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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구병산

2004년 3월 28일 (일)

운장산으로 가려던 둔산 sda산악회 3월 정기산행은 입산통제 때문에 충북알프스의 구병산으로 변경하고 8시 35분 교회 앞에서 출발하여 내동에서 혜숙님을 태우고 판암동을 거쳐 옥천으로 향한다. 보은으로 향하는 가로수 벚꽃 터널은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지만 멀지 않아 활짝 필 것이다. 4월 10일 동희님댁 방문을 마치고 야간에 드라이브를 하기로 한다. 봄볕이 따스하게 내려앉은 들판을 지나고 상주방면으로 시원스럽게 뻗어있는 25번 국도를 타고 힘차게 달린다.

구병산은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아홉 사람의 형상이 보인다고 구령산(九靈山)이라 하였던 것을 일제시대때 한민족의 국운을 꺾는다는 풍수지리설로 산명을 구병산이라 개작하였다는 설이 있고, 옛 문헌에는 구봉산(九峰山)이라고도 하며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상주의 삼대 명산으로 표기할 정도로 빼어난 산세를 가지고 있다. 구병산은 상주시와 보은군 경계에 우뚝 솟아 있는 암산으로 멀리서 보면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10시 20분 보은에서 상주로 가는 갈림길을 조금 지나 인공위성지국 근처 적암휴게소에 닿는다. 그 정면에 하늘을 가로막아 우뚝 선 산이 구병산이다. 하차하여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마치고 오른쪽으로 검문소를 끼고 적암 마을로 들어간다. 적암리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 이명벽이 사기를 크게 진작시킨 데서 유래된 지명으로 사기막으로도 부른다. 마을 입구 오른쪽에 마치 떡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시루봉이 자태를 뽐내며 등산객을 맞이한다.


시멘트 도로로 접어 폐교된 괸기초등학교 적암분교를 지나는데 산불감시원들이 와서 군청으로부터 입산허가를 받았냐며 제지한다. 사정한 끝에 신상메모를 남기고 입산을 허락 받는다. 마을을 지나 시멘트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다  곧 산길로 접어든다.


11시 정각. 성우님 부부가 쟈켓을 벗어 배낭에 넣느라고 조금 뒤에 쳐진 것을 기다리는 사이에 오늘 첫 산행에 나선 사람들이 선두그룹을 이루고 재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더니 표시기를 놓치고 지나쳐갔다고 한다.


손 전화를 이용하여 가다가 능선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라고 전하고 나머지 일행과 함께 왼쪽 가파른 산길로 접어든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된비알(아주 험한 비탈)길이다. 혹시 선두그룹을 볼 수 있을까 해서 빠르게 치고 오른다. 울창한 소나무숲이 그늘을 만들어 주지만 바람 한 점 없는 더운 날씨에 이마에서는 구슬땀이 흐른다. 노란 야생화가 방긋 웃으며 반기고 매우 건조한 육산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흙먼지를 날린다.


11시 40분 능선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신선대가 눈에 들어온다. 손전화가 울린다. 뒤에 오던 일행과 선두그룹이 만났다고 한다. 너무 아름다워 신선도 내려와 놀았다는 신선대에 도착하여 일행을 기다린지 20여분이 지나자 응래님과 진호님을 선두로 한 사람 한 사람 도착한다.


산아래 산행기점인 적암마을이 평온하게 보이고 속리산 산줄기가 시원스럽게 이어진다.


걱정했던 미순님보다 준길님이 더 힘들어하며 마지막으로 도착한다. 인환님이 준비한 미니호떡과 준길님이 준비한 오렌지로 간식을 즐기며 10분간 휴식을 끝내고 길을 재촉한다.


암봉을 오르고 내리며 정상으로 향한다. 시원스런 전망을 보기 위해서는 위험하다는 팻말은 무시해야 한다. 오른쪽 아래 우회로를 따르면 톱날같이 솟은 암봉미를 즐길 수는 없지만 853봉(동봉) 너머의 안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다.


일행은 우회로를 택해 안전한 산행을 선택하고 진호님과 둘만 암릉을 오른다.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와 스릴은 정상에 닿을 때까지 계속된다. 853봉 아래에는 큰바위와 작은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을 산수화를 그리고 그 위로 다시 암벽이 솟구치고 그 위로 노송숲이 우거진 단애가 절경이다.


왼쪽 아래로 단애를 이룬 암릉길을 따라 세 개의 밋밋한 암봉을 넘어서 853봉에 이른다.


암능길 1.5km는 853봉 근처가 아주 절정이다. 853봉에서 구병산 정상은 아주 가깝게 보인다. 안부로 내려서는 길은 암벽사이로 난 급경사길로 안부에 솟은 작은 봉우리를 비롯하여, 주봉과 삼가저수지 일대의 조망이 훌륭한 곳이다. 853봉 정상에서는 소나무 주위로 서너개의 조그만 돌탑들이 반긴다.


남쪽 아래로는 절벽을 이루고 있고 건너편으로 두 개의 봉우리가 건너다 보이는데 뒤쪽에 있는 봉우리가 구병산 정상이다. 우회하던 일행이 보인다. 일행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고 산악회장을 탄핵한단다. 내리막길은 급경사 지대를 이루고 위험 구간에는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로프를 잡고 한 사람씩 조심해서 내려선다.


853봉에서 내려서 첫 번째 안부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에는 적암휴게소 3.9km, 구병산 0.9km라고 적혀있다. 853봉에서 구병산까지는 서너 군데의 안부를 만나게 되는데 각각 좌우로 적암리와 내속리면 구병리로 내려서는 길이 또렷하고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13시 10분 구병리로 내려가는 갈림길 안부에 도착한다. 정상까지는 0.8km이다.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미순님의 삶은 옥수수가 일행들에게 한 조각씩 돌아가고 경화님과 혜숙님이 준비한 쌈은 채식뷔페 식당을 방불케 한다.


동희님이 준비한 엄청난 양의 김밥에 주눅들어 내 김밥은 배낭에서 그대로 방치된다. 황충이 지나간 것처럼 엄청난 양의 음식들은 거의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낸다. 25분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정상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14시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구병산 직전의 봉우리를 내려서 안부에 도착한다.


왼쪽 내림길은 가파른 계곡을 따라 한국통신 위성기지국(2.5km)쪽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구병산정상 까지는 0.1km이다.


2분간의 칼능선을 네 발로 기어올라 정상에 도착한다.


구병산 (九屛山 877m)정상 표지석에 모여 단체 기념사진과 개인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개인기도를 드린다.


북쪽 속리산 천왕봉이 윤곽을 드러내고 속리산에서 형제봉을 거쳐 봉황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적암리로 뻗쳐나가는 능선과 그 아래 골짜기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인다. 14시 20분 하산길로 접어든다. 하산은 오르던 길로 10m정도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흘러내리는 지능선으로 내려선다. 내림길 초입은 가파르지만 잠시 내려서면 비교적 완만한 길로 이어지고 10여분 후에 지능선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른다. 왼쪽 능선으로 길이 잘 나 있다.


15시 구병산 직전 안부에서 적암리로 내려서는 갈림길과 합류하면서 그 길을 택했던 일행과 만난다. 15시 15분 "V자"형 협곡을 이룬 계곡을 따라 5분 정도 내려서 흐르는 계곡물에 얼굴에 흐른 땀을 씻어낸다. 바위 협곡으로 내려가기가 다소 험하다. 이곳까지 내려오는 등산로 주변에도 사기그릇 깨진 것들이 가끔 보이고 생강나무가 노란꽃으로 눈을 즐겁게한다.


나무계단에 로프가 매어져있긴 하지만 노약자나 어린아이는 위험하다.


밧줄을 잡고 한 사람 한 사람 조심해서 내려선다.


내려서다가 미혜님이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20m정도 더 내려서니 오른쪽의 거대한 암벽 아래 자연동굴이 보이고 동굴 입구에 움막터가 있다. 등산로를 약간 벗어나 있으므로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옛날 동학군의 근거지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계속되는 급경사 계곡길을 따라 두 개의 사다리를 더 지나쳐 왼쪽의 지류와 합류하는 지점에서 계곡물에 탁족을 하면서 잠시 쉬어간다. 피로가 다 풀리는 듯하다.


계곡길은 완만하게 이어지며 20여분 정도를 내려서니 적암마을의 논뚝길에 이르고 코앞에 거대한 한국통신 위성 안테나가 보이고 철조망이 막아선다. 위성지국 철조망 울타리 왼쪽으로 농로길을 걸어 내려선 후 야트막한 구릉지대쪽으로 올라서면 등산 초입에 지나온 적암리 마을입구에 다다른다. 거대한 느티나무에서 구병산 정상부의 병풍바위들이 못내 아쉬워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적암마을 농로를 따라 마을 안길로 들어서니 촌로들이 술 한잔하고 가라며 길을 막아선다. 15시 40분 먼저 하산한 원장님이 차를 끌고 마을 입구까지 들어와 일행을 차례로 태우고 적암휴게소로 되돌아 나온다. 

 

농가에서 잠시 멈춰서 토란이며 냉이며 쑥 그리고 감식초까지 식탁에 봄 내음 물씬 풍길 먹거리를 장만한다. 16시 적암휴게소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목마름을 달래고 차는 대전으로 향한다. 물 탄 감식초를 마신 경화님이 술 취한 사람처럼 취기가 오르는지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주정한다. 응래님과 경화님이 부르는 노래에 모두들 배를 잡고 웃는다. 17시 15분 어느덧 차는 옥천요금소로 진입하고 20여분 지나 북대전요금소로 빠져나온다. 동희님이 추천한 유성의 고박사냉면집에서 맛있는 냉면 한 그릇씩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모두들 행복감에 젖어 오늘 산행은 마무리한다.

처음에는 등산을 시작하며 체력이 달려 고생한 분도 있었다. 산에만 다녀오면 몸이 아파 힘들어하였는데 이제 4-5시간 산행은 거뜬할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분명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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