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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베트남 다낭 여행(3)

2020년 2월 17일(월) - 비

 

6시 눈을 뜬다. 날이 흐리다.

호텔 근처 미케비치 해변으로 조깅을 나선다. 해변가를 조깅하는 사람들과 광장 곳곳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현지인들이 많다.

50분 정도 조깅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 후 호텔 3층 식당으로 내려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베트남의 5개 중앙 직할시 중 하나인 다낭은 호찌민(옛 사이공), 하노이, 하이퐁에 이은 대도시로서 베트남 중부를 대표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국도 1A 호선을 따라 다낭에서 130km 지점에 위치한 고도(古都) 후에(Hue)를 향해 출발했다.

국도 1A호선은 베트남을 길게 관통하는 2300km 교통로다.

 

1993년 베트남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에는 다낭에서 버스로 약 2시간30분 소요된다.  


베트남 응우옌 왕국의 수도이자 청나라 자금성을 모방했다는 황궁에 대한 기대가 자못 컸다.

"안 가면 후회하고 가 보면 더 후회한다..."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듯이 물론 '후에'는 누군가에게는 매력이 없는 여행지일 수 있다.

 

누군가는 '여행은 준비한 만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예전에는 이 말에 동의했는데 지금은 동의하지 않는다.

'준비한 만큼' 볼 수 있겠지만, 그건 반대로 '준비한 것만' 볼 수도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다낭과 후에를 잇는 약 20km의 해안도로에는 해발 900m의 하이반 고개가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이들에게는 살기 위해 넘어야 하는 단장의 하이번 고개였다. 수많은 사람이 이 고개를 넘어 남으로 남으로 피난했다고 한다.

'하이'는 바다, '반'은 구름이란 뜻. 즉 하이반은 '구름을 낀 바다(海雲) 고개'로 세계 10대 절경 중에 하나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대월과 참파의 경계였고, 현재는 다낭과 후에의 경계이며, 1차 인도차이나 전쟁 때는 월맹과 베트남의 경계로

미군과 우리나라 청룡부대가 베트콩과 교전을 벌였던 곳으로 고개 정상에는 프랑스가 건설한 성문이 있다고 한다.

 

비도 오고 조금 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하이반 터널을 이용한다. 

한국의 기술과 일본의 자본으로 지난 2003년 완공된 길이 6.7km, 폭 11.9m의 하이반 터널은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긴 터널이라고 한다.

터널 양쪽입구에 일본국기와 베트남국기가 조각되어 있다.

 

후에는 '평화의 도시'라는 뜻의 딴 호아(Than Hoa)로 불렸으며,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1802~1945)의 수도가 된 이후부터 현재의 지명이 되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당시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의 최대 격전지가 되어 왕도 대부분이 황폐해졌다. 1990년대 들어 지방 정부가 후에의 가치를 자각하기 시작해 관광지로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후에 시내에서 티엔무사원까지는 4km. 시클로를 타고 이동한다. 시클로는 자전거를 개조한 인력거(3륜 자전거)로 일종의 자전거 택시다.

 

 

 

 

 

 

 

 

흐엉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위치한 티엔무 사원(Chùa Thiên Mụ, 天姥寺)은 1601년에 투안호아(현재의 후에)의 호족이었던 응우엔 호앙이 세웠으며 후에에서 가장 큰 사원이다. 영주가 나라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언덕에 탑을 세울 것이라는 노파 천모(天姥)의 예언대로 호앙의 명령에 따라 절이 지어졌고, 이것이 '천모사'가 세워진 배경이었다고 한다.

 

 

 

높이 21.24m 의 8각 7층의 탑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복된 인연'이란 의미의 복연보탑(福緣寶塔, Thap Phước Duyen)이라 부른다. 1844년 처음 지어졌고, 1904년 태풍으로 훼손되었다가 1907년 다시 지어졌다. 

건축당시에는 7층 층마다 금동불상을 안치해 놓았는데, 지금은 도난당하고 없다고 한다.

 

 

 

 

 

잭플룻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다

 

 

 

본당을 지나 뒤 편 좌측에 있는 건물에는 1963년 불교 탄압을 항의하여 사이공에서 분신자살한 틱꽝득스님이 타고 갔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자동차 뒤 벽에는 정좌한 체 꿋꿋이 불타고 있는 스님의 사진이 걸려 있다.

 

미국의 꼭두각시였던 응오딘지엠은 부정부패를 일삼고, 반 정부 단체를 단속하고 탄압하는 등 독재 정치를 펼쳤다.

특히 불교를 탄압하고 박해했다. 이에 틱꽝득을 비롯한 승려들은 1963년 6월 11일, 미국 대사관 한복판에 가부좌를 하고 앉은 그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정권의 종교 탄압에 소신공양으로 맞섰다. 놀랍게도 그는 온몸이 화염에 휩싸였음에도 끝까지 가부좌 자세를 유지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지금까지 불교 신자가 많은 이유라고 한다.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오열하며 슬퍼했고, 시위를 막아서던 경찰들 역시 받들어 총 자세로 경의를 표했다.

결국 10여 분 뒤 틱꽝득은 뒤로 쓰러지며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신은 소각장으로 옮겨져 6시간 동안 더 태워졌는데, 4천 도 씨의 불에서도 그의 심장이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후 연료를 보충해 2시간을 더 태웠지만, 여전히 그의 심장은 없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경찰들이 황산을 뿌려도 심장은 녹지 않았다고 한다.

 

 

 

 

 

소고기 샤브샤브로 허기진 배를 든든히 채우고 후에 왕궁으로 이동한다.

후에 왕궁은 전동카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왕궁 건너편 응오 몬 남쪽에 위치하는 37M의 거대한 국기 게양대는 왕의 기사(King’s Knight)로 불리기도 한다.

1809년에 만들어졌고, 1831년 거대한 태풍이 후에를 파괴한 후 다시 만들어졌으나 1947년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1969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래층부터 차례로 자연의 섭리, 인간 세계, 천국을 상징한다.

 

 

 

응우엔 왕조 왕궁인 후에 성은 자금성을 본떠서 만들었기에 오문, 태화전, 자금성, 절 등이 해자로 둘러 있고, 황궁 앞에는 좌우로 대포진지가 있으며, 잔디 광장에는 베트남 국기가 있다.

 

현지 베트남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태화전, 근정전, 종묘 등 100여 개의 건물이 이었으나 1947년 프랑스와 1968년 미국과 전쟁으로 80% 정도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건축가인 바우 반(Vauban)의 설계에 따라 프랑스식과 베트남식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건축된 후에 왕궁은 1805년 자롱 황제의 명에 의해 건설되기 시작하여 1832년 민 망(Minh Mang) 황제 시기에 완성되었다. 

 

성벽은 방어벽, 왕 거주지, 뚜 깜 딴(Tu Cam Thanh) 등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어벽 길이는 총 9,950m, 두께는 21m에 달하며 총 10개의 문이 있다. 현재 관광객을 위해 2개의 문을 개방하고 있다.

 

 

            

응오 몬은 1833년 민 망 황제 시기에 완성된 왕궁의 정문으로 높이 4.2m, 너비 3.7m이다. 다섯 개의 문 가운데 노란색 문은 왕, 그 옆 양쪽 문은 대신, 외곽 쪽의 두 문은 일반 신하가 통행했다고 한다.

태양이 정상에 오는 남문을 정문으로 삼았기 때문에 영어로 정오(noon)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문 위의 누각인 푸 반 라우(Phu Van Lau)는 왕이 과거에 급제한 자들에게 상을 하사하던 장소였다. 지붕은 봉황 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 다이(Bao Dai)가 1945년 이곳에서 종말을 고했다.

 

몇 개의 건물을 제외하고 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되었다고 한다. 현재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중도교를 건너면 왕궁에서 가장 중요한 태화전을 만난다.

 

 

 

 

 

마당에는 신하들의 지위에 따라 위치를 정해 놓은 품계석이 눈에 띈다.

 

태화전은 중국 자금성을 모델로 1803년 완공되었으며 우리나라 경북궁의 근정전과 같다고 한다.

왕의 즉위식, 황실의례, 조회 등을 행하던 곳으로 왕좌와 옥쇄를 보관했던 곳인데 현재 전시된 것은 모조품이라고 한다.

입장하려면 신발과 모자를 벗어야 한다. 

 

 

 

 

왕궁의 정문인 오문에서 왼쪽(서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현임각은 1822년 민망 왕이 건립한 사당으로 응우엔 왕조의 13명 중에 단명한 5대 6대 왕과 13대 왕을 제외한 10명의 위폐가 모셔진 사당이라고 한다.

황제가 조상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왕실 사원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종묘를 생각하면 될 듯하다.

 

 

 

 

 

2시 30분. 다시 다낭으로 향한다. 2시간 30분 후에 다낭에 도착한다.

 

5시. 패키지여행에서 빠지 않는 코스가 쇼핑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화장품, 커피, 술, 노니제품 등을 판매하는 잡화점이다.

환갑이 넘은 여성직원의 재미있는 제품 설명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행객들은 결국 지갑을 연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위즐커피 전문점.

 

베트남의 고급 커피이자 인기 상품인 위즐커피는 일명 족제비 똥 커피다.

위즐커피는 영어로 족제비를 뜻하는 단어 위즐과 커피를 결합시켜 탄생 한 단어로 베트남에서 서식하는 사향 족제비가 커피 열매를 먹고 난 뒤 배설한 씨앗을 햇볕에 말려 볶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커피를 말한다 사향 족제비의 소화 과정을 거치며 원두의 쓴맛과 떫은맛이 사라지고 특유의 맛과 향을 내 많은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위즐커피는 1마리당 연간 2킬로그램만 생산되는 희소성 때문에 베트남 현지에서도 정품 위즐 커피는 400g에 한화 약 2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 만큼 맛과 향미가 일반커피와 비교할 때 뛰어난가? 커피문외한이 나는 의구심이 든다.
 
베트남에는 또 하나의 동물 똥커피 브랜드, 콘삭커피(Con Soc)가 있다.
귀여운 다람쥐 이미지가 풍기는 브랜드로 인해 소비자들은 이를 위즐커피로 착각한다. 콘삭커피는 일반 원두로 만들어 다람쥐 배설콩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세계 최고 커피로 추앙받는 코피루왁(Kopi Luwak)은 사향고양이의 똥을 가공해 만든다. 태국의 코끼리 똥 커피인 블랙 아이보리는 루왁보다 더 비싸고 베트남에서는 족제비 똥으로 만든 커피인 위즐 커피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아무리 맛있어도 왠지 찝찝하다.
 

 

 

 


커피는 원두를 볶고(roasting), 분쇄하고(grinding), 추출하는(drip, brewing) 과정을 통해 맛과 향미가 결정된다.
로부스타 품종의 브루잉(brewing) 과정이 가장 베트남다운 커피, 가장 베트남다운 커피문화를 만들었다.

카페인 함량이 높아 맛이 강한 로부스타 커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베트남 사람들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드립용 필터를 사용한다.
 
느리고 긴 내림과정을 거치는 드립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는 시작되고, 커피와 함께 즐기고 휴식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필터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커피를 보면서 느긋하게 휴식하며, 대화를 즐기는 것이다.
 
우리 돈 1~2만원하는 분쇄커피(grind coffee) 1봉지를 사면 그 안에 드립용 필터가 들어 있어 집에서든 카페에서든 드립커피를 쉽게 마실 수 있다.
 

 

 

5시 50분. 한식당 고구려에서 꽃게탕으로 1시간 정도의 저녁식사를 하고 오늘 마지막 일정인 아오자이 쇼를 관람하러 간다.

쇼장 입구에 도착하면 대표와 연기자들이 나와 환영한다. 입장하기 전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맥주나 음료수 중 1병을 무료 제공한다.

7시 30분 부터 1시간 정도 펼쳐지는 아오자이쇼는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진행되는 베트남 의상쇼다.

 

베트남 국기는 금성홍기(金星紅旗)로 불린다. 노란 별이 큼지막하게 박힌 붉은색 깃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을 상징하는 색은 노랑과 빨강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한 가지 색을 덧붙이자면 전통의상인 아오자이와 국화인 연꽃으로 표상되는 하양일 것이다. 흰색은 순박한 국민성과 순결한 정신을 상징한다. 흰색 아오자이는 교복으로 사용될 정도로 미혼여성들에게는 유니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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