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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길따라

호남정맥 4구간(송치-접치)

2005년 6월 19일 (일)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의해 모양과 형태가 만들어진다.”--괴테--


살아있음에 이 땅에 살아있음에 이 땅 산줄기의 너른 품에 안기고 싶다.
호남정맥이라는 이 땅의 커다란 산줄기 하나를 이어서 걸어간다.
얻는 것이 무엇이며 남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끝까지 걸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3시 5분. 배낭을 메고 식구들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집을 나서 청사 앞 버스 타는 곳으로 향한다. 버스에 오르니 정맥팀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매님은 개인 사정으로 오늘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다며  잘 다녀들 오라고 음료수 한 박스와 지도를 임시 산악대장인 캔님께 전한다.   
3시 30분. 유성 만남의 광장 앞에서 그레이님을 기다린다. 
3시 50분. 유성톨게이트로 진입한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차안의 불이 꺼지고 토막 잠을 청한다. 전주톨게이트를 빠져나가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 구례 순천 방향으로 달린다.
6시 15분. 구례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 있는 동바리해장국 구례점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요기를 하고 송치로 향한다. 25분 정도 지나 송치에 도착한다. 안개가 자욱하다.
7시 25분. 송치재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정맥길로 들어선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서 있는 가파른 오르막길에는 활짝 핀 들꽃이 미소지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나그네에게 뽐낸다.



턱 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12분 정도 치고 오르면 묘와 참호가 보이고 길은 순해지며 정맥길 주변에 산딸기가 지천이다.



7시 45분.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따라 6-70m 진행하면 커다란 나무가 보이고 벌목한 산비탈을 올라 왼쪽으로 접어들어 오르막길을 3분 동안 숨가쁘게 오르면 고도가 완만해지고 걷기 좋은 산책로 같은 길이 이어진다.



6월의 녹음과 어우러진 새들의 합창소리를 들으며 평온한 아침을 만끽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바랑산의 산불감시초소가 언뜻 언뜻 눈에 들어온다.
8시 10분.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7분 정도 오르면 바랑산(618.9m)정상에 도착한다.
삼각점 (구례 28, 1991 재설)이 박혀있고 산불감시 초소가 있으며 조망이 막힘이 없다. 날씨가 좋으면 북으로 지리산 연릉이 조망된다는데 오늘은 뿌연 날씨 때문에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멋진 구름바다로 아쉬움을 달랜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며 7분 정도 휴식 후 다시 길을 이어간다.





8시 50분. 완만한 내리막길을 3분 정도 내려서면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590봉을 거치지 않는 우회길이다. 미끄러운 절개지를 올라 잡목들이 빼곡한 길을 7-8분 오르면 510봉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조금씩 고도를 높이면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590봉에 도착한다. 캔님이 준비한 속리산 칡막걸리 한잔으로 갈증을 풀고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산책로 같이 순한 길을 따라 6분 정도 진행하면 임도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10m정도 이동하자 표지리본이 보인다.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진행하면 갈림길을 만난다. 나뭇가지에 "문유산 갈림길"이라는 표찰이 걸려있다. 문유산은 정맥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등로는 희미하지만 잡목을 잘라서 길을 내 놓았다.



문유산 정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대로 진행한다.


10시 15분. 묘지를 지나  660봉에 도착한다. 조망은 막힘 없이 탁 트이는 곳이지만. 날씨 때문에 시야가 흐릿하다. 암반에 서서 가야 할 정맥길을 짚어본다. 호남정맥의 능선이 용트림 치듯 이어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대자연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 오르는 감동이 밀려온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10분간 휴식을 하고 내려가는 길을 따른다.



급경사로 시작되는 내리막길은 빼곡이 들어찬 철쭉으로 시야가 가려지며 지나기에 쉽지가 않다. 15분 정도 진행하면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5분 정도 오르면 점토봉이다. 곧바로 노고치로 향한다. 고사리 재배단지 왼쪽으로 내려서면 폐허 건물이 나타나고 곧바로 노고치이다.




11시 5분. 노고치 (350m)도착. 순천시 승주읍과 월등면의 경계지점으로 857번 지방도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난다. 승주군에서 세운 표고 350m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10분 정도 휴식을 한 후 노고치 표지석 옆으로 1m 높이의 옹벽을 오른다.



벌목지 산비탈을 올라 왼쪽 숲속으로 들어선다. 413.2m봉 (삼각점 구례 458, 1985 재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잠시 내려섰다가 곧이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고도를 높이며 오른다.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이 볼을 타고 흐른다. 손수건으로 연신 얼굴의 땀을 닦아내며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발 한발 숨가쁘게 오른다. 선두가 중턱 쉼터 바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점심식사를 하고 가자고 한다.


11시 50분. 후미가 도착하고 빙 둘러앉아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약 40분 동안 점심식사와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오르던 오르막길을 5분 더 오르면 길은 순해진다. 7-8분지나 630봉을 통과하고 내리막길로 들어서 측백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10분 후 십자로 안부 베틀재 (550m)에 닿는다. 왼쪽으로 유치마을로 내려서는 하산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꾸준하게 오름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뱃바위가 얼굴을 내민다.



13시 10분. 커다란 암벽을 우회하여 729봉(헬기장)에 도착한다. 희아산이 손에 잡힐 듯 하고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드디어 편안함이 준비한 수박 화채가 모두를 즐겁게 한다.




20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왼쪽으로 뚝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길을 잇는다.



13시 40분. 뱃바위에 도착한다. 절벽 위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한다.





조망이 시원하다. 닭재까지 0.7km 이정표가 서 있고 닭재로 내려서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밧줄이 설치 되어있다.



15분 정도 지나 닭재(유치고개)에 도착한다. 이정표에는 유치재로 표기되어 있고 양쪽으로 옛길이 뚜렷하다. 나그네들의 다리 쉼을 위한 나무벤치 2개가 놓여있다.



정맥은 그대로 직진한다. 암릉 구간을 지나 조릿대 숲을 헤치며 가파르게 오른다.
14시 20분. 삼각점 (구례 453, 1985 재설)이 박혀있는 유치산 (530.2m)에 도착한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25분 정도 진행하면 한방이재를 지난다. 완만한 오르막길에 군데군데 참호가 눈에 띤다. 정맥길을 벗어났나 아니면 그 사이에 송전탑을 철거했나 지도상의 송전탑은 보이지 않고 흔적조차 볼 수 없다. 390봉우리를 올라섰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3분 정도 빠르게 내려서면 운곡안부이다. 왼쪽 두월리로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다. 직진하여 몇 걸음 올라서 그늘에서 휴식을 한다. 오성산으로 오르는 길은 코가 땅에 닿을 듯한 된비알이다. 오늘 산행을 시작하면서 바랑산 오를 때 농담처럼 산행 끝에서 이런 오르막을 만났으면 좋겠다던 빈말이 실제가 되었다. 5-6분 숨가쁘게 오르면 왼쪽으로 조망이 트이며 산아래 두월리 신기마을이 산에 감싸여 평온한 모습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키자란 산죽나무(조릿대)을 헤치며 오른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적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턱을 친다. 유치산을 출발한지 1시간 25분지나 오성산 (606.2m)에 닿는다. 오성산 정상은 헬기장이고 삼각점 (구례 309, 1985 재설)과 산불 감시초소가 있으며 멀리 고속도로가 보인다.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간식으로 허기를 속이며 휴식을 취한다. 20분 후 뒤따르던 일행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접치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매우 급경사 내림길 곳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오른 소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비석이 없는 묘 2기를 만나면서 잠시 망설인다. 표지리본이 붙어 있는 곳에 나뭇가지로 길을 막아놓았다. 묘지 주인이 묘를 보호하기 위해서 인가. 묘 오른쪽 임도를 따라 그대로 내려선다.


16시 30분. 22번 국도와 만나는 곳에 오성산 입구 팻말이 보인다.



아뿔싸, 묘지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야 했는데 임도를 따라  내려선 것이 정맥 마루금을 따르지 않고 알바한 셈이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100m 정도 이동하면 접치삼거리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16시 40분. 22번 국도와 호남남해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접치 (270m)에 닿는다. 호남고속도로 위로 두월 육교가 놓여있다. 육교 위에서 호남정맥 4번째 구간 산행은 종료된다.



기사님이 준비한 시원한 막걸리로 갈증을 풀고 승주톨게이트 바로 앞 초연기사식당(대표 양춘자 011-9974-9362)으로 이동한다. 지하수로 땀부터 씻어내고 잘 차려진 백반(1인분에 오천원. 반찬이 훌륭하다)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대전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