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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보만식계(보문산-만인산)

2004년 4월 15일 (목)

새벽기도회를 끝내고 곧바로 투표장으로 이동하여 신성한 국민의 주권행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주섬주섬 배낭을 꾸린다. 간단하게 토스트 한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뫼꿈님이 보문산까지 함께 이동하자고 손전화를 주신다. 약속장소에서 뫼꿈님과 느낌표님을 만나 택시를 이용하여 보문산으로 이동한다.


8시 30분 보문산케이불카 앞에는 이번 산행에 동행하기로 한 대전둘레산길잇기 모임의 안여종님과 참여연대 정관성님, 등사대모의 플러스님과 낙오김 그리고 재넘이님 등이 먼저 와서 기다리신다. 뒤이어 강산에님과 문병환님, 정은영간사 등이 시간에 맞춰 도착한다. 출발에 앞서 케이블카 승강장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10여분 오르면 대전지구 전승비가 보인다. 1950년 7월 5일 미 24사단의 결사적인 방어작전 전투에서 자유평화를 수호한 이들의 업적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하여 1975년에 건립한 전승비이다.


곧이어 보문사와 그린랜드를 지나면 왼쪽으로 "을유팔월십오일"이라고 쓰인 해방기념비가 보인다. 8시 45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20여m를 지나 오른쪽 산비탈로 접어들면서 고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9시 묘지가 있는 안부에 도착하여 뫼꿈님이 지도를 펴놓고 산행 코스를 설명한다.


왼쪽으로 부사동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오른쪽은 보문산성을 가는 길이다.


보문산성 쪽으로 방향을 잡고 15분 정도 천천히 오르면 전망 좋은 바위에 도착한다. 식장산이 가깝게 보이고 대전시가지가 조망된다. 산새소리가 정겹고 산벚나무와 조팝나무가 곳곳에서 화사한 꽃을 자랑한다.


정간사가 힘들어하며 산행속도가 늦어진다. 왼쪽으로 장수천 약수터, 복전암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3분 정도 오르면 보문산성에 도착한다.


보문산은 보물이 묻혀있다 해서 보물산으로 부르다가 보문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보문산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은 보문산성이다. 보문산성은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 10호로 지난 1992년 12월 백제시대 산성 중 전국 최고로 복원되었다. 둘레가 300m인 테뫼식 석축 산성으로 백제시대 말기 신라와 치열한 전투를 하던 시기에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성안에 있는 장대 터에 오르면 대전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루봉으로 향한다. 시루봉까지는 950m이다.


민예총 관계자가 뒤 늦게 합류한다. 야외음악당으로 내려가는 이정표를 지나고 9시 35분 송학사 갈림길을 지나 호동 갈림길을 지나면 나무계단과 만난다.


나무계단을 올라 보문산 정상인 시루봉(457.3m)에 도착한다. 보문정 정자에는 산책 나온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전시가지가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9시 40분 오른쪽은 동물원가는 길이고 왼쪽 보문사지쪽으로 내려서면 헬기장이다. 이곳에서 보문산성을 바라보면 성의 윤곽이 또렷하다. 9시 50분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보문사지 가는 길이고 왼쪽은 이사동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빠르게 치고 나간다. 벤치가 놓여있는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힘이 드는 사람은 중간에 탈출하기로 하고 산행 속도를 빠르게 하기로 한다. 길가에 구슬봉과 이름모를 야생화가 미소 지으며 나그네들을 맞이한다.


10시 30분 눈  앞에 오도산이 보인다. 산비탈에 연두색 봄이 올라가고 있다.


10시 40분 오도산을 오른다. 가파른 오름길을 거친 숨 토해내며 10여분 치고 올라 오도산에 도착한다. 식장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남부순환도로에 차량들이 시원스럽게 질주한다.


간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안녀종님의 주변 설명이 이어진다. 오른쪽 산 아래로 보이는 민가 주변이 고려청자 가마터이며 지금은 인민군 귀순용사가 음식점을 한다고 한다.


재넘이님이 선두에서 치고 나가며 산행 속도가 빨라진다. 11시 40분 378봉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12시 25분 은진송씨묘비에 추모의 글을 읽으며 잠시 효(孝)에 대하여 생각에 본다.


조금 더 내려서자 은진송씨 선산인 듯 수많은 은진송씨 묘들이 보인다. 연두색 봄이 올라가는 산비탈 곳곳에 산벚나무와 조팝나무가 아름다움을 더한다.


12시 30분 금동고개에 도착한다.


왼쪽 은진송씨 묘소 잔디밭에 빙 둘러앉아 방울 도마토와 오렌지, 사과 등을 나누며 산행 후미 일행들을 기다리며 정겨운 이야기가 오고간다. 등사대모의 플러스님은 비오는날 보만식계를 한 번에 말아먹은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나는 언제쯤 그 도전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속을 어지럽힌다. 유월쯤 지리산 종주에 나선다고 한다. 나도 끼워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한다.


13시 15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수령 200년 된 소나무 보호수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안여종님과 정간사님 그리고 민예총 관계자는 이곳에서 산행을 멈춘다. 이제 산행 인원은 9명. 금동고개 왼쪽은 대별동으로 오른쪽은 산서동 동물원으로 이어진다. 도로를 건너 포도밭을 가로지른다. 13시 30분 가파른 오름길을 7-8분 오르자 speed 011 중계탑이 보인다.


다시 7-8분 가파른 오름길을 숨차게 오르고 산허리를 감아 돈다. 재넘이님이 선두에서 빠르게 치고 나간다. 2-3명씩 무리가 지어지고 간격이 벌어진다. 14시 조그만 돌무더기가 있는 450봉을 지나고 14시 20분 490봉에 도착한다. 간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한다. 준비한 수통은 바닥을 들어내고 뫼꿈님이 피 같은 물을 나누어준다. 플러스님의 물주머니가 부러워 하나 장만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30분간의 긴 휴식을 끝내고 산행을 계속한다. 소나무에 달라 붙어 있는 버섯이 눈길을 끈다.


15시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 앞을 가로막는 봉우리를 빙 돌아 뒤로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옮기며 턱 밑까지 차 오르는 숨을 거칠게 토해낸다. 15시 15분 428봉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가파른 내림길이 7-8분간 이어지고 벤치 있는 안부를 지나 2-3분간 오르면 편안한 능선이 이어지다 오름길로 바뀐다. 15시 45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거치러진 숨을 고르고 가파른 내림길을 따라 내린다.

 

16시 5분 재넘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고개에서 간식을 나누며 쉬어간다. 휴식시간이 많아진다. 10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가파른 오름길을 5분동안 치고 오른다. 16시 30분 420봉에 도착한다. 조금 더 진행하면 대전시계 분기점이다. 16시 40분 고개에 올라서니 정기봉과 식장산이 코앞이다.


식장산에서 만인산을 향해 오는 청록님 일행은 산행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진달래꽃 구경이 좋고, 아울러 산벚꽃과 조팝나무도 눈을 유혹하는 바람에 산행길이 예정보다 늦어진다. 곳곳이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한 폭의 그림이다.


16시 50분 내림길을 내려오면 먹티마을과 소류지가 보이는 안부에 도착한다.


청록님과 뫼꿈님과의 손전화 통화가 계속된다. 만인산으로 오르는 마지막 오름길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17시 10분 능선을 걸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한 번 더 치고 올라 내려가면서 숨을 고른다. 제2주차장 1.4km 만인산 0.17km 이정표가 반갑다.


17시 25분 만인산 봉화대터에 도착한다. '만길이나 산이 높거나 깊은 산'이라는 뜻을 가진 만인산(萬 山·537m)은 산세가 매우 수려하고, 대전천의 발원지인 봉수레미골 등 아름다운 골짜기를 가지고 있다. 만인산은 사계절 언제 찾아보아도 아름다운 산이지만, 특히 봄에는 진달래가 곱고 산 벚꽃과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대전과 금산 사이에 솟은 만인산은 연꽃이 만발한 형국이라 한다. 그래서 이 만인산에 왕자의 태를 모시면 나라가 흥한다고 하여 태를 모셨기 때문에 태봉산으로도 불려왔다. 실제로 만인산 추부터널 위쪽엔 조선 태조 이성계의 태를 모셨던 태실이 있다. 함경도 용연에 묻었던 태조의 태를 1393년(태조 2)에 만인산 자락에 안치했다가, 1928년 창덕궁으로 옮겨갔고, 이후에 폐허가 되었던 것을 1993년에 터를 복원하였다.


만인산 정상에 있는 봉화대터는 절구통 양식의 봉화자리와 봉화대 주위를 둥글게 단을 쌓아 봉화가 인근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도록 조성하였다. 이 봉화대에서는 한성에서 보내오는 봉화신호를 받아 호남으로 보냈으며 만인산에서 동쪽으로 2km지점의 정기봉에서는 영남으로 봉화를 전하였다고 한다.


맞은편의 정기봉 보다 낮으면서도 ‘봉(峰)’이 아닌 한 단계 격이 높은‘산(山)’으로 대접받는 것은 주위의 산들과 어울림으로 인한 뛰어 난 전망 때문이라 한다. 중부대학교가 내려다보이고 금산도 막힘 없이 조망된다.


17시 30분 정자쪽으로 내려선다. 17시 40분 85개의 침목계단을 올라 정자 만인루(萬 樓)에 도착한다. 대전광역시 동구 하소동에 위치한 만인루 2층에 오르면 정기봉이 코앞으로 다가서고 멀리 대진고속도로까지 조망이 좋다.


17시 45분 다시 침목계단을 내려서 왼쪽 만인산 휴게소 방향으로 향하면 지그재그로 된 가파른 내림길이다. 7-8분간 내려서면 포장길과 만나고 그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간다. 18시 만인산 휴게소에 도착한다.


봄나들이 나온 상춘객들로 휴게소는 시끌벅적하다. 18시 20분 만인산에서 다른 길로 내려선 뫼꿈님과 합류하여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막걸리 한 잔씩 돌아가고 취기가 오를 즈음 청록님 일행이 도착한다. 반가운 인사들이 오고가고 막걸리를 권하면서 금새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곰발톱님이 축하차 인사를 오고 양푼이 비빔밥이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행복한 산행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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