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6년 7월 22일(토)
계룡산 천황봉을 거치지 않고 숫용추에서 암용추로 이어지는 산길을 가보고 싶어 뫼꿈이 고문님을 길잡이 세우고 토요일 오후 번개산행을 계획한다. 은잠님과 썬님 그리고 식장산지기님이 동행한다는 꼬리글을 달았고 뒤늦게 플러스님과 담헌님도 함께 가겠다고 한다.
오후 1시. 약속 장소에서 두 대의 승용차에 분승하여 이동한다.
박정자삼거리에서 썬님을 태우고 들머리인 용화사로 향한다. 691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갑사방면으로 진행한다. 최근에 개통한 갑사터널 덕분에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된다. 23번 국도와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여 논산 상월방면으로 향한다. 신원사매표소를 우회하여 1분 정도 달리다 용화사 굿당 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왼쪽 소로로 들어선다.
용화사 앞마당에 주차하고 초면인 식장산지기님과 인사를 나눈 다음 등산화 끈을 조이며 산행 준비를 한다. 2시 정각. 굿당을 비켜 오른쪽 계곡을 따라 들머리 들어선다. 굳이 계곡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슬리퍼를 신은 뫼꿈님이 계곡길로 안내한다.
10여 분 진행하고 마애불을 감상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계룡산 남쪽 줄기 미륵당리로 전하는 지역에 서 있는 논산 상도리 마애불(충남 유형문화재 175호)은 자연 암석의 벽에 몸체는 선으로 새기고 머리는 따로 만들어 붙였다. 고려시대 충청도 지방에 유행하였던 마애불의 한 양식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돌탑이 보이고 그 아래 샘은 오염이 된 채 방치되어 안타깝다.
오름길이다. 조금씩 경사를 더하며 숨 가쁘게 한다. 묘지 안부를 지나 잠시 휴식을 취하며 거치러진 숨을 고른다. 간식을 나누며 정겨운 이야기가 오간다.
10분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길을 재촉한다. 곳곳에 개미들이 만들어 놓은 무덤이 눈길을 끈다.
2시 50분 용천령에 도착한다. 금남정맥이 좌우로 가로지르는 지점으로 커다란 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왼쪽은 천황봉 못미처 쌀개봉 능선으로 이어지며, 오른쪽은 엄사리 향적산 국사봉으로 이어진다.
직진해서 풀섶을 헤치며 2분 정도 내려서면 너럭바위가 깨끗한 계곡물을 흘려보내며 흰 속살을 다 드러낸다. 썬님이 준비한 겨우살이로 담은 술은 몸에 좋다고 담헌님과 뫼꿈이님이 독식하고 대신 플러스님이 준비한 와인으로 모두 함께 건배한다.
암반 오른쪽으로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길가에는 산나리(또는 중나리)를 비롯하여 까치수영과 자주달개비, 산수국 등 들꽃들이 활짝 웃으며 나그네들을 반긴다.
山水菊은 말 그대로 산에서 피고 물을 좋아하며, 국화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붙여진 이름이다. 계곡물이 시원함을 더한다.
용화사에서 2시간. 수용추가 눈에 들어온다. 거침없이 숫용추 상부로 내려서는 은잠님을 다른 일행들도 뒤따라 내려선다.
굉음을 내며 힘차게 흘러내려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좁은 협곡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의 맑은 물줄기는 가슴속까지 시원스럽게 적신다. 모두들 멋진 절경에 빠져들어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디카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숫용추와 암용추는 원형의 깊은 웅덩이로, 전설에 의하면 태고 때 살고 있던 용이 승천하면서 바위에 생긴 용의 무릎 팍 자리라고 한다.
군인 가족들이 아이들과 한가롭게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군인들과 그 가족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된다니 약 오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출입통제지역이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존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자 쪽으로 내려서다 보면 예전에 종교집단에서 새긴 것으로 보이는 글귀들이 빽빽하게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계곡 아래쪽에 지어진 정자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비경을 바라보며 떡과 과일 등 간식을 나눈다.
30분간 휴식을 끝내고 5분 정도 내려서 천막이 가득 들어선 야영장을 지나자 숫용추 저수지에는 군인가족들이 오리 보트를 즐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골프장 철조망을 왼쪽으로 돌아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다리를 건너 KT 삭도장에 도착한다. 숫용추에서 약30분소요.
KT삭도장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천황봉 90분” 이라고 적힌 팻말이 눈에 띤다. 조금 더 진행하면 “천황봉 80분” 팻말이 서 있고 두 갈래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천황봉으로 향하는 왼쪽 길로 들어선다. 비록 잘못 들어선 길이지만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계곡에 명경수가 흐르고 인적이 없어 아주 호젓하고 오지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산길이다.
30분 정도 진행해서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알아채고 오른쪽 가파른 너덜 길을 숨 가쁘게 치고 오른다. 30여분을 오르자 천황봉에서 암용추로 이어지는 능선 등로와 만난다. 뒤돌아보니 오른쪽으로 천황봉 통신안테나가 코앞이고 정면으로 문다래미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문다래미 커다란 바위사이로 나 있는 길은 신도안이 도읍지가 되었을 때 자연스레 서쪽의 문이 되도록 자연 스스로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믿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간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내려서자 조망이 좋은 전망 바위가 있다. 멀리 계룡대 펜타곤과 골프장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천황봉 팻말이 보이는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은 KT삭도장으로 이어지는 길로 원래 우리가 올라오려던 길이다.
어두움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길을 잡고 20분 정도 내려서면 암용추에 도착한다. 암용추폭포 아래에는 용굴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신비감을 더해주는데 굉음을 내며 흐르는 물줄기의 용틀임을 보노라면 가슴까지 시원함을 느낀다. "李龍"음각된 글자는 아무리 많이 비가와도 물 속에 묻히지 않는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요란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은 그 주변의 깨끗함과 어울려 나그네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바닥에 흙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청정한 물을 자랑하며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물 밖으로 나와 햇볕에 말려진 편평하고 깨끗한 바위가 여름 계곡의 멋을 더하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한다.
시간이 너무 늦어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잠시 물살에 나를 맡기는 것으로 알탕을 대신한다. 작산저수지 상류의 다리로 내려선다.
오른쪽 구룡관사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을 버리고 저수지 철조망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괴목정으로 가는 길은 은잠님이 안내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황적봉 오르는 길을 지나고 조금 더 진행하여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언덕을 넘어서면 안부에 닿는다.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철조망이 길을 막는다. 무너진 철조망을 넘어서면 출입통제 표지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저수지에서 30분소요.
8시. 괴목정은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썬님이 아이스박스에 담아 미리 준비한 시원한 수박과 막걸리 안주로 마련한 두부와 묵은지가 6시간의 산행에 지치고 힘들었던 일행을 감동시킨다.
'계룡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 지석골-작은배재-신선봉-삼불봉고개-심우정사-상원암-작은배재 (0) | 2008.07.18 |
---|---|
14. 숨겨진 비경들 (0) | 2008.07.18 |
12. 심우정사 (0) | 2008.07.18 |
11. 용추를 찾아서.. (0) | 2008.07.18 |
10. 금북정맥길 (0) | 2008.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