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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11. 용추를 찾아서..

[주]이 산행기는 다른 곳으로 펌 하실 수 없습니다...출입통제지역 산행

산행일 : 2006년 7월 2일(일)

 

사람은 자기 마음의 눈에 따라, 같은 현실이라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각자의 삶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삶은 행복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행복해진다.
하지만 삶은 불행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삶은 어떻게 보느냐,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대부분 개인 자신에 달려있다.

-서진규 자선 에세이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중에서--

 

7월 첫 번째 일요일.

어제 드빙팀과 우중 산행을 한 탓인지 몸이 무겁다. 아침을 먹는둥 마는 둥 귀연산우들과 계룡산 산행을 위하여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선다.

 

8시 20분 대전시청 주차장에 도착하자 청계님과 백운봉님을 비롯하여 귀연산우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회원은 22명. 어제 내린 비로 계곡엔 수량이 많아져 용의 힘찬 용트림을 감상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행이 될 것 같은 기대를 품고 여섯 대의 승용차에 분승하여 구룡관사로 이동한다. 구룡관사에 도착하자 들머리 철문은 굳게 닫혀있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많은 인원에 놀란 사병의 제지가 완강하다.

 

포대님의 제안으로 들머리를 밀목재로 변경하고 이동한다. 밀목재 근처 마을에 다섯 대의 승용차가 들어서자 조그만 암자에 스님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9시 25분 출입통제 표지판이 잠깐동안 마음을 무겁게 한다. 들머리로 진입하여 희미한 산길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오른다. 곳곳에 개미들이 만들어 놓은 무덤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오래 서있으면 개미들이 기어오르므로 빠르게 통과해야한다.

10시 정각. 묘지가 있는 안부에 도착한다. 선두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삶은 감자와 흑임자 인절미 등 먹거리를 나누며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휴식을 취한다. 백운봉님의 입담으로 모두들 즐거워한다.
 
15분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5-6분 오르자 묘지가 있는 황적봉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사방이 짙은 운무에 가려 분간이 어렵다. 그대로 직진하면 학봉삼거리로 내려서는 길이고 천황봉은 왼쪽 길로 향해야 한다. 땅바닥에 그려놓은 화살표 방향을 보니 선두는 학봉삼거리로 향한 모양이다. 백운봉님이 전화통화를 시도해 보지만 아무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11시 천왕봉 암릉 절벽에 도착한다. 밧줄에 의지하여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다행히 학봉삼거리로 알바를 했던 선두 일행이 뒤따른다. 바람에 운무가 한번씩 걷힐 때마다 멋진 풍광히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암봉에 뿌리를 내리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 한 그루가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온다.
 

두 번째 절벽을 내려서고 약 1시간 정도 진행한다.

12시 정각. 멀리 힘찬 물줄기를 흘려 내리는 은선폭포가 조망되는 넓은 바위 공터에 자리를 잡고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청계님의 붉은 고추가 단연 인기를 끌고 산녀님과 동행하신 친구 분이 주신 주먹밥, 수박, 커피 그리고 꼬모님의 잡곡밥까지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하다.

30분간 점심식사를 마치고 멀리 은선폭포를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 다음 길을 잇는다. 낙엽 쌓인 푹신한 숲길 오르막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오른다. 

13시 15분 출입금지 표지가 있는 Y자 갈림길이다. 왼쪽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통천문이다.

통천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쌀개산장(금강홍수통제소 계룡산 무인통제시설인데 이렇게 부른다.)이 보이고 쌀개산장을 감싸고 왼쪽으로 돌아 내려서면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천단으로 향하는 길에 또 사병이 제지한다. 하는 수 없이 걸음을 KT중계소로 향한다. 이곳 역시 문이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다. 왼쪽 철망 뚫린 길로 통과하는데 이곳까지 쫓아온 사병이 화를 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곳 계룡대에 대통령 별장이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작년보다 통제가 엄격해졌다.

 

상관에 지시로 자기 책무에 최선을 다하는 젊은이의 모습에서 건강한 조국의 미래를 본다. 통과하는 일행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맨 뒤에서 일부러 사병과 잠시 언성을 높이며 시간을 끈다.  
 
KT 계룡산 중계소 정문 앞을 지나 시멘트 계단을 내려서면 헬기장에 닿는다. 다른 쪽으로 향했던 일행들도 천단을 밟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이곳에서 휴식을 하고 있다. 헬기장을 가로질러 암용추로 향한다. 암용추까지 이어지는 길은 부드럽고 걷기 좋은 길이지만 습기를 머금어 미끄럽다.
 
산수국 등 야생화들이 활짝 웃으며 나그네들을 반긴다. 山水菊은 말 그대로 산에서 피고 물을 좋아하며, 국화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어 붙여진 이름이다.

15시 50분 암용추에 도착한다.
수용추와 암용추는 원형의 깊은 웅덩이로, 전설에 의하면 태고 때 살고 있던 용이 승천하면서 바위에 생긴 용의 무릎 팍 자리라고 한다.

 

수용추폭포 아래에는 용굴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신비감을 더해주는데 굉음을 내며 흐르는 물줄기의 용트림을 보노라면 가슴까지 시원함을 느낀다. "李 龍"이라고 음각된 글자는 아무리 많이 비가와도 물 속에 묻히지 않는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은 그 주변의 깨끗함과 어울려 나그네들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청정함을 자랑하며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고 편평하고 깨끗한 바위가 여름 계곡의 멋을 더하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한다. 힘차게 내려오는 계곡 물살 위로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암용추계곡의 풍광은 그 멋을 한층 더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군인들과 그 가족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된다니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출입통제지역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존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행이 모두 하산하고 계곡물 속에 무거웠던 마음을 담그고 잠시 물살에 나를 맡겨본다. 유혹을 참지 못하고 두 분이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물 속으로 뛰어든다. 알탕하는 뒷모습이 형제처럼 다정하다. 귀연산우님들 누군지 아시겠죠^*^

작산저수지 상류의 다리로 내려서자 세월따라님이 산딸기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신다.

구룡관사(계룡대 간부 휴양소)주차장에 도착하여 랑데브가든에서 시원한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헤어짐이 아쉬운 일행은 2차를 위해 장소를 옮긴다.

 

동승했던 산녀님과 친구분을 따라 주말 농장으로 향했다. 꽈리고추, 풋고추, 상추, 부추, 버섯 등 생각지 않았던 푸짐한 선물에 황태자 입이 귀에 걸린다. 내 것을 선뜻 남과 나눈 다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 세태에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두 분께 감사 드립니다. 이래서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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