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6(일) 서해랑길 83~84구간(20km) : 구성리2구 마을회관-(4.2km)-백석포2리 마을회관-(2.8km)-공세리성당-(3.7km)-인주공단 교차로- (3.5km)-삽교천 방조제-(5.8km)-맷돌포 선착장
서해랑길 84구간(10.7km) : 구성리2구 마을회관-(4.2km)-백석포2리 마을회관-(2.8km)-공세리성당-(3.7km)-인주공단 교차로
아침 식사를 위해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뜻밖의 선물이 찾아왔다. 따끈한 국밥으로 속을 달래던 순간, 여명이 스며들더니 이윽고 붉은 해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여행길 초입에서 맞이한 일출은 마치 오늘 하루를 잘 부탁한다며 조용히 손을 내미는 듯하다. 그렇게 우리의 여정은 새벽빛을 품은 채 시작된다.

오늘 트레킹은 마땅한 뒤풀이 장소가 없어 구성리2구 마을회관에서 시작해 역주행을 한다.


'구성리'라는 명칭은 1914년 구산리(龜山里)와 신성리(新星里)을 병합할 때 두 마을의 이름을 하나씩 따서 붙인 것이다.



농경지와 아산호 위로 길게 뻗은 교각은 아산만 순환철도의 일부로 평택, 아산, 당진, 홍성을 연결하는 서해선 철도다. 서해선 철도는 경부선에 집중된 교통망을 분산하고 서해안 지역의 교통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철도 덕분에 수도권에서 아산까지의 접근이 쉬워졌다.


낚시, 야영 및 취사 행위를 금지한다고 되어 있지만 낚시, 야영, 취사의 성지였다. 긴 방조제 주변에는 낚시꾼들의 야영을 위한 텐트와 캠핑카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길 한편으로는 잔잔한 아산호가 흐르고 반대편으로는 너른 들판이 물결치는 길을 따라 평화로운 풍경 속을 걸어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시골 마을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마음에 전해진다. 아산호(牙山湖)는 아산만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생긴 인공 담수호이다. 평택시 지역에 자리 잡은 관광단지 이름을 따서 평택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해랑길 84코스는 삼백리 둘레길 3권역 '아랑물길'이다. 서해 특유의 고요함과 농촌 풍경이 어우러진 길로, 바다와 들녘, 강변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랑물길은 '물이 굽이굽이 흐르는 길'이라는 뜻으로 하천과 저수지를 따라 이어져 바람결에 흔들리는 갈대, 논을 스치는 물빛, 잔잔한 강표면이 걷는 내내 동행한다.


정겨운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백석포마을에 도착한다. 아산시 영인면에 속하는 백석포리(白石浦里)는 예전에는 아산만과 접하여 배가 드나드는 포구마을이었으나, 아산만 댐 조성과 간척 사업으로 많은 농경지가 조성되어 자연스럽게 농촌마을로 변하였다. '백석포리'라는 명칭은 마을에 흰돌이 많아 ‘백석포(白石浦)’라 불리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고려시대 몽골군과 왜구가 아산만으로 침입하였으며, 조선 말에는 청일전쟁의 시발지로 아산 현민들의 많은 고난이 있었던 곳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추수 끝난 황량한 들녘이 늦가을 농촌의 고요한 풍경을 담담히 그려낸다. 아산만방조제로 인해 생겨난 간척지 위에 조성된 간척지 평야는 간척공사 초기에는 염분이 많아 농사에 불리하지만, 염분이 제거되면 비옥한 토양으로 거듭난다.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고 그 땅이 비옥한 평야가 되기까지, 어촌마을이었던 곳을 농촌마을로 변화시킨 수많은 이들의 끈기와 노력에 감탄하며 농경지 사이를 걸어간다.

지하통로를 지나 공세3리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어귀를 지나 걷다 보면, 낡은 담장에 조용히 기대어 있는 농촌 모습의 풍속화가 시선을 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면, 오래전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이 문득 가까이 다가오는 듯해 따스한 미소가 절로 번진다. 붓질이 투박하지만, 정겨운 표정들이 하나둘 펼쳐지며, 마치 이곳에서 살았던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담장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하다. 그림은 세월의 먼지까지도 풍경의 일부처럼 포근하게 품어낸다.



서해랑길 84코스에서 조금 벗어나긴 하지만 공세리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350년 된 노거수들이 성당을 감싸듯 서 있어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진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반긴다.

1890년대에 세워진 공세리성당은 무려 13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곳으로, 수많은 신자와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로, 한국관광공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한 바 있다.







공세리를 지나 공세교차로에 닿자, 소문난 찹쌀꽈배기 가게가 조용히 유혹하듯 서 있고, 우리 일행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레 문을 밀고 들어선다.

기름에서 막 건져 올린 꽈배기 하나를 집어 들고 조심스레 한입 베어 물자, 바삭한 결 사이로 퍼지는 달콤함과 고소함이 온 입안을 가득 채운다. 작은 간식 하나에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그런 여행의 순간이다. 늦가을 햇살까지도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원조 천안 옛날 호두과자 인주점의 앙버터 호도과자도 손짓하지만, 조금 이른 점심을 위해 그 유혹을 조용히 뒤로한 채 걸음을 재촉하여 밀두리로 향한다.


밀두리의 '밀두(密頭)'는 해안으로 밀려오는 밀물의 머리쪽이란 의미로 밀머리라 하였는데, ‘밀머리’를 한자로 옮기면서 '밀두'가 되었다. 밀두1리 사무소 앞 정자에서 조금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인주공단교차로에 이르자 서해랑길 아산 84코스를 알리는 안내판이 묵묵히 길목을 지키고 서 있다. 낯선 풍경 속에서 만나는 안내판은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붙잡아준다.

서해랑길 83구간(9.3km) : 인주공단 교차로- (3.5km)-삽교천 방조제-(5.8km)-맷돌포 선착장

걸음에 잠시 쉼표를 찍고, 인증 사진으로 이 순간을 기록한다. 다시 길을 향해 몸을 돌려 또 다른 풍경을 만나러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삽교천으로 이어지는 천변 자전거길을 따라 노란 옷을 입은 은행나무들이 부드럽게 흐르듯 이어지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1979년 준공된 삽교천방조제는 당진시와 아산시 사이로 흘러드는 삽교천 하구를 가로막은 길이 약 3,360m 제방이다.
삽교천 일대는 홍수와 침수 피해가 반복되던 지역이어서, 방조제가 완공되면 곡창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당시 공사 규모가 크고 기술적 난관이 있어서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바다를 막아야 땅이 생기고, 땅이 생겨야 나라가 산다"는 취지로 밀어붙이고 직접 현장을 둘러보며 진행 상황을 독려했다고 전해진다.


제방을 따라 걷다 보면, 당진시 신평면과 아산시 인주면을 가르는 경계에 도착한다. 특별한 표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바람결이 달라진 듯한 기분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한 걸음이 도시를 바꾸고, 또 여행의 장면을 바꾼다.

아산시로 넘어간다. 행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통합이 이루어지던 1995년 온양시와 아산군이 하나로 합쳐지며 오늘날의 '아산시(牙山市)'가 공식 출범했다. 현대자동차, 삼성디스플레이 등 굵직한 산업체가 자리잡고 있어 충남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면서 도시 전체에 활기가 넘친다.


방조제 끝 삽교호 배수갑문을 지나 공도교를 건너자 함상해상공원의 군함이 눈에 들어온다.



삽교호 함상공원으로 들어서면 서해랑길 64-6코스(지선 6코스) 종점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이 반긴다. 서해랑길 64-6코스는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서 이곳까지 17.2km이며, 우리나라 천주교의 대표적 순례지이자,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가 있다. '소나무가 우거진 산'이라는 뜻의 솔뫼라는 이름처럼 80여 그루의 노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1979년 10월 26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방조제 준공 기념행사 참석 후 바로 그날 밤 10·26 사건이 발생하면서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은 결과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마지막 국책사업 행사가 되었다.



삽교호함상공원 야외광장에는 상륙함, 구축함, 수륙양용 장갑차와 해상초계기, 함포 등 다양한 전시물들이 눈을 즐겁게한다.





코스는 삽교호 관광지로 이어진다.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건설된 방조제지만 담수호인 '삽교호'가 생기고 주변에 공원들이 조성되면서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다리 쉼을 하고, 삽교호 해안탐방로 테크길을 따라 맷돌포구로 향한다.


삽교해안탐방로를 걸으며 갯벌에 서식하는 수십종류의 새들을 만난다. 그 중 처음보는 황오리떼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지난번 걸음을 멈춘 맷돌포구에 도착하여 오늘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혜주네 맛집'에서 뒤풀이를 한다.


처음 먹어보는 시레기 장어탕은 추어탕과 비슷하다. 시래기와 장어를 넣고 끓인 장어탕은 장어살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고소하면서도 시래기의 구수함이 함께 느껴진다. 소문난 맛집답게 정갈한 깔린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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