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50분 덕유산 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하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장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졸음이 밀려오고 달콤한 토막 잠에 빠져든다. 10시가 조금 지나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마산방면으로 달린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바라보며 생명의 위대함에 감탄한다. 모든 것을 비워버린 후 겨우내 매서운 눈보라를 견디고 다시 탄생하는 신록은 신비롭고 소중하다. 이처럼 살아 있다는 것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막 피어난 새싹은 꽃보다 아름답다. 신록의 연두색 바탕에 하얗고 붉은 꽃 그림이 그려진 모습에서는 눈이 부시다. 한 폭의 수채화다. 봄의 신록이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다. 10시 35분 산인요금소를 빠져나간다. 10시 40분 직진해서 서마산 IC로 빠져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여 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시내 외곽도로인 산북도로로 접어들어 마산여중을 지나 경남대학교 조금 못 미쳐 만날고개로 연결되는 육교 앞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10시 50분 도로에서 10m쯤 올라 오른쪽 주택가 골목길로 들어서 4-5분 정도 오르면 수령 400년 된 보호수 팽나무가 서 있고, 다시 3-4분 지나면 길옆에 무학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11시 만날고개에 도착한다. 출가한 딸과 친정어머니가 이 고개에서 만나 한 많은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오랜 세월 이어져 음력 팔월 열이렛날이 되면 헤어진 사람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서로 그리움을 달래며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약수터를 지나 1분 정도 오르면 등산 안내도와 대곡산 1km 무학산 3.6km 이정표가 보인다.
대곡산으로 오르는 길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르다.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는 일은 산과 하나되는 과정이다. 11시10분 철탑을 지나고 안부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약수터가 있고 돌탑과 운동기구들이 보인다. 가파른 오름길이 계속된다. 숨 고를 여유없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숨차게 20분 정도 오른다. 11시 30분 대곡산(516m)청송(靑松)이 먼저 반긴다.
그 뒤로 돌탑과 안개약수터 2km 무학산정상 2.6km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은 낙남정맥길이다.
돝섬유원지가 떠 있는 마산 앞바다와 마산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비탈을 연분홍으로 채색한 진달래가 봄처녀의 치맛자락처럼 화사하다. 진달래는 화려하지 않고 순박한 모습이 우리 민족 정서를 대변한다.
11시 45분 부드럽게 이어지던 길은 내리막길로 변하고 1-2분 내려서면 쉼터에 도착한다. 산벚꽃이 화사하다.
정상까지는 1.8km이다. 가파른 오름길을 2-3분 오르면 능선상의 전망 좋은 바위에 도착한다. 국민 애창가곡 '가고파'의 '내 고향 남쪽바다' 푸른빛이 바라보인다.
12시 정각 벤치가 놓여있는 안부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안개약수터 가는 길이다.
12시 10분 주능선에 오르면 대곡산에서 바라볼 때는 앞산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수문영돌탑과 무학산의 정상이 민둥산처럼 보이고 철탑안테나가 우뚝 서 있다.
왼쪽 아래에 안개약수터가 눈에 띤다. 일행과 떨어져 억새를 헤치고 약수터로 향한다. 물 한바가지 떠서 목마름을 달래고 수통에도 채운다. 정상까지는 0.6km 가파른 오름길이다.
12시 15분 학봉갈림길과 만난다. 정자에서 점심식사 하는 다른 팀 등산객들을 보니 허기가 밀려온다.
영양갱으로 시장기를 속이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 왼쪽에는 헬기장이 있고, 갈림길에는 수문영 돌탑이 우뚝 서 있다. 수문영돌탑 오르는 길에 잠시 뒤돌아보니 진달래가 분홍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하고 바다 앞바다가 시원스럽다.
12시 30분 수문영 돌탑을 지나 북쪽으로 능선을 따라 태극기 펄럭이는 무학산(761m) 정상에 오른다.
정상은 워낙 많은 사람이 밟아, 맨 땅이 넓게 드러나 있다. 광주의 상징이 무등산이라면 무학산은 마산의 상징이다. 무학산, 팔용산, 광려산 일원의 보존 관리와 등산객 조난 구조를 위한 무인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철탑과 산불초소가 있다.
북서쪽으로는 떡시루를 엎어놓은 형상의 바위 암봉 시루봉이 멀리 보이고 동쪽 아래로는 서마지기라는 넓은 공터가 보이며 공터 바로 위의 억새밭 봉우리에는 팔각정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마산과 창원의 전경이 막힌 구석 없이 펼쳐진다. 진해만 먼바다를 배경으로 동그랗게 떠 있는 돝섬이 그림 같다. 무학산의 원래 이름은 두척산 또는 풍장산이다. 신라 말 최치원이 이곳에 머물면서 산세를 보니 학이 나는 형세 같다 하여 무학산(舞鶴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12시 40분 조그만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서원곡 1.9km 이정표를 따라 나무계단을 내려서 서마지기에 도착한다.
서마지기는 숨마지기라고도 부른다. 서마지기는 공터의 넓이가 밭 서마지기 정도(600평)의 넓이를 가지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숨마지기는 여기에 오르려면 숨을 마지기로 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서마지기는 서원곡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나는 곳으로 여러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토굴 간이매점에서는 라면과 음료수 등을 판다.
정자 옆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먼저 도착한 일행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관해정 3.6km 이정표에서 팔각정으로 향한다.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 전망대 부근은 억새밭이다.
무학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당 삼은 아름다운 도시, 마산을 감상한다. 여기서도 마산시가지와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림길이다.
13시 5분 쉬어 가는 숲에 도착한다.
산허리를 감아 돈다.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학봉과 능선 일대는 진달래가 분홍 물감을 쏟아 부은 듯 장관을 이룬다.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산벚나무가 화사하다.
13시 20분 곳곳에 나무 시비가 세워져 있고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 만남의 광장에 도착한다.
봉화산 2.2km 이정표를 지나 가파른 오름길을 3-4분 숨가쁘게 오르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가빠진 숨을 고른다.
13시 35분 비탈길을 버리고 산허리를 돌아 체육시설이 있는 숲 속 안부에 도착한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잠시 쉬어간다. 길가에 피어난 야생화를 감상하며 길을 걷는다.
13시 50분 봉화산(265m)에 도착한다.
산불감시초소 감시원이 봉화산이라고 알려준다. 철탑이 허리가 부러진 채 방치되어 있고 봉수대가 보인다. 봉수(烽燧)는 높은 산에 올라가서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제도이다. 평상시에는 횃불을 1개, 적이 나타나면 2개, 적이 국경에 접근하면 3개, 적이 국경을 넘어서면 4개, 접전을 하면 5개를 올리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곳 봉수대는 고려 말 왜구의 침입 등 위급한 상황을 서울에 알리기 위한 신호수단으로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봉수대에서 바라본 마산시내와 마산 앞바다 그리고 춤을 추는 듯한 무학산이 한 폭의 풍경화다.
14시 5분 철조망이 쳐진 묘를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정상 4.7km 이정표를 지나 14시 10분 마산만민성결교회가 보이는 도로로 내려선다.
14번 국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20여분을 걷는다. 14시 30분 서원곡유원지 안내판이 보인다. 서원곡은 과거 회유서원이란 서원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서원은 없고 그 대신 은행나무 거목이 서서 길손을 맞는다.
14시 35분 관해정에 도착한다. 관해정은 글자 그대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경치 좋은 곳에 지어진 정자라는 뜻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 한강 정구(1543∼1620) 선생을 추모하는 뜻으로 그의 문하생들이 세운 회유서원이 있었던 곳이다. 서원은 고종때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없어지고 관해정만 남아 있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 지붕 기와집이다. 건물 앞에 있는 수령 460년의 은행나무는 한강이 손수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문이 굳게 닫혀 있어 썰렁해 보인다.
도로 옆에 주차된 산악회 버스에 도착하니 권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주신다. 버스에 오르면서 산행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