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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9. 병사골-장군봉-관음봉-연천봉 -갑사

2005년 8월 16일 (화) 계룡산(장군봉-연천봉-갑사)
 
★ 산행코스 : 박정자-제2학봉교-장군봉-갓바위-신선봉-큰배재-남매탑(계명정사)-삼불봉-자연성능-관음봉-(천황봉)-연천봉-갑사-주차장

 

오랜만이다. 너무 가까워 손만 뻗으면 닿을 듯 싶은, 입김만 불어도 전해질 것 같은 가까운 산으로 가는 여정이기에 마음은 편안하다. 새로운 사물이나 그리워했던 것들과의 만남은 더 없는 청량제나 다름없다.

 

대전과 충남 공주시의 경계를 벗어나 국립공원 계룡산 동학사 지구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장군봉이다. 계룡산을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동학사 지구를 통해 계룡산을 접하고 있으니 초입의 장군봉은 계룡산의 얼굴인 셈이다.

 

학봉리∼장군봉∼갓바위∼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일부의 산꾼들만이 소문 없이 찾는 계룡산의 숨은 코스다. 계룡산 국립공원 입구인 박정자마을에 이르니 장군봉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사면 곳곳에 암벽이 있어 첫눈에 오르기가 수월치 않을 것으로 느껴진다.


오전 7시 20분. 학봉교 근처 길가에 차를 주차한다. 제 2학봉교를 건너 장군봉 탐방로로 들어선다. 오른쪽 농로를 따라 50m 정도 걸어가다 병사골매표소가 보이는 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하면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물론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지 않기 위한 산꾼들이 만들어 놓은 들머리이다. 장군봉코스는 산꾼들의 발길이 덜 밟힌 덕분에 깨끗하고 조용하다. 낙엽 쌓인 오솔길을 따라 오른다.

 

아침 햇살이 곱게 퍼진다. 혼자 걷는 호젓한 산길은 참으로 좋다. 온 몸은 벌써 땀으로 흠뻑 젖는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1시간. 장군봉(해발 500m)에 올라서자 건너편 남쪽의 황적봉(664m)에서 쌀개봉(828m)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신선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산 아래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장군봉은 사방팔방으로 뻗은 계룡산 산줄기를 몽땅 끌어안고 있다. 상하신리 쪽 조망을 감상하고 아침 식사를 위해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는다. 떡 한 조각과 냉커피 한 잔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길을 이어간다. 앞길을 큰 암릉이 가로막는다. 암릉을 지나면 잠시 내리막길이 나오다가 이어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암릉이 또 기다리고 있다. 어떤 암릉은 옆으로 길이 없어 암릉을 그대로 넘어야 한다.

 

9시 25분. 갓바위 이정표에 닿는다. 왼쪽으로 지석골 하산로가 보이고 남매탑까지는 2.6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신선봉 오름길은 고즈넉하다. 평일이어서 산행객은 보이지 않고 산새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깨운다. 양 산 사면에는 잡목이 빼곡이 들어차 있어 잔잔한 분위기이고, 날등을 따라 자라고 있는 노송들이 눈길을 끈다. 신선봉의 정상은 여러 명이 앉아 쉴 만한 넓은 공터로 신선봉에 올라서자 바위능선이 펼쳐진다. 

 

장군봉에서 신선봉까지 산행 코스는 호젓한 암릉길을 밟으며 계룡산의 동쪽면 전체를 한 눈에 전망할 수 있는 멋진 코스다.

 

10시 30분. 큰배재에 도착한다. 왼쪽은 동학사 주차장(2.7km)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남매탑(0.6km)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10시 45분. 남매탑에 도착한다. 남매탑이라고도 불리는 오뉘탑은 계명정사 부근, 옛날 청량사터에 위치해 있다. '신라시대 때 스님이 호랑이 목구멍에 걸려 있던 가시를 뽑아 주었더니 며칠 뒤 호랑이는 은공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처녀를 등에 업어다 놓고 사라졌으며, 스님은 고심 끝에 그 처녀와 남매의 의를 맺고 비구와 비구니로서 불도를 닦다가 한 날 한 시에 열반했다'는 애틋한 전설이 얽힌 탑이다. 2기의 탑을 건립해 두 스님의 사리를 각각 모셨다고 한다. 휴식을 취하는 산행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상원암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10분간 휴식을 취한 후 삼불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돌계단을 10분 정도 오르면 삼불봉 고개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직진하여 고개를 넘으면 금잔디 고개를 거쳐 갑사 또는 상신리로 향하는 길이고 삼불봉은 왼쪽 오름길이다. 삼불봉으로 올라가는 데는 철계단이 놓여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고 내려가는 쪽에도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삼불봉에 올라서니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 천황봉이 손짓하며 유혹한다. 삼불봉은 세 분의 부처님을 상징하는 세 개의 봉우리를 말한다. 세 개의 봉우리는 조물주가 만들었을 것이고, 그 의미는 인간이 부여했을 것이다. 삼불봉 주봉은 큰 암봉으로 암봉 측면에 절리가 발달하고 높이 솟아 주위를 압도한다. 관음봉과 그 뒤 문필봉일대의 연봉, 그리고 연천봉이 파도를 치고 있다.

 

철계단을 내려서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점심 식사를 한다. 암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선 소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분간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자연성능으로 향한다. 자연성릉은 삼불봉에서 관음봉에 이르는 1.8㎞의 구간이다. 자연스런 성곽의 능선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협소한 길목이 자주 나타나고 변화무쌍한 코스다.


 

12시 30분. 관음봉에 닿는다. 계룡산 주요 봉우리와 능선, 계곡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관음봉이다. 따라서 관음봉은 계룡산 최고의 전망대인 셈이다. 관음봉은 계룡산의 중앙에 위치한 봉으로 정상에 관음정이 세워져 있다. 계룡산을 대표하여 공주 10경에도 포함된 이 곳에서 한가롭게 떠다니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인생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고 하여 관음봉 한운(閑雲)을 계룡산 제4경으로 치고 있다.

 

왼쪽 계곡 깊은 곳에 비구니 강원으로 유명한 동학사가 내려다보인다. 10분 정도 휴식을 하고 내려서면 갈림길이다. 왼쪽은 은선폭포를 거쳐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연천봉을 거쳐 신원사나 갑사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연천봉으로 향한다. 산허리를 감아 도는 평탄한 길을 따라 20분 정도 진행하면 연천봉 고개에 닿는다. 이곳에서 연청봉까지는 0.2km이다.

13시가 조금 지나 연천봉에 도착한다. 연천봉 정상 (740m)은 바위로 되어 있어 전망이 좋다.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관음봉-쌀개봉-천황봉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 신원사 계곡의 울창한 숲이 인상적이다. 연천봉 낙조는 계룡팔경 중에서 삼경으로 꼽힌다.


(※ 참조 계룡팔경 : 천황봉 일출, 삼불봉 설경, 연천봉 낙조, 관음봉 한운, 동학계곡 신록, 갑사계곡 단풍, 은선폭포 운무, 남매탑 명월)

 

설명문은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계룡산의 주능선에서 문필봉에 이어져 내려 돌올하게 솟아오른 연천봉은 해발 740미터이다. 갑사계곡과 신원계곡을 좌우로 하여 천황봉과 쌀개봉, 문필봉, 삼불봉 등이 수목에 가리운 옷깃을 젖히며 우뚝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눈 아래 멀리에는 상월들과 계룡지, 경천지등이 펼쳐지고 쾌청의 날씨에는 저 멀리 아득하게 백마강이 은빛으로 번쩍이면서 저녁노을을 물들이며 해지는 모습은 절경으로서 계룡산의 제3경으로 자랑한다. 산정 바로 아래엔 등운암이 있어 등산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연천봉 고개로 되돌아와 왼쪽 갑사를 향해 하산길로 들어선다. 갑사로 내려가는 숲길은 짙은 녹음이 폭염을 차단해 주고 있고 상쾌한 공기가 그득하다.

 

하산길로 접어들어 약 1시간 지나 원효대를 지난다. 흐르는 계류에 탁족을 하며 휴식을 한다.

휴식을 끝내고 10여분 더 내려서 갑사구곡 중 6곡에 해당하는 명월담에 닿는다. 맑은 계류가 시끄러운 물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왼쪽 커다란 바위아래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서 있다.



갑사 공우탑(甲寺 功牛塔)은 백제 비류왕 4년 계룡산 갑사에 속한 암자를 건립할 때 자재를 운반하던 소가 군자 냇물을 건너다 기절하여 죽자, 소를 현 위치에 매장하고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전한다. 2층 옥신에는 "우탑(牛塔)", 3층 옥신에는 "공(功)"이 음각 되어 있다.

 

갑사를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계룡산 8경 가운데 갑사계곡 단풍이 유명한 것은 이곳의 활엽수 가로수의 단풍이 한 몫을 한다.


갑사부도는 보물 제257호. 부도란 승려들의 유골을 안장한 묘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초에 처음 나타난다. 이 부도는 원래 갑사 뒤산 중사자암에 있던 것을 옮겨 온것이다.



갑사 철 당간 및 지주는 보물 제 256호.


당간 및 지주는 당을 다는 철깃대와 기둥이다. 당간은 부처난 보살의 공덕을 표시하고 사악한 것을 내�는 기능을 가진 당이라는 깃발을 달기 위한 깃대이며, 당간지주는 당간을 좌우에서 지탱하는 버팀기둥이다.


15시 정각. 주차장 입구에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사목(枯死木) 한 그루가 작별 인사를 한다. 그 고사목에 새끼가 둘러 처져 있다. '귀목대신(鬼木大神)'이라는 팻말과 함께. 죽은 나무 한 그루에도 신이 내려 있음이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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