른쪽 길이다. 내설악의 수렴동계곡과 쌍벽을 이루는 천불동(千佛洞)계곡은 계곡 양쪽의 기암절벽에 천태만상의 바위봉우리가 천 개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하늘을 떠받드는 듯한 봉우리, 골짜기마다 걸린 수많은 폭포, 거울보다도 맑은 연못 등이 함께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그래서 수직절리(垂直節理 : 천불동 골짜기의 뾰족한 바위 봉우리가 모두 수직으로 갈라져서 온갖 형상을 하고 있다)라 한다. 시선을 던지는 곳마다 펼쳐지는 절경에 눈은 호사스럽고 마음을 즐겁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돌계단을 20분 정도 내려서면 길은 비교적 완만해진다. 위태롭게 석벽에 설치한 철계단을 내려서면 천당(天堂)폭포와 만난다. 속세에서 온갖 고난을 겪다가 이곳에 이르면 마치 천당에 온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양폭포가 보이고 양폭대피소에 다다른다.
양폭포는 천불동계곡의 대표적인 폭포로 음(陰)폭포와 이웃하여 있는데, 양폭포는 겉에 있으므로 양(陽)폭포이고, 음폭포는 음폭(陰瀑)골에 들어가서 속에 있으므로 음(陰)폭포이라 한다. 현재는 줄여서 부르는 양폭(陽瀑)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인다. 양폭에는 산장이 자리잡고 있어 등산객들의 피로감을 풀게 해주는 장소가 되고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이다 한 캔에 이천원, 막걸리 한 병에 칠천원으로 비싼 편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7-8분 정도 완만한 길을 따라 내려서면 오련폭포(670m)가 긴 철계단 옆으로 이어진다. 철계단을 다 내려서면 좁은 계곡을 따라 오련(五連)폭포가 한 눈에 조망된다.
귀면암과 양폭포 사이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 협곡 사이에 5개의 폭포가 연이어 떨어지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전에는 폭포 일대의 암벽을 천불동계곡 앞문의 수문장 같다고 하여 앞문다지라고도 하였다. 무성한 숲과 나무가 폭포를 감싸고 있고 맑고 깨끗한 물이 골짜기를 흐르는 선경이다. 용비승천(龍飛昇天 : 설악산 폭포 물줄기를 바라보면, 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물이 올라가는 듯하여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이라 한다.
15시 40분. 칠선골입구(해발 580m)에 다다른다. 양폭대피소 0.9km 비선대 2.9km 이정표가 있다. 20여분 내려서면 귀면암(해발 420m)에 도착한다. 안내판과 비선대 1.5km 이정표가 보인다. 귀면암(鬼面岩)은 생김새가 무시무시한 귀신 얼굴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귀면암이라는 이름은 근래에 붙여진 것이고, 원래 옛날에는 천불동계곡의 입구에 버티고 서서 마치 수문장의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겉문다지 또는 겉문당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금 더 내려서면 이호담(二壺潭)과 만난다. 배가 불룩한 병 모양의 아담한 담이 2개가 있어 이호담이라고 한다. 곧이어 잦은바위골입구(해발 440m)에 다다른다. 비선대 1km 대청봉 7km 이정표가 반긴다. 문수담을 지난다. 문수담(文殊潭)은 문수보살이 목욕을 한 곳이라고 하며, 일명 문주담(文珠潭)이라고도 한다.
곧이어 설악골(해발 390m)을 알리는 표지판과 비선대 0.5km 이정표를 지나고 석벽 아래에 설치된 긴 철다리를 지나면 우뚝 솟은 미륵봉(일명 장군봉)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몇 걸음 옮기면 비선대에 도착한다. 비선대란 이름은 연속된 바위에 폭포를 이루는 광경이 마치 우의(羽衣) 자락이 펄럭이는 것 같으며 마고선녀(麻姑仙女)가 이곳에서 하늘로 승천하였다고 하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기암절벽 사이에 넓은 바위가 못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예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와 자연을 감상하고 시문을 남겼으며 넓은 바위에는 많은 글자를 새겨 놓았다. 갑신정변을 주도했던 불운의 혁명가 김옥균의 이름도 눈에 띤다.
배낭을 벗어놓고 시원한 계곡물에 세수와 탁족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푼다. 일행들이 속속 도착한다.
옛날 마고선이란 신선이 누워서 산수를 즐긴 곳이라는 와선대가 있으나, 홍수로 떠내려 온 바위에 가려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새로 놓은 돌다리 오른쪽으로 집선봉과 권금성이 보인다.
금강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보이는 신흥사 통일대불이 보인다. 신흥사에서 설악산 관광객을 위해 건립했다는 거대한 청동좌불은 둥그렇게 단을 쌓아 그 위에 모셨고 정면으로는 큰 석등 2개와 향로가 세워져 있다.
곧이어 설악산신흥사 현액이 걸린 일주문을 지난다.
18시 정각. 소공원을 지나고 정비가 잘된 길을 걸어 주차장에 도착하여 9시간의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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